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는 수출 역대급인데… 국내 한식당은 1년 새 6000곳 증발
작성일
K-푸드 수출은 최고조, 국내 한식당은 왜 6000곳 폐업했나
해외에서는 K-푸드 열풍이 한창인데, 정작 국내 한식당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기에도 오히려 늘어나던 한식음식점이 최근 1년 새 6000곳 넘게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식음식점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40만 9300명→40만 3299명…1년 새 6001명 감소
11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한식음식점 사업자는 40만 3299명으로, 1년 전인 지난해 7월(40만 9300명)보다 6001명(1.46%) 줄었다. 한식음식점에는 백반·죽·찌개·찜 등을 파는 일반 한식점, 냉면·칼국수·국수 등을 파는 면 요리점, 쇠고기·돼지고기 구이와 회를 파는 고깃집, 한국식 횟집·생선구이집 같은 해산물요리점이 모두 포함된다. 반면 같은 기간 초밥집과 일식 횟집, 일식 우동 전문점 등을 아우르는 일식음식점 사업자는 2만 3451명으로 전년 동기(2만 3201명)보다 250명(1.07%) 오히려 늘었다.
코로나 때도 늘던 업종이 지난해부터 꺾였다
한식음식점의 이번 감소세가 더 눈에 띄는 이유는 그동안의 흐름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한식음식점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았던 2020~2022년에도 사업자 수가 오히려 늘었던 업종이다. 2019년 38만 6161명이던 사업자 수는 2020년 39만 7465명, 2021년 40만 4871명, 2022년 40만 8019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2023년(41만 323명)과 2024년(41만 1145명)에도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지난해 40만 6075명으로 감소로 돌아선 뒤 올해 7월까지 그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6년 1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를 봐도 한식 음식점업 경기지수는 73.04로, 전체 외식산업 평균(76.78)을 밑돌았다.
사장님 평균 56.7세…배달앱은 10곳 중 8곳이 '외면'
외식업계는 업주들의 고령화와 낮은 배달 활용도, 원재료비 부담 등을 한식음식점이 쪼그라든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통계보고서'를 보면 한식점 사업주의 평균 연령은 56.7세로, 전체 일반음식점 평균(53.7세)보다 3세 많다. 사업주 평균 연령이 가장 어린 커피전문점(46.4세)과 비교하면 10세 넘게 차이가 난다.
배달 활용도 역시 낮은 편이다. 한식점 10곳 중 8곳(79.2%)은 배달앱을 쓰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배달 방식을 취급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86.8%에 달했다. 밑반찬과 뜨거운 국물 요리가 많은 한식 메뉴 특성상 배달 포장 자체가 까다롭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재료비는 5번째로 비싸…삼겹살값 1년새 11.8%↑
원가 부담도 상당하다. 한식업의 평균 식재료비는 1만 1990원으로 전체 음식점 평균(1만 377원)보다 높다. 전체 18개 음식점 업종 가운데 기관 구내식당업(1만 6788원), 출장·이동음식점업(1만 5491원), 일식음식점업(1만 4448원),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음식점업(1만 3502원)에 이어 다섯 번째로 비싼 수준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삼겹살 1인분의 재료비는 1만 19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올라, 한식당을 짓누르는 원가 부담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간편식 소비 확산도 한식음식점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식품·외식비 부담으로 즉석섭취식품 소비가 확대돼, 올해 간편식 시장이 7조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굳이 한식당을 찾지 않아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데워 먹을 수 있는 국·찌개류 간편식이 늘어난 점도 한식당 매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K푸드는 뜨는데 국내는 폐업 악순환"
역설적인 것은 이런 국내 위축과 달리 해외에서는 한식의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플러스(K-Food+) 수출액은 136억 2000만달러(약 19조 4000억원)로 전년보다 5.1% 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외에서는 한식이 각광받는 사이, 정작 국내 한식당은 문을 닫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한식당이 재룟값과 보관 비용, 인건비에 민감한 업종이지만 최저임금과 재료비가 올라도 음식 가격을 쉽게 인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마진이 떨어지고 대출 빚이 쌓이면서 결국 장사를 접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차 본부장은 고물가에 대응할 긴급경영안정자금이나, 현장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