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전처 "법원 판단 감사, 재산분할 비율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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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게임사 창업자 지분, 이혼으로 2조5517억원 재산분할
공동 창업자의 기여도,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하다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희망스튜디오 이사장의 전처 이모 씨가 이혼소송에서 약 2조5500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을 받게 됐다.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비상장 기업의 창업자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졌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정동혁 부장판사)는 9일 이 씨가 권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권 이사장이 이 씨에게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로 지급하고 현금 65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평가한 권 이사장 보유 주식 가치는 약 7조1049억원이다. 이 가운데 35%는 약 2조4867억원에 해당한다. 여기에 현금 650억원을 더하면 재산분할 규모는 약 2조5517억원에 달한다.
이는 기존 국내 이혼소송에서 알려진 재산분할 최고액을 크게 넘어서는 규모다. 종전 최고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인정된 9440억원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단순히 거액의 재산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비상장 게임회사의 창업자 지분 자체가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됐다는 점이다.
스마일게이트는 권 이사장이 창업한 국내 게임 기업이다. 대표적인 게임 지식재산권으로는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 모바일 게임 ‘에픽세븐’ 등이 있다.
스마일게이트에 따르면 크로스파이어는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누적 이용자 수가 12억명에 이른다. 로스트아크는 세계 160여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회사는 게임 개발과 서비스뿐 아니라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 투자, 플랫폼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대형 게임사 가운데서도 해외 시장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는 2020년 크로스파이어와 에픽세븐, 로스트아크 등의 성과에 힘입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해외 매출 비중은 83.7%였다.
스마일게이트는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처럼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와는 차이가 있다. 비상장 기업인 만큼 일반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매일 거래 가격을 확인할 수 없고, 회사 지분의 가치를 산정할 때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권 이사장의 주식 가치를 약 7조1049억원으로 평가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주식시장에 형성된 현재 주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비상장 회사의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지가 재산분할 금액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혼할 때 재산은 어떤 기준으로 나눌까.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부부가 이혼하면서 재산분할에 합의하지 못하면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도 같은 규정이 준용된다.
핵심은 ‘명의’보다 ‘기여’다. 남편 명의로 된 부동산이나 주식이라고 해서 이혼할 때 무조건 남편의 재산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혼인 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재산을 형성하거나 유지·증식하는 데 기여했다면 명의자가 누구인지와 별개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법원도 재산분할 제도의 주된 목적을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부별산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혼할 때에는 재산의 명의와 관계없이 재산 형성 및 유지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 정도 등을 고려해 각자의 몫을 정한다는 취지다.
재산분할 대상에는 부동산이나 예금뿐 아니라 주식과 회사 지분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도 포함될 수 있다.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인지, 그 재산의 유지와 증식에 상대방이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등이 사건별로 판단 대상이 된다.

반대로 결혼하기 전부터 한쪽이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상속·증여를 통해 개인적으로 취득한 재산 등은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으로 분류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그렇다고 특유재산이 언제나 분할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유재산이라도 다른 배우자가 해당 재산의 유지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감소를 막거나 증식에 기여했다고 인정되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재산분할 비율 역시 법률에 ‘무조건 50 대 50’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혼인 기간, 부부 각자의 경제활동, 소득, 가사노동, 재산 형성 과정, 재산의 취득 경위와 유지·증식에 대한 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건별로 비율을 정한다.
이 때문에 거액의 기업 지분이 걸린 이혼소송에서는 배우자가 회사의 창업이나 경영에 얼마나 관여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 씨 측은 자신을 스마일게이트의 공동 창업자로 보고 지분 50%를 요구했다. 반면 법원은 이 씨 측의 공동 창업자로서의 기여를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요구한 50%가 아닌 35%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판단했다.
이 씨 측 법률대리인은 판결 이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재판부가 이 씨의 공동 창업자로서의 기여를 상당 부분 인정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 이사장이 혼인 파탄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점과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한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씨 측은 공동 창업이라는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면 35%라는 재산분할 비율은 아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당초 요구한 50%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점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재산분할은 기본적으로 혼인 기간 동안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고 분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위자료는 이혼에 이르게 된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는 성격을 갖는다.
즉 한 배우자에게 이혼 책임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재산이 자동으로 모두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이혼 책임이 없다고 해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한 분할청구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번 판결에서도 재산분할과 혼인 파탄 책임 문제는 별도로 판단됐다. 이 씨 측은 권 이사장이 혼인 파탄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재판부가 기각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가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과정도 이번 재산분할 규모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대표작인 크로스파이어는 2007년 출시된 온라인 FPS 게임이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스마일게이트가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회사는 이후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등으로 게임 IP를 확대했고, 게임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스마일게이트는 게임 IP를 다른 콘텐츠로 확장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를 기반으로 한 e스포츠 대회와 영상 콘텐츠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게임 하나의 매출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IP 자체의 가치를 키우는 방식이다.
권 이사장은 게임 사업을 통해 확보한 자산을 문화·사회공헌 분야에도 활용해왔다. 희망스튜디오는 아동과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는 조직으로, 권 이사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번 판결의 재산분할 방식도 눈길을 끈다. 법원은 권 이사장이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의 35%를 현금으로 환산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대신 주식 자체를 현물로 분할하도록 했다. 여기에 현금 650억원을 별도로 지급하도록 했다.
현물분할은 재산 자체를 넘기는 방식이다. 부동산이라면 부동산의 지분을 나누거나 특정 재산을 이전하는 방식이 될 수 있고, 주식이라면 해당 주식 자체를 상대방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이 씨는 스마일게이트 지분을 직접 보유하게 된다. 다만 1심 판결인 만큼 향후 항소 여부에 따라 최종적인 재산분할 규모와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씨 측 법률대리인은 항소 여부와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받은 뒤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비상장 기업 창업자의 이혼 과정에서 회사 지분의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고, 공동 창업자로 참여한 배우자의 기여가 재산분할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특히 한국의 재산분할 제도에서는 단순히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느냐’만으로 재산의 귀속이 결정되지 않는다. 혼인 기간 동안 해당 재산이 어떻게 형성됐고 각 배우자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했는지를 따져 실제 기여 정도에 맞춰 분할 비율을 결정한다는 것이 법원의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