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전쟁 와중에 갑자기 '포르노'를 합법화하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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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합법화해 전쟁자금 충당?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성인물 산업을 합법화하고 세금을 걷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불법으로 규정된 성인물 산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연간 최대 2500만 달러(약 336억원)의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전쟁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우크라이나 의회가 추진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온리팬스(OnlyFans)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수천 명의 성인물 크리에이터들도 합법적으로 소득을 신고할 수 있게 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 젤렌스키 대통령 X 영상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 젤렌스키 대통령 X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에서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달리 성인물의 제작과 유통이 형사처벌 대상이다. 관련 행위에는 최대 7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인물 산업이 이미 상당한 규모로 성장하면서 법과 현실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한편으로 성인물 제작자에게 세금을 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세금을 벌어들인 행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의회 재정위원장인 야로슬라프 젤레즈냐크 의원이 추진하는 법안은 이 같은 모순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안은 성인 간 합의에 따른 성인물 제작과 유통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아동 성착취물이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제작된 콘텐츠 등에 대한 처벌은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우크라이나 의회 1차 표결에서 231표를 얻어 통과됐으며 현재 2차 표결을 앞두고 있다.

젤레즈냐크 의원이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히 세수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의 금지 제도가 오히려 경찰의 부패와 갈취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젤레즈냐크 의원은 성인물 크리에이터들이 세금을 신고하지 않으면 탈세 혐의를 받을 수 있고 세금을 신고하면 성인물 관련 법률 위반으로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두고 “비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군인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X
우크라이나 군인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X

문제는 실제 산업 규모가 이미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졌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세무당국이 온리팬스 모회사인 영국계 피닉스 인터내셔널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약 7900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온리팬스를 통해 1억3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일부 크리에이터는 월 2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당국이 이 자료를 확보하면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온리팬스 등 해외 플랫폼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득을 정상적으로 신고하는 순간 자신이 우크라이나 법률상 불법으로 규정된 성인물 제작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당국에 드러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크리에이터는 세금을 신고한 뒤에도 성인물 제작과 관련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성인물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세금을 내고도 범죄자로 취급받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현재의 금지 제도가 경찰과 성인물 산업 사이의 부패 구조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경제안보국은 2024년 7월부터 온리팬스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으며 일부 조사 대상자들은 2020~2023년 소득과 관련해 약 1억1500만 흐리우냐(약 250만 달러)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최근 3개 지역에서 성인물 산업을 묵인하는 대가로 공무원들이 최대 2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사건들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물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실제 산업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탓에 경찰이나 수사기관이 단속을 빌미로 개입할 여지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성인물 크리에이터 스비틀라나 드보르니코바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온리팬스에서 약 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경찰 수사를 받은 뒤 성인물 합법화를 요구하는 청원을 냈다. 드보르니코바는 자신이 약 900만 달러가 아니라 약 90만 달러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했다고 주장하면서 세금을 낸 사람을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청원에는 일주일 만에 2만5000명 이상의 서명이 모였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가 관련 법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보르니코바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안에서 활동할 경우 체포될 수 있기 때문에 해외를 오가며 방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면서 몇 주에 한 번씩 프랑스나 스페인 등으로 이동해 온리팬스 방송을 진행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처벌받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면 현지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드보르니코바만 이런 방식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성인물 크리에이터 상당수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일부는 아예 이주했고 일부는 인접국을 오가며 콘텐츠를 제작한다. 조지아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온리팬스 크리에이터들이 상당수 모여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세금을 걷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합법화 논의의 배경이 됐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남아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서부 르비우에서는 이리나 모시이추크가 비존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컨설팅 업체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수십 명의 모델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델들은 주로 해외 시청자를 대상으로 방송한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방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러시아군의 공습경보가 울리면 방송을 중단하고 방공호로 이동해야 한다. 모시이추크는 매달 약 5000달러의 세금을 내고 있으며 합법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면 납부하는 세금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안 지지자들은 성인물 합법화가 세수 확보뿐 아니라 수사기관의 인력과 예산을 절약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성인 간 합의로 제작된 콘텐츠까지 형사사건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경찰과 검찰, 법원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물 제작자들을 대거 수사하는 대신 아동 성착취물이나 강제 촬영, 동의 없는 유포 등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젤레즈냐크 의원은 합법화 이후 연간 최대 2500만 달러의 세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수행에 필요하다고 밝힌 연간 국방비 규모가 약 1200억 달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그러나 의원들은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세입원을 하나라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2500만 달러라는 금액은 우크라이나가 실제 전장에서 사용하는 무기와 비교하면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젤레즈냐크 의원은 이 돈으로 군용 드론 약 3만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전쟁 비용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온라인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는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전환하면 별도의 산업을 새로 만들지 않고도 군사비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에서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국제사회의 군사·재정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세원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인물 산업 합법화는 거액의 전쟁 비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지만 이미 존재하는 지하경제를 과세 가능한 산업으로 전환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차 표결을 통과했지만 2차 표결과 이후 대통령 서명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성인물 산업 전체를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하는 방식은 아니다. 아동 성착취물이나 비동의 촬영·유포 등은 계속 형사처벌 대상으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