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 김홍선 감독 “완전한 선인도 악인도 없다”…류준열 1인2역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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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쥐’ 김홍선 감독, 류준열 1인2역 비화와 열린 결말 속뜻 공개
설경구·이규형과의 협업 과정과 연출 디테일도 함께 밝혀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이 작품 공개 이후 상세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감독은 극 중 인물 설계와 연출 방식, 배우들과의 협업 과정을 구체적으로 전하며 ‘들쥐’가 던지는 질문을 재차 짚었다.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과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이들을 뒤쫓는 형사 순용(이규형)이 들쥐의 정체를 추적하는 10부작 추적 스릴러다. 김 감독은 “완전한 선인도, 악인도 없다”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끝까지 유지하려 했다고 밝혔고, “매 장면 집중해서 봐주길” 당부했다.
장르물이라는 이름표와 김홍선 감독의 필모그래피
김홍선 감독은 인터뷰에서 ‘장르물’로 한꺼번에 묶이는 데 대한 아쉬움을 먼저 꺼냈다. 그는 “미스터리도, 액션도, 멜로도 다 장르인데 우리는 자꾸 장르물로 한꺼번에 묶이면서 이상한 사람들처럼 취급받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OCN에서 드라마를 만들던 시절에는 지금 같은 대본을 방송국에 내밀 수도, 만들 수도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당시 목표는 “우리도 HBO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고, 그런 작업들이 쌓이면서 지금의 표식이 됐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김 감독은 OCN ‘보이스’를 시작으로 ‘특수사건 전담반 TEN’,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거쳐 ‘들쥐’에 이르기까지 스릴러와 액션, 범죄 장르의 긴장감을 대중적인 서사에 녹여내며 자신의 영역을 쌓아왔다. ‘들쥐’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의문의 존재에게 삶을 빼앗긴 남자의 사투를 치밀하게 엮어낸다.
김 감독은 웹툰 원작이 더 무서운 느낌이 강했다며 “이 공포감을 잘 유지하고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이재곤 작가가 변주를 잘해줬다고 밝힌 그는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내 정체성이 정말 맞는가, 그게 옳은가 하는 질문을 끝까지 가져가려고 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글로벌 순위에 대해서는 “좀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건 제 욕심”이라면서도 “보신 분들의 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클로즈업과 공황 연출, 디테일에 담긴 계산
김 감독은 비교적 느리게 전개되는 1부를 시청자가 작품에 들어오기 위해 넘어야 할 허들로 봤다고 밝혔다. 그는 “1부가 조금 느린 편이라 이 허들을 넘어가게 하는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며 “그 이후부터는 속도감이 붙어서 하나의 위기를 넘긴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의 공황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영화 ‘사이코’ 같은 공포물을 레퍼런스로 참고했고, 실제 공황을 겪은 이들의 감각, 즉 벽이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느낌까지 참조했다고 전했다. 얼굴을 가까이 보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공포감이나 두려움 같은 표정을 보면 디테일한 떨림, 눈 초점의 이동까지 더 보고 싶어져서 카메라가 점점 들어가게 됐다”며 ‘들쥐’에 클로즈업 신이 유난히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인물의 감정을 묘사할 때는 바닥에서 보거나, 무언가를 통해 보거나, 멀리 있는 작은 구멍처럼 보는 등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앵글의 기준을 계속 바꿔가며 부감샷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만화적 설정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도 곳곳에 심어뒀다. 노자가 땅속에 묻힐 때 손에 나무 꼬챙이를 쥐는 설정을 추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액션 신에서는 멋진 합보다 정돈되지 않은 무자비함을 원했다고 밝혔고, 음악은 클래식 ‘레퀴엠’과 테크노 음악을 엮어 장르적 쾌감을 살렸다. 다만 마지막 배 시퀀스에 원래 삽입하려 했던 ‘스탠 바이 미’는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류준열·설경구·이규형, 앙상블이 완성한 확신
김 감독은 1인 2역을 소화한 류준열에 대해 “캐릭터에 대해 ‘반드시 이래야 한다’고 정해놓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배우가 연구해 온 것과 자신의 생각을 놓고 여러 경우를 논의하며 촬영장에서도 끊임없이 바꿔봤고, 결국 내린 결론은 “지금이 제일 좋다”였다는 것이다. 목소리 역시 기계적으로 5대5, 6대4로 섞어보려다 답이 나오지 않아 “네가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100% 네가 하자”는 결론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설경구가 노자 역을 제안받고 수락했을 때는 “일종의 치트키처럼 하나는 해결됐다는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분장을 마친 모습을 봤을 때는 “그냥 끝났네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는 것이 그의 표현이다. 이규형이 연기한 순용에 대해서는 “나중에는 문재를 이해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회복력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정체성을 가장 완벽하게 갖고 있는 인물”이라며 마지막에 감정을 터뜨려야 하는 힘든 역할을 잘 해줬다고 평했다.
극 초반 팽팽한 긴장감은 문재와 노자의 동행이 시작되며 버디물 형태의 티키타카로 변주된다. 김 감독은 “문재와 노자가 차 안에서 계속 부딪히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본에 없는 것도 나오고 재밌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며 애드리브를 유연하게 수용했다고 밝혔다. 설경구 역시 별도 인터뷰에서 “류준열 배우가 연기 준비를 정말 많이 해왔다. 장면 전체를 다 분석해서 온다”며 후배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했고, 차 안 액션 촬영이 좁은 공간에서 세 사람이 엉켜 진행돼 실제로 류준열이 몇 번 맞기도 했다고 촬영 비화를 밝혔다.

정체성의 질문과 열린 결말, 시청자에게 남긴 당부
김 감독은 ‘들쥐’가 결국 제문재라는 인물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정리했다. “처음엔 시청자들이 문재를 응원하다가 정체가 드러나면 욕을 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면서 “이 안에는 완전히 좋은 사람도, 완전히 나쁜 사람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류준열과도 “이건 너랑 나랑 시청자를 속여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는 열린 결말이 맞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안에 가두고 나오지 마’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시청 방식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김 감독은 “핸드폰으로 틀어놓고 오디오처럼 듣는 드라마가 아니라 한 장면 한 장면을 잘 봐야 하는 작품”이라며 “타이트한 샷이 많아서 작은 화면으로 보면 그냥 지나가버리는 것들이 있다”고 큰 화면으로 집중해서 볼 것을 권했다. 노자를 연기한 설경구 역시 별도 인터뷰에서 “애정을 가지고 3화까지만 잘 넘겨주면 계속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며 “회차마다 엔딩을 굉장히 궁금하게 만들어놨다”고 시청을 독려했다.
설경구는 AI 기술로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또 존재하게 되는 거라 굉장히 끔찍한 일 같다”며 “AI보다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체성을 둘러싼 서스펜스가 실제 기술 발전과 맞물려 더 서늘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들쥐’는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으며, 문재와 들쥐의 정체를 둘러싼 추적은 10부에 걸쳐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