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유행이 다시… 2030이 요즘 푹 빠진 취미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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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손으로 직접 하는 재미에 빠진 2030세대
SNS가 부른 아날로그 열풍, 인라인스케이트부터 스도쿠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는 최근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2000년대 초반 동네 골목에서 초등학생들이 흔히 타던 인라인스케이트를 2030세대가 다시 신기 시작한 것이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어기적거리며 걷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제법 능숙하게 공원을 가로지르는 이들도 눈에 띈다. '레트로 아이템'으로 여겨지던 인라인스케이트가 20여 년 만에 젊은 세대의 새로운 놀거리로 떠오른 셈이다.


스마트폰이 대신 못 해주는 '직접 하는 재미'


인라인스케이트만이 아니다. 숫자 퍼즐 게임인 스도쿠 역시 최근 2030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취미의 공통점은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이 대신해줄 수 없는, 몸과 손으로 직접 해내는 재미에 있다. 이미 겪어본 세대의 추억 되살리기에 그치지 않고, 정작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Z세대까지 가세하면서 아날로그 활동이 새로운 취미 영역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3월 전국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날로그 감수성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9.9%가 디지털 기기 사용이 많아질수록 아날로그 활동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아날로그적인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응답도 64.3%에 달했다. 그렇다고 AI 사용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챗GPT 등 대화형 AI를 매일 사용한다는 응답이 36.9%로 나타났고, 실제로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모바일 앱 시장 누적 신규 설치 1위는 챗GPT(534만 건)로, 2위 인스타그램(505만 건)을 앞질렀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 곳곳에 파고들수록, 그 반대편에 있는 손으로 직접 하는 경험의 가치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여료 1시간 4000원…SNS 타고 번지는 '가성비 잼컨'


여의도공원의 인라인스케이트 대여소는 사실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2030세대가 이곳을 찾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유행의 발단은 역설적으로 SNS였다. SNS에서 인라인을 타는 영상과 사진을 접한 이들이 직접 체험하러 나오고, 이를 다시 게시물로 올리면서 콘텐츠가 재생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관련 게시물 조회수는 78만~100만 회에 이르기도 한다. 비싼 장비나 별도 준비 없이 1시간에 4000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른바 '가성비 잼컨(재밌는 콘텐츠)'으로 입소문을 타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잠시 거리를 두려는 이들 사이에서는 스도쿠 역시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엑스(X·구 트위터)에는 직접 푼 스도쿠를 인증하거나 추천 책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고, 해외에서는 '핫걸은 스도쿠를 한다(hot girl do sudoku)'는 문구가 밈으로 통용될 정도다. 이동 중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폰 대신 종이 위 숫자를 채워가는 모습 자체가, 요즘 세대에게는 '힙한 취향'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겪어보지 못한 세대까지 가세…"경험적 레트로 시장 커질 것"


흥미로운 대목은 이런 흐름에 아날로그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까지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오래된 방식이나 제품이 오히려 새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응답은 전체의 60.4%였는데, 연령대별로는 20대가 6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그 시절을 살아본 적 없는 세대가 오히려 옛 방식과 제품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한 시대를 지배하는 문화와 이에 반발하는 문화가 경쟁하며 다음 문화로 이어지는 문화적 반동 현상의 하나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만 이런 아날로그의 부상을 디지털과의 완전한 단절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SNS에서 새로운 아날로그 취미를 발견하고, 이를 직접 경험한 뒤 다시 SNS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영역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공원 인라인스케이트 유행 역시 이런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런 흐름을 발판 삼아 이른바 '경험적 레트로' 시장 자체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라인스케이트처럼 몸과 감각을 직접 써야 하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LP판이나 뜨개질, 보드게임 등 다양한 아날로그 취미가 함께 주목받는 시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