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호 태풍 크로반 '소멸'... 그런데 일본에 난리가 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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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우... 일부 지역에 '레벨 5' 재해경보 발령
일본 혼슈 동부에서 가을 장마전선과 제24호 태풍 크로반에서 변한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8일 일본 기상청과 NHK, FNN 등에 따르면 도쿄도 남쪽 이즈제도의 니이지마무라, 오시마마치, 도시마무라 등 3개 마을에 일본 재해 경보 기준 최고치인 '레벨 5' 토사 재해 특별경보가 발령됐다.

일본 재해 경보는 '레벨 1∼5' 5단계로 나뉜다. '레벨 5'는 발령 지역에 재해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가 권고되는 단계다. 3개 마을에는 경계 레벨 5에 해당하는 '긴급 안전 확보'가 내려졌다. 일본 기상청 관계자는 특별경보가 발표된 지역에 대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폭우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사망자는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나왔다. 한 지하차도가 침수돼 차량 2대가 물에 잠겼고, 이 가운데 한 대에서 60대 여성이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지바시에서는 2명이 각각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다쳤다. 특별경보가 내려진 3개 마을에서는 인명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비는 이즈제도에서 관측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니이지마무라에서는 만 하루 동안 485㎜의 폭우가 쏟아졌다. 오시마섬에는 48시간 동안 725㎜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평년 9월 한 달 강수량의 두 배에 달한다. 도시마무라에서는 주민 306명에게 신속히 대피할 것을 당부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간토 지역에서도 비 피해가 잇따랐다. 지바현에서는 가쓰우라시, 가모가와시, 미나미보소시, 다테야마시 등 보소반도 태평양 쪽을 중심으로 '레벨 4 토사 재해 위험경보'가 발령됐다. 가모가와시와 미나미보소시에는 '레벨 4 대우 위험경보'도 함께 내려졌다. 다테야마시에는 만 하루 동안 304.5㎜의 비가 내렸다. 평년 9월 한 달 강수량의 1.4배에 이르는 양이다.
이바라키현 다카하기시에서는 시내 하천 수위가 범람 위험 수준을 넘어서면서 3721세대, 8627명을 대상으로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도쿄도를 흐르는 젠푸쿠지강에도 레벨 4에 해당하는 범람 위험 경보가 발령됐다. 지바현에서는 앞서 폭우로 침수 사망사고가 났던 지바시 주오구의 지하 교차로에 대해 국토교통성이 도입한 '예방적 통행 규제'가 실제로 처음 시행됐다.
교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6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수도권 주요 전철 노선인 JR 야마노테센, 주오센, 소부센 등에서 운행 감축이 이뤄졌다. 항공편의 경우 전일본공수가 하네다 공항과 이즈제도 하치조지마를 오가는 노선 2편의 결항을 결정했다.
이번 폭우를 불러온 제24호 태풍 크로반은 이미 세력을 잃은 상태다. 한국 기상청은 전날 오전 10시 발표한 태풍 통보문에서 크로반이 이날 오전 9시 열대저압부로 약화했다고 밝히면서 크로반에 대한 정보 제공을 종료했다.
해당 통보문에 따르면 크로반은 약화 당시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400㎞ 부근 해상에 자리했다. 통보문을 보면 크로반은 전날 오전 9시 기준 중심기압 992h㎩, 최대풍속 초속 15m(시속 54㎞)의 열대저압부 세력이었다. 중심 위치는 북위 26.2도, 동경 132.0도였고, 동북동쪽으로 시속 17㎞ 속도로 이동했다.

크로반은 캄보디아가 제출한 이름으로 나무의 한 종류를 뜻한다. 이 태풍은 지난 1일 오전 9시 발생한 뒤 오키나와 부근에서 한 차례 회전하는 복잡한 경로를 그리다 약 엿새 만에 소멸 단계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태풍이 열대저압부로 바뀐 뒤에도 비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낮부터 10일까지 간토에서 시코쿠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 다시 비의 절정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크로반이 규슈 부근으로 북상하면서 열대 기원의 매우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장마전선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이즈제도에 집중됐던 폭우 구역이 혼슈 등 본토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이 이번 국면의 핵심이다.
일본 기상청 예보를 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24시간 예상 강수량은 많은 곳을 기준으로 긴키 150㎜, 도카이 120㎜, 간토코신·호쿠리쿠·시코쿠 각 100㎜다. 이어 이날 오후 6시부터 9일 오후 6시까지는 시코쿠 200㎜, 도카이·긴키 각 150㎜, 호쿠리쿠 120㎜, 간토코신·도호쿠 각 1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선상 강수대가 발생하면 특정 지역에는 강수량이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10일까지 전선이 정체하면서 서일본에서 도호쿠에 이르는 지역의 총강수량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13일 지바현 일대에 큰 피해를 낸 '레이와 8년 8월 지바 호우'가 발생한 바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의 재해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크다.
특히 그간의 폭우로 지반이 약해진 곳에서는 적은 비에도 절벽 붕괴나 토사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절벽이나 지면에 균열이 생기거나,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와 흙냄새가 나거나, 우물·강물·용수가 탁해지는 것이 토사 재해의 전조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징후가 나타나면 한시라도 빨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침수된 도로도 위험하다. 물에 잠긴 도로는 겉보기로 수심을 가늠하기 어렵고, 특히 지하도로 등 주변보다 낮은 곳은 순식간에 물이 차오를 수 있다. 일본 기상청은 위험한 비탈이나 절벽, 물이 불어난 하천에 접근하지 말고 자치단체의 대피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