테더, 국토안보수사국 구두 요청만으로 572억원 동결…영장은 112일 만에야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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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 국토안보수사국 구두요청만으로 태국 사업가 USDT 4,240만달러 동결
영장은 112일 뒤 발급…양측 뉴욕서 정식 소송전 돌입

테더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테더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태국 방콕에 거주하는 사업가 두 명이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코인) 발행사 테더(Tether)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테더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 HSI)의 비공식 요청만 받고 법원 영장 없이 자신들의 USDT 4,241만 7,785.62개(약 4,240만 달러, 약 572억원, 1달러 1,349원 기준)를 동결했다고 주장한다. 동결은 지난해 10월 30일(현지시각) 이뤄졌지만 실제 압류 영장은 112일이 지난 올해 2월 19일(현지시각)에야 발급됐다. 두 사람은 뉴욕 남부지방법원과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법원에 각각 소송과 반환 청구 신청을 냈다. 테더 측은 이번 소송이 법 집행기관과의 협력을 방해하려는 근거 없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구두 요청에서 112일 만에 온 영장까지

원고는 눗타왓 룩탐마차런(Nutthawat Rukthammachalern, 닉네임 데이비드)과 낫타왓 카삼빌라스(Natthawat Kasamvilas, 닉네임 피터)다. 소장에 따르면 테더는 지난해 10월 30일(현지시각) 4,241만 7,785.62 USDT가 들어 있던 이더리움 주소 10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때는 영장도, 법원 명령도, 소환장도 없었고 HSI 요원의 비공식 요청만 있었다고 소장은 밝힌다.

영장은 112일이 지난 올해 2월 19일(현지시각)에야 나왔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동부지방법원 연방치안판사가 서명한 이 영장은 6,100만 달러(약 823억원) 규모의 '피그 버처링(pig butchering, 로맨스 사기를 가장한 투자 사기)' 자금 압류 사건과 연계됐다. 디크립트(Decrypt) 보도에 따르면 영장에는 테더가 동결된 토큰을 소각하고 같은 양의 새 USDT를 발행해 정부가 통제하는 지갑으로 옮기는 계획이 담겼다. 두 사람은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테더의 엘살바도르 법인 4곳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며 사건번호는 1:26-cv-07400이다. 소장 제출일은 보도에 따라 8월 31일과 9월 1일(현지시각)로 다르게 나온다. 이에 앞서 올해 7월 31일(현지시각)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법원에 정부가 자금을 반환하도록 명령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당시 제출한 원본 압류 영장과 진술서는 사건번호 5:26-MJ1267-JG로 봉인된 상태다.

'정당한 게이밍 사업'이라는 원고 측 주장 / AI 생성 이미지
"정당한 게이밍 사업"이라는 원고 측 주장 / AI 생성 이미지

"정당한 게이밍 사업"이라는 원고 측 주장

두 사람은 자금에 불법적 출처가 없다고 강조한다. 7월 31일 신청서에서 이들은 "정부는 원고들을 상대로 기소하거나 형사 절차를 개시하지 않았고, 민사 몰수 절차도 시작하지 않았으며, 자산을 계속 보유할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정당하게 허가받은 게이밍 프로모션 사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 라이선스를 받은 카지노를 운영하는 미국 상장기업(실명 비공개)과 협업하며 VIP 고객을 위한 교통, 식사, 숙박 등 'VIP 게이밍 경험'과 관련된 자금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카지노 기업은 게이밍 프로모터와 VIP 고객에 대해 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KYC) 심사를 진행하며 두 사람도 이 심사 결과에 의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상업용 도구를 이용해 고객들의 USDT 지갑 주소를 자체적으로 심사했다고도 밝혔다. 두 사람은 뉴욕 소송에서 테더의 서비스 약관에 서명한 적도, 정부 직원의 요청으로 자신들의 보유자산을 제한하는 데 동의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밝힌 배경, 6,100만 달러 '피그 버처링' 압류

노스캐롤라이나주 동부지방검찰청 보도자료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검찰은 원고 두 사람의 실명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압류된 자금이 "가상자산 투자 사기, 이른바 '피그 버처링'의 피해자들로부터 나온 범죄 수익 세탁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범죄 조직은 로맨스 관계를 가장해 신뢰를 쌓은 뒤 가상자산 투자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을 가짜 거래 플랫폼에 자금을 예치하도록 유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피해자 한 명이 HSI 제보 라인에 투자 사기 의심 신고를 하자 요원들이 여러 가상자산 지갑을 거쳐간 피해자의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 이 가운데 상당한 잔액이 남아 있던 지갑 여러 개를 찾아 동결 작업을 진행했다. 법무부와 HSI는 보도자료에서 "법무부와 HSI는 자산 이전 지원에 협조한 테더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HSI는 이 사건과 관련해 4,240만 달러가 들어 있던 가상자산 지갑 15곳에 대한 압류 영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더의 블랙리스트 권한, 스테이블코인 업계에 남긴 질문

테더는 USDT 스마트컨트랙트에 이더리움을 포함한 여러 네트워크의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는 관리자 기능을 두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토큰은 블록체인상에서 여전히 조회되지만 이전은 불가능해진다. 테더는 해당 주소에 있는 USDT를 소각할 권한도 갖고 있다. 은행 창구 직원의 확인이나 별도 심리 절차 없이도 이 기능 하나로 자금 이동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테더는 디크립트에 낸 입장문에서 "이번 소송은 미국 법무부를 포함한 국제 법 집행기관과의 중요한 협력 업무를 방해하려는 근거 없는 시도"라고 밝혔다. 앞서 4월 23일(현지시각) 성명에서는 65개국 340개 이상의 법 집행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심되는 불법 활동과 연관된 자산 44억 달러(약 5조 9,356억원) 이상을 동결하도록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테더 최고경영자(CEO)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는 "USDT는 불법 활동의 안전한 도피처가 아니다. 제재 대상이나 범죄 네트워크와의 신빙성 있는 연관이 확인되면 즉각적이고 결단력 있게 대응한다"고 말했다.

원고 측 변호인 마크 베켓(Mark Beckett)은 디크립트에 "테더는 영장도, 법원 명령도, 테더에 직접 전달된 법적 절차도, 통지도 없는 상태에서 비공식적인 정부 요청만으로 우리 의뢰인들의 자금을 동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장은 거의 넉 달 뒤에야 나왔지만 테더는 우리 의뢰인들과 계약 관계도 없고, 그들의 USDT를 보관하는 수탁자도 아니며, 계정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법적 권리나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원고들은 선언적·금지적 구제, 블랙리스트 해제, 손해배상, 징벌적 손해배상과 함께 자금이 동결된 동안 테더가 예치자산에서 얻었을 것으로 주장하는 수익까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은 아직 4,240만 달러의 소유권을 어느 쪽에 인정할지 결론을 내지 않았다. 이 소송을 다룬 한 보도는 테더가 승소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서류 절차에 앞서 비공식적인 법 집행 요청만으로 대규모 2차 거래 자금을 잠글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고, 원고 측이 승소하면 발행사가 자신을 테더 고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지갑에 컨트랙트 통제 기능을 쓰기 전 더 명확한 법적 권한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