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콜록콜록... 현직 의사가 말하는 '독감·감기 구별하는 법'
작성일
어제저녁 잘 잤는데 갑자기 중증강도 진행하면 독감
감기는 서서히 진행하고 독감은 빠르고 강하게 진행
코로나 땐 발열·인후통·기침·콧물... 심하면 호흡곤란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두 달가량 빠르게 시작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이른바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는 지금 상황이 큰 유행으로 그대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1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현재 독감 유행 상황을 두고 "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엄 교수는 "지난주 일반 의원에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으로 온 환자 비율이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이라며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12.9명을 2배 이상 이미 초과했다"고 밝혔다.
엄 교수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인플루엔자 환자는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엄 교수는 "예년보다 확실히 빠르고 아주 가파르게 유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11 0시부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엄 교수는 이 조치의 의미를 두고 "인플루엔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유행이 시작됐다는 공식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행주의보가 내리면 병의원들은 환자를 볼 때 인플루엔자를 먼저 의심하고 가급적 빠르게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는 계기로 삼게 된다"며 "특히 영유아나 임산부, 고령자, 만성질환자 같은 고위험군은 치료를 빨리 받도록 권고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유행이 이례적으로 일찍 찾아온 원인에 대해 엄 교수는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엄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인플루엔자 유행이 거의 없었는데 2023년 이후부터 다시 유행하고 있고, 그 양상이 해마다 다르다"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이나 최근 독감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양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의 약 99%는 A형이다. 이 가운데 2009년 신종플루를 일으켰던 H1N1 바이러스가 대부분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엄 교수는 "이 H1N1 신종플루형에 아주 소규모의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는 아직 분석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7~12세 어린이에서 환자 발생이 두드러진다. 이 연령대의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75.1명 수준으로 매우 높다. 엄 교수는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 같은 집단생활 공간에서 밀접 접촉이 많고 환기가 어려워 비말 전파가 쉽게 일어난다"며 "여기에 개학 시기가 겹치면서 아이들이 다시 모여 확산 속도가 높아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연령층에서 유행이 먼저 시작되는 것은 인플루엔자의 역학적 특성이라는 게 엄 교수의 설명이다. 엄 교수는 "과거에도 인플루엔자가 계절 유행을 할 때 주로 어린이 연령층에서 환자 발생이 시작돼 청소년, 성인, 고령층으로 번져나갔다"며 "어린이 연령층은 개인위생 준수율이 떨어지고 신체 접촉 빈도가 높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침저녁으로 벌어진 일교차도 유행에 영향을 미쳤다. 엄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 시기에 바이러스 활성도가 높아지는 게 여러 연구에서 이미 증명됐다"며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습도가 낮아지고 건조해지는 상황이 이번 유행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도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엄 교수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가 7월부터 유행해 8~9월을 거쳐 인플루엔자 유행 전에 끝났는데, 올해는 7월 이후에도 환자 증가가 별로 없다가 4주 전부터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원 환자가 4주 전 15~20명 수준에서 지난주 193명까지 늘었다"며 "거의 4~5배 증가한 것으로, 주변에 경증 환자가 그만큼 많이 늘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동시에 상승 곡선을 그리는 전형적인 트윈데믹 양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엄 교수는 코로나19가 다시 증가한 배경으로 유행 주기의 이동을 꼽았다. 엄 교수는 "코로나19는 8~9개월, 길게는 10~11개월 주기로 유행이 반복되는데 엔데믹 전환 이후 절기마다 유행 기간이 2~3개월씩 밀리고 있다"며 "코로나19 유행이 봄에서 여름, 가을, 겨울로 계속 밀려가는 반면 인플루엔자는 반대로 빨라지면서 올해 유독 겹침이 더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두 감염병의 증상이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엄 교수는 코로나19 증상으로 발열과 인후통, 기침, 콧물, 심한 경우 호흡 곤란 등을 들면서 "독감과 조금 다르다면 독감이 더 짧은 시간에 강하게 증상이 시작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감과 일반 감기의 차이도 진행 속도에 있다. 엄 교수는 "어제저녁 편하게 잘 잤지만 오늘 아침 갑자기 아프기 시작하는 급격한 진행과 매우 심한 증상의 강도가 독감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감은 통상 38~39도가 넘는 고열이 갑작스럽게 오면서 온몸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프거나 머리가 깨지는 것처럼 아픈 증상이 인후통, 콧물과 함께 급격하게 심해진다"며 "일반 감기가 서서히 진행하는 반면 독감은 빠르고 강하게 진행한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가장 큰 걱정은 예방접종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다음 달 12일부터 시작된다. 엄 교수는 "접종을 시작하기까지 한 달 반 이상의 공백기가 생기는 데다,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2~3주가 걸려 실제로는 두 달 정도의 공백기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파력은 어린이·청소년에서 높지만 중환자와 사망자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만성질환, 면역저하 질환이 있는 이들에게서 발생한다"며 "독감이 조기에 유행하는 것만으로도 환자뿐 아니라 중환자와 사망자가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공백기 동안 지켜야 할 수칙으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을 꼽았다. 엄 교수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기본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위험군인 영유아나 임산부, 고령자는 증상이 있을 때 참지 말고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을 빨리 방문해 신속항원검사로 감별하고, 필요하면 항바이러스제를 24시간 이내, 최소 48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중증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로도 충분하다는 게 엄 교수의 설명이다. 엄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KF94 같은 고성능 마스크가 아니라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마스크만 착용해도 충분히 예방 효과가 있다"며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모두 일반 마스크만으로도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을 맞고도 독감에 걸렸다는 사례에 대해서는 접종 목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엄 교수는 "백신 접종의 목표는 감염을 완전히 예방하는 게 아니다"라며 "고위험군의 접종률을 최대한 높여 전체 유행을 줄이는 것이 첫 번째, 입원과 중환자 진행을 막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을 맞으면 감염 자체를 100% 막지는 못해도 입원하거나 중환자가 될 확률을 적어도 70~80% 이상 예방한다"고 덧붙였다.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은 함께 맞아도 된다. 엄 교수는 "질병관리청도 그렇고 전 세계적으로 두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것이 편리성과 효과,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돼 있어 동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법으로는 먹는 항바이러스제와 주사제가 있다. 엄 교수는 "먹는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하거나, 최근 나온 주사제로 한 번에 투여해 치료를 마무리하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궁극적인 치료 결과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먹는 약은 하루 두 번씩 5일을 복용해 치료 속도가 느리고 부담이 있는 반면 주사제는 한 번만 맞아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독감의 합병증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인플루엔자가 무서운 이유는 감기몸살처럼 지나가는 게 아니라 호흡기 점막을 공격해 폐렴을 일으키고, 바이러스 감염이 지나간 뒤 2차적으로 세균성 폐렴이 합병되기 때문"이라며 "폐렴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패혈증까지 진행해 사망하는 중증 호흡기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드물지만 인플루엔자 자체로 심장이나 뇌에 염증이 생기거나 횡문근융해증 같은 중증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사망률이 높고 후유증도 많이 남아 조기 치료와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아·청소년을 둔 부모를 향해서는 세심한 관찰을 당부했다. 엄 교수는 "아이가 인플루엔자로 의심되거나 진단되면 적어도 3일 정도는 경과를 잘 지켜봐야 한다"며 "항바이러스제를 먹었는데도 48~72시간 이내에 열이 떨어지지 않거나 호흡 곤란, 의식 저하가 나타나면 집에서 지켜보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등원·등교 시점에 대해서는 "기침, 가래, 콧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사라진 뒤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앞으로의 유행 양상에 대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엄 교수는 "환자 비율이 살짝 올라갔다가 2~3주 이내에 잠깐 떨어진 뒤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 있을 수 있고, 이 상태에서 그대로 정점까지 계속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지금 상황에서 그대로 큰 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보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