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의 눈물 닦는다…여순사건 진상규명 94%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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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특별시, 진상규명 신고 2610건 심의 완료… 연내 100% 처리 목표로 명예회복 속도전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이자, 반세기 넘게 금기시되어 온 아픈 손가락 ‘여순사건’의 진상규명이 마침내 78년 만에 의미 있는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청 동부청사 나철실에서 열린 ‘제18차 여순사건 실무위원회 회의’에서 실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청 동부청사 나철실에서 열린 ‘제18차 여순사건 실무위원회 회의’에서 실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과 그 유족들의 피맺힌 한을 풀어주기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며, 명예회복을 향한 속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78년 맺힌 한 풀어낸다…진상규명 심의 막바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난 9일 동부청사에서 ‘제18차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희생자 명예회복 실무위원회’를 개최하고, 그동안 접수된 진상규명 신고 안건에 대한 사실조사 심의를 사실상 모두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이날 실무위원회는 제3차 진상규명 신고 사실조사 결과 2천298건과 유족 추가 결정 10건을 심도 있게 심의해 의결했다. 이번 의결을 통해 앞서 처리된 안건들을 포함해 전체 진상규명 신고 건수인 2천610건에 대한 실무위원회 차원의 사실조사 심의가 최종적으로 완료되었다.

현재까지 접수된 전체 신고 건수는 총 1만 879건(진상규명 2천610건, 희생자 및 유족 신고 8천269건)에 달한다. 이 중 이번 회의를 거치며 무려 1만 296건이 심의를 통과해, 전체 처리율은 94.6%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게 됐다. 시는 아직 남아있는 희생자 및 유족 신고 583건에 대해서도 올해 안으로 모든 심의를 마쳐, 실무위원회 단계에서의 절차를 100% 완료하겠다는 강력한 방침을 세웠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청 동부청사 나철실에서 열린 ‘제18차 여순사건 실무위원회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전남광주특별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청 동부청사 나철실에서 열린 ‘제18차 여순사건 실무위원회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전남광주특별시

◆ 대통령 참석 촉구부터 배상까지, 멈추지 않는 행보

단순한 심의 통과에 그치지 않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유족들의 실질적인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억울한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시는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를 쉼 없이 두드리며 다가오는 제78주기 여순사건 합동추념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국가 원수의 참석은 그 자체로 유족들에게는 가장 큰 위로이자 국가 차원의 책임 인정이라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촘촘한 제도 개선을 위한 특별법 개정도 끈질기게 건의 중이다. 유족회 지원을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 손해배상청구권의 객관적 소멸시효 적용 전면 배제, 후유장애를 앓다 사망한 이들의 희생자 인정, 그리고 미신고 희생자를 국가가 직접 발굴할 수 있는 권한의 법제화 등 유족들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한 입법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제주 4·3 수준의 국가적 지원 이끌어낸다

심의 결과를 토대로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에 제출될 진상조사보고서가 완성된 이후의 청사진도 구체화되고 있다. 통합특별시는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후속 조치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우선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와 과거 국가 공권력 남용에 의한 피해를 명백히 인정받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국가 추모기념일 지정 및 정부 주도 추념식 개최를 통해 여순사건을 국가적 역사로 승격시킬 계획이다.

특히 유족들의 생계와 직결된 배상 및 보상 문제에 있어서는 '제주 4·3 사건' 수준의 명확한 기준 마련을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촉구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지역 내에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상처를 보듬을 대규모 국가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총 1천500억 원 규모의 ‘여순10·19 평화공원 조성’을 필두로, 800억 원이 투입될 ‘여순10·19 평화재단 설립’, 133억 원 규모의 ‘여순10·19 트라우마치유센터’ 정식 건립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교육과 치유가 선순환하는 명예회복 체계를 굳건히 다진다는 구상이다.

◆ 고령의 유족을 위한 '시간과의 싸움'

이날 실무위원회를 직접 주재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유족들을 향한 깊은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민형배 시장은 “올해는 여순사건이 발생한 지 78주기가 되는 해이자, 천신만고 끝에 특별법이 제정된 지 5주년이 되는 매우 뜻깊은 해”라고 운을 떼며, “유족 대부분이 고령이신 만큼 이분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하루빨리 진실을 규명하고 빼앗긴 명예를 되찾아 드려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민 시장은 “이번 심의를 끝으로 진상규명 신고에 대한 우리 실무위원회 차원의 사실조사는 모두 매듭지어졌지만, 진상조사보고서의 완벽한 작성과 그에 따른 국가 차원의 후속 조치라는 거대한 산이 아직 남아 있다”며, “실무위원회의 판단 하나하나가 희생자와 유족의 78년 맺힌 한을 풀어주는 열쇠가 되는 만큼, 완전한 진실 규명과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는 그날까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가장 선봉에 서서 싸워 나가겠다”고 굳은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