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해외 영화잡지가 “올해 가장 정신 나간 영화”라며 극찬한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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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 별점 4점 매기며 호평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가 북미 관객과 평단에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영국 영화지 엠파이어가 '호프'를 "올해 가장 정신 나간 영화"라며 극찬했다.

엠파이어 리뷰를 쓴 해리 스테이너는 10일(현지시각) '호프'를 두고 "한국의 가장 인상적인 감독이 내놓은 또 하나의 미친 비전"이라고 설명하며 별점 4점(5점 만점)을 매겼다.
그는 한국 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인 만큼 안전한 블록버스터를 예상할 법했지만 '호프'는 그런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봤다. 스테이너는 이 영화가 '슈퍼 에이트'나 '클로버필드'처럼 괴수가 날뛰는 영화보다 "훨씬 크고 더 미친 시도"라며 "완전히 다른 종류의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특히 속도감에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스테이너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이후 가속페달을 이토록 세게 밟은 영화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긴장감이 팽팽한 첫 한 시간이 지나면 "올해 가장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인상적인 액션"이 펼쳐진다고 했다. 발을 딛고 말에 올라 다시 차로 이어지는 추격 장면을 두고는 "도대체 이걸 어떻게 찍었나 싶은" 대목이라고 했다. 마이클 파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등장하는 순간에 대해서도 "입이 떡 벌어지는 등장"이라고 감탄했다.
두 주연에 대한 평가도 후했다. 스테이너는 황정민이 무뚝뚝한 겉모습 뒤로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 몰린 경관을 그려낸다고 했다. 유탄발사기를 쏘며 등장하는 정호연을 두고는 "여기서 액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그는 정호연이 "수천 발의 소총탄을 쏘아대면서도 영화의 더 애틋한 순간을 균형 있게 잡아낸다"고 평했다.

깊이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 스테이너의 평가다. 그는 북한과 가까운 데다 낯선 이를 경계하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붙은 마을이 외부의 존재에 곧장 공격적으로 돌변한다며 "폭발과 총성 너머를 찾는 이들에게도 사랑할 거리가 많다"고 했다. 다만 그는 "완벽하지 않은 CGI를 넘길 수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설정이 쏟아지는 마지막 10분을 두고는 "이 영화가 파트1임을 분명히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에 매료된 관객이라면 "더 보고 싶어 발을 구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호평 덕분일까. 흥행 성적이 준수하다. 박스오피스 모조 집계를 보면 '호프'는 북미 개봉일인 지난 9일 1560개 극장에서 110만 달러(약 14억8000만원)를 벌어 박스오피스 2위로 진입했다. 같은 날 1위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다. 2312개 극장에서 126만2245달러를 거뒀다. 3위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로 3520개 극장에서 100만1745달러를 기록했다.

효율에서는 '호프'가 이날 개봉작 중 가장 앞섰다. '호프'의 극장당 평균 매출은 705달러로 집계된 작품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체 매출은 2위였지만 극장 수 대비 성적에서는 1위였다.
이 기록은 북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개봉일 매출이기도 하다. 역대 1위는 심형래 감독의 '디 워'다. 2007년 북미 개봉 첫날 2277개 극장에서 160만2000달러를 거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호프'를 비중 있게 다뤘다. 리뷰를 쓴 앨리사 윌킨슨은 특히 촬영에 찬사를 보냈다. '기생충'과 '버닝'을 찍은 홍경표 촬영감독과 함께 나 감독이 질주와 추격, 말을 타는 장면까지 "발레처럼 우아하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윌킨슨은 "화면에 담긴 기교는 종종 아름답다"고 했다.
윌킨슨은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도 주목했다. 공포나 액션 영화에서 관객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누구를 선한 편으로 정하는지를 되묻는다는 것이다. 그는 비무장지대(DMZ) 인근 가상 마을이라는 배경을 짚으며 '호프'가 "괴수 영화인 만큼이나 우화"라고 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펀치가 제대로 꽂히도록 끝까지 볼 만하다"며 "총이 불을 뿜기 시작해도 머리를 꺼두지는 마라"고 당부했다. 다만 윌킨슨은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고 인물이 다소 평면적이라는 아쉬움도 함께 남겼다.
평점 사이트에서도 초반 반응은 우호적이다. 로튼토마토에서 '호프'는 11일 오전 기준 토마토지수 80%, 팝콘지수 77%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처럼 북미에서도 호불호는 뚜렷하게 갈렸다. 만점을 준 관객은 "대담하고 엉뚱한 방식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속편이 나올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한 평론가는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꼭 봐라"라고 추천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자리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에게서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온 마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 등이 주연을 맡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15일 개봉해 이날까지 누적 관객 455만 명을 기록 중이다.
북미 배급은 '기생충'을 현지에 선보인 네온이 맡았다. 네온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등 화제작의 북미 배급을 담당해 온 배급사다. '호프'는 한국 영화 해외 선판매 사상 최고액을 경신하며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와 권역에 선판매됐다. 이를 통해 순제작비의 절반 수준을 개봉 전에 이미 회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