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 문화 비판했었다는 용혜인, 알고 보니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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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피해자 앞에 '사과 유보'…당시 발언과 현재 설명 엇갈려
성평등부 장관 후보, 성차별 논란 대응 이력 본격 검증 불가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자신이 참여했던 비공개 정파 ‘언더조직’의 성차별적 문화를 비판했다고 밝혔지만, 다소 다른 부분이 드러났다.

10일 SBS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관련 논란이 처음 불거졌던 당시에는 용 후보자가 노동당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반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회의에서 용 후보자가 직접 한 발언과 이후 진행된 진상조사 결과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과거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10일 용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과거 언더조직에 참여했던 사실과 조직 내부에 성차별적 문화가 존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자신 역시 해당 조직문화로 인해 상처를 받았으며,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동료들의 주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성차별적 글과 관련해서는 자신 역시 해당 내용을 처음 접했을 당시부터 잘못된 내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용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성차별적 글 관련해서 저 역시 그 글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낡고 잘못된 이야기를 아직도 하느냐라고 비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회의에서 남긴 발언을 보면 현재 설명과 비교할 때 논란이 될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논란은 2018년 2월 이가현 전 알바노조 위원장이 언더조직 내부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한 교육 내용을 폭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전 위원장은 언더조직에서 혼전순결과 낙태금지를 강조하는 교육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혼전순결은 결혼 전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낙태금지 교육은 임신중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내용을 구성원들에게 교육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당시 폭로의 핵심이었다.

문제는 해당 조직이 일반적인 공개 정당조직과 달리 비공개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점이었다. 언더조직의 활동과 조직문화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노동당 내부에서도 조직의 책임과 당의 대응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노동당은 논란이 확산하자 전국위원회를 열어 대국민 사과문 발표 여부를 논의했다. 당시 회의에는 용 후보자도 참석했다.

그런데 용 후보자는 사과문 발표에 찬성하는 쪽이 아니라 반대 토론자로 나섰다.

용 후보자는 2018년 3월 당시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피해 사실과 가해 사실 여부는 물론이고 사실관계조차도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당시 용 후보자는 피해를 주장하는 당원들을 표현하면서 ‘피해자’라는 단어 대신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말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에게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피해호소인들의 치유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은 성폭력이나 성차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을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지칭할 때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 표현이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이 아닌 단순한 호소 수준으로 낮춰 받아들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라는 표현은 사건의 사실관계가 확정됐다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 반면, ‘피해호소인’은 아직 피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과 문제 제기를 신뢰하기보다 의심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당시 용 후보자가 반대한 것은 노동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였다.

성차별적 교육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행위의 주체가 언더조직이라면 노동당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당시 용 후보자의 주장이었다.

그는 사과문 원안과 수정안 모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과문 발표에) 다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과문을 내놓는 일 또한 저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과문 원안과 수정안 모두를 부결시켜 주시기를 전국위원분들께 요청드립니다”

당시 회의에서는 다른 당원들의 반발도 나왔다. 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당원들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노동당이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를 묻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대국민 사과문 발표 안건은 부결됐다.

당시 용 후보자가 사과문에 반대한 가장 중요한 근거는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폭로가 나온 직후 특정 조직이나 정당의 책임을 확정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후 노동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폭로 이후 진행된 조사 과정에서 언더조직의 존재와 운영 실태, 조직 내부 문화 등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 최초 폭로자인 이가현 전 위원장이 제기했던 혼전순결과 낙태금지 교육 문제 역시 진상조사의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 과정에서 언더조직 내부에서 실제로 혼전순결과 낙태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교육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초 폭로 이후 약 석 달 만에 관련 교육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이후 용 후보자의 당시 대응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성차별 문제를 폭로한 당원들이 오히려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취급됐다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용 후보자에 대한 조사도 요청했다. 성차별적 조직문화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의 주장을 후보자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현재 확인되는 과거 회의 기록에서는 용 후보자가 성차별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당의 공식 사과에 반대했다는 걸 확인해볼 수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특히 용 후보자가 현재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과거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성평등 정책을 비롯해 여성·가족·청소년과 관련된 정책을 담당하게 된다. 성차별이나 성폭력 등 젠더 관련 현안에 대한 정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 때문에 후보자의 과거 정치활동 과정에서 성차별 논란이 발생했을 때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단순한 과거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당시의 판단과 현재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용 후보자가 당시 언더조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와 함께 2018년 성차별 논란이 발생했을 때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청문회에서 핵심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