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월세가 3만원”…정부가 공급하는 ‘천원 주택’ 신청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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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부담 사라지면 지방 정착 가능할까?
내년부터 비수도권 청년들이 하루 1000원, 한 달 약 3만원에 거주할 수 있는 ‘천원 주택’이 공급된다.
정부가 지방의 청년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초저가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한다.
최근 관계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 비수도권 청년을 위한 천원 주택 사업을 반영하고, 내년 1만호를 시작으로 이듬해 1만호를 추가해 총 2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사업에는 1조4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천원 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비수도권 지역에서 청년이 실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매입한 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하루 임대료가 1000원이므로 30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달 주거비는 약 3만원이다.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천원 주택은 임대료 자체를 극도로 낮춰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운영해온 초저가 임대주택 사업의 사례를 참고해 전국 단위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하루 1000원 주택, 지방에서 이미 등장
하루 1000원 수준의 초저가 주거지원은 새로운 개념만은 아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과 신혼부부의 지역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비슷한 사업을 먼저 시행했다.
인천에서는 ‘천원 주택’이 운영됐고 전남 화순과 강원 태백 등에서는 ‘만원 주택’이나 ‘만원 아파트’ 형태의 사업이 추진됐다.
경북 포항에서는 올해 천원 주택 100가구 모집에 1055명이 신청해 1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포항형 천원 주택은 LH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하루 1000원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최초 거주기간은 2년이며 자격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이런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청년층의 주거비가 지역 정착 여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월세와 보증금 부담이 크다면 수도권에 남거나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천원 주택은 이 같은 부담을 크게 낮춰 청년이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지방으로 이동했을 때 초기 정착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집값’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 정착
정부가 천원 주택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청년 인구 격차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지방의 청년 인구가 감소하면 지역에서는 소비와 경제활동이 함께 줄어들고,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진다. 청년이 빠져나가면서 상권과 교육·문화시설의 이용자도 감소하고, 다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면 이런 악순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월세 부담이 사실상 사라지면 청년은 같은 소득으로 더 많은 돈을 저축하거나 교육·교통·생활비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취업 초기에는 소득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아 주거비가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보증금 마련에 필요한 목돈까지 고려하면 지방으로 이주하는 것 자체가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천원 주택은 이런 초기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

수도권 청년 공공임대도 10만6000호로 확대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청년 공공임대 공급도 대폭 늘어난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은 올해보다 3만5000호 늘어난 10만6000호가 공급된다. 이 가운데 역세권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입지와 비교적 넓은 면적을 갖춘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2만호도 새롭게 공급된다.
청년 주거 지원 예산 역시 크게 확대된다. 정부는 내년 청년 주거 지원에 18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공공임대 공급과 함께 월세·전세·자가 마련까지 주거 형태별 지원을 넓히는 방식이다.
청년 공공임대는 임대료 부담을 낮추면서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천원 주택이 비수도권 청년의 지역 정착에 초점을 맞춘다면, 보편형 공공임대는 수도권을 포함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지역에서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월세 지원도 소득 기준 완화
월세를 내며 사는 청년을 위한 지원 기준도 완화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청년월세지원의 소득 기준을 기존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에서 100% 이하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7년 1인 가구 기준으로는 월소득 약 273만원 이하인 청년까지 소득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무주택 여부와 자산 등 다른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차상위계층 이하 청년의 월세 지원 기간은 기존 최장 24개월에서 48개월로 늘어난다. 취업이 늦어지거나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이 장기간 월세 부담을 겪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월세 지원은 현금성 지원을 통해 현재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고, 공공임대주택은 낮은 임대료의 주택을 직접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두 정책을 함께 확대하면 청년이 자신의 소득과 생활 상황에 맞는 주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전세·반전세·내집마련까지 지원
전세를 선택하는 청년을 위한 지원도 확대된다. 청년특례 전세대출보증의 대상 연령은 기존 만 34세 이하에서 만 39세 이하로 확대되고, 소득 기준은 연 7000만원 이하로 조정된다. 해당 제도는 2026년 10월부터 확대될 예정이다.
반전세 형태로 거주하는 청년을 위한 ‘청년 전월세결합보증’도 2027년 1월 출시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전세보증과 월세보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지만, 새 제도에서는 전세와 월세 대출을 함께 보증하는 방식으로 지원 범위를 넓힌다.
만 39세 이하 무주택 청년 가운데 소득 7000만원 이하인 경우가 대상이며, 대출 한도는 임차보증금의 90%와 2억원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신혼부부와 유자녀 가구는 최대 3억원까지 가능하다. 월세 대출도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내집마련을 원하는 청년을 위한 금융상품도 새롭게 나온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생애최초 주택구입 청년을 대상으로 4억원 이하 비아파트 구입 때 월세 수준의 원리금 부담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이다.
대상은 만 39세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 청년이며, 85㎡ 이하 비아파트가 대상이다. 소득 기준은 7000만원 이하이고, LTV는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지방·저소득·신생아 가구 등에 대해서는 추가 우대금리도 적용될 예정이다.

‘천원 주택’이 지역에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까?
천원 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파격적으로 낮은 임대료지만, 정책 효과를 판단할 때는 주택 가격 외에도 여러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청년이 지방에서 장기간 생활하려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직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교통망도 필요하다. 문화·여가시설과 의료기관, 교육시설 등 생활 인프라 역시 지역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다.
주택만 저렴하게 공급하고 지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나 생활환경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청년이 일정 기간 거주한 뒤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천원 주택은 주거비를 낮추는 정책인 동시에 지역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함께 개선하는 정책과 연계될 필요가 있다. LH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주택을 매입할지, 실제 공급 물량이 계획대로 확보될 수 있는지, 청년들이 선호하는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도 주요 변수다.
정부가 계획한 2만호가 실제로 공급되면 비수도권 청년에게 매우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높은 경쟁률이 나타난 사례가 있는 만큼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천원 주택을 비롯해 공공임대, 월세 지원, 전세보증, 반전세 대출, 내집마련 금융상품을 동시에 확대하면서 청년의 주거 선택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