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5개 면적 잿더미... 태화강 억새밭 불 지른 방화범이 받은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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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억새밭 3만5000㎡ 태워…축구장 5개 규모 소실
일주일 새 두 차례 방화…법원 “공공 위험 크지만 심신미약 참작”

울산 태화강 물억새 군락지에 불을 질러 축구장 5개 규모를 태운 5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불에 타고 있는 울산 태화강 물억새 군락지 모습. '울산MBC뉴스' 보도 화면 캡처 / 울산MBC뉴스 독자 제보 영상
불에 타고 있는 울산 태화강 물억새 군락지 모습. '울산MBC뉴스' 보도 화면 캡처 / 울산MBC뉴스 독자 제보 영상

울산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영제)는 11일 일반물건방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명령했다. 검찰은 A 씨에 대한 치료감호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A 씨가 이미 스스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방화 범죄가 공공의 안전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위험성이 크고, A 씨의 범행으로 실제 억새밭에 큰불이 나 다수의 소방 장비와 인력이 투입되는 등 상당한 위험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A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 재산피해액이 비교적 크지 않은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나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해 형을 정했다.

불에 타고 있는 울산 태화강 물억새 군락지 모습. '울산MBC뉴스' 보도 화면 캡처 / 울산MBC뉴스 독자 제보 영상
불에 타고 있는 울산 태화강 물억새 군락지 모습. '울산MBC뉴스' 보도 화면 캡처 / 울산MBC뉴스 독자 제보 영상

A 씨는 지난 1월 일주일 간격으로 울산 도심 하천변 억새밭에 두 차례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먼저 1월 17일 울산 중구 동천강변에서 라이터로 억새에 불을 붙여 약 16㎡를 태웠고, 일주일 뒤인 24일에는 자전거를 타고 울산 북구 명촌교 인근 태화강 물억새 군락지를 지나며 다시 억새 등에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두 번째 범행은 앞선 화재와 달리 대형 화재로 번졌다.

당시 오후 7시 26분쯤 명촌교 주변에서는 5~6곳에서 거의 동시에 불길이 치솟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건조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메마른 날씨에 강바람까지 불면서 불은 마른 억새를 타고 빠르게 번졌고, 인근 도로와 아파트 단지에서도 불길을 목격한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소방당국은 차량 50대와 인력 180여 명을 투입해 약 1시간 만에 불을 껐지만 물억새 군락지 약 3만 5000㎡가 소실됐다. 약 1만 587평으로 축구장 5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재산피해는 약 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잿더미' 된 울산 명촌교 억새밭 / 뉴스1
잿더미' 된 울산 명촌교 억새밭 / 뉴스1

화재가 여러 지점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시작되자 경찰은 초기부터 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자전거를 타고 물억새 군락지 주변을 오가는 모습과 그가 지나간 뒤 불이 시작되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변 CCTV를 연결해 A 씨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고 화재 발생 하루 만에 신원을 특정해 1월 25일 오후 6시 20분쯤 울산 남구의 한 도로에서 긴급체포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A 씨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서 라이터로 억새에 불을 붙인 정황이 확인됐고, 경찰은 일주일 전 동천강변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A 씨가 저지른 것으로 보고 함께 수사했다. 이후 경찰이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고 A 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넓은 면적의 억새밭이 불에 타고 대규모 소방 인력이 투입된 만큼 범행에 따른 공공의 위험이 작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도 A 씨의 정신 상태와 범행 인정 여부, 피해 정도와 전과 등을 종합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