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정상인데 가슴 헉…심장 돌연사 막을 '새 열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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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삼성서울병원 공동연구팀,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MRR) 유용성 규명… 세계 최고 권위 '유럽심장학회지' 등재 쾌거

그동안 진단이 까다로워 방치되기 일쑤였던 '관상동맥 미세혈관 질환'의 고위험 환자를 정확하게 선별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진단 지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심혈관 질환의 예측과 예방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의료계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 큰 혈관 멀쩡해도 방심 금물… '미세혈관'이 시한폭탄
전남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승헌·안준호 교수(공동 제1저자)와 홍영준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 이주명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가 심장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인용지수 45.3)’ 최신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CMD)는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거대한 관상동맥에는 뚜렷한 막힘(협착)이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혈관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흉통이나 심근허혈을 유발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기존 검사로는 큰 혈관 위주로만 상태를 파악하기 때문에, 미세혈관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랐다.
◆ 'MRR' 지표의 발견… 간결하고 정확한 고위험군 선별
지금까지 의료 현장에서는 미세혈관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관상동맥 혈류 예비력(CFR)이나 미세혈관 저항 지수(IMR) 등 여러 지표를 복잡하게 혼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MRR, Microvascular Resistance Reserve)’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평가지표다.
MRR은 심장이 더 많은 혈류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관상동맥 미세혈관이 자체적으로 혈관 저항을 얼마나 유연하게 낮출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수치가 낮게 나올수록 미세혈관의 확장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복잡한 기존 지표들을 종합할 필요 없이, MRR 하나만으로도 큰 관상동맥의 영향을 배제한 채 미세혈관 고유의 기능을 매우 간결하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제 임상 데이터로 입증해 냈다.
◆ 추적 관찰 결과,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 2배 육박
연구팀은 MRR 지표의 실질적인 유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2022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국내 7개 대형 의료기관이 참여한 'FLOW-CMD' 연구 등록 환자 무려 1,003명의 방대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MRR 수치가 2.5 이하로 떨어져 미세혈관 기능장애로 분류된 환자가 전체의 33.3%인 334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의 예후다. 연구팀이 환자들을 중앙값 1.9년 동안 면밀히 추적 관찰한 결과, MRR 지표를 통해 미세혈관 기능장애 판정을 받은 환자군은 정상군에 비해 향후 주요 심혈관 사건이 발생할 위험성이 무려 1.94배나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2년 내 심혈관 사건 발생 추정 비율 역시 정상군(8.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8.2%에 달했다. 이는 MRR이 단순한 진단을 넘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미래의 예후까지 예측하는 강력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유럽심장학회 달군 쾌거, 세계 심장 질환 치료 선도
국내 연구진의 이번 쾌거는 국제 무대에서도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연구 결과는 최근 독일 뮌헨에서 성대하게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Congress 2026)'의 하이라이트인 ‘최신 임상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 메인 세션에 당당히 선정되어 전 세계 심장 전문의들 앞에서 공식 발표됐다.
대한심근경색학회 초대 회장이자 논문의 교신저자인 전남대병원 홍영준 교수는 “과거 여러 지표의 퍼즐을 맞춰야 했던 복잡한 진단 과정을 'MRR'이라는 단 하나의 지표로 명쾌하게 정리한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며, “이 획기적인 지표가 실제 환자의 생존율과 직결된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만큼, 향후 글로벌 심혈관 질환 치료의 새로운 표준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올해 5월 동일한 FLOW-CMD 연구 결과를 의학계 3대 저널로 꼽히는 '란셋(The Lancet, 인용지수 109)'에 게재한 데 이어 이번 유럽심장학회지 등재까지 연타석 홈런을 치며, 관상동맥 미세혈관 질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압도적인 연구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