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유가 걱정 안 해도 된다...휘발유·경유 모두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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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유가 급등 속 정부의 국내 휘발유 안정 관리 전략
원유 수입처 다변화로 중동 의존도 70%에서 50%대로 낮춘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유가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전략비축유 활용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수출 물량을 관리해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12일 자신의 SNS에 국내 유가 전망과 관련한 기사를 공유하면서 “국민 여러분은 유가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휘발유·경유 등 국내 정제유 가격은 지속해서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원유 공급과 수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단순히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만 결정하는 지표가 아니다. 원유는 휘발유와 경유뿐 아니라 항공유, 석유화학제품, 각종 산업용 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생산비 등 경제 전반의 비용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
한국은 원유를 국내에서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필요한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와 정유공장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가공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를 수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자동차 연료비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오르면 승용차 운전자뿐 아니라 화물차와 버스 등 운송수단의 비용도 증가한다. 물류비가 높아지면 식품과 생필품을 비롯한 각종 상품의 운송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제조업체는 공장 가동과 제품 운송에 에너지를 사용하고, 항공사와 해운사 역시 연료비의 영향을 받는다. 석유화학업계처럼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산업에서는 원가 부담이 직접적으로 커질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와 연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연료비와 운송비, 생산비 등이 연쇄적으로 높아질 수 있고 기업이 늘어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가계가 지출해야 하는 교통비와 각종 생활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한국 경제가 국제유가 움직임에 민감한 또 다른 이유는 원유 수입에서 중동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비중이 높을수록 해당 지역에서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공급 차질과 운송 차질에 동시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원유 수송에서 중요한 곳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로, 중동에서 생산된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핵심 수송로 가운데 하나다. 이곳의 통항에 문제가 발생하면 실제 원유 생산량이 줄지 않더라도 운송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만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과 원유 수송 차질 가능성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브렌트유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대표적인 기준 가격으로 활용되는데, 가격이 상승하면 세계 각국의 원유 수입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유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국내 주유소 가격이 같은 날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정유사는 국제시장에서 원유를 구입해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실제 국내 판매가격에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 세금, 유통비용 등 여러 요소가 함께 반영된다. 국제유가가 움직인 뒤 국내 주유소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일정한 시차가 발생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도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즉각 같은 폭으로 상승하지 않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정유사와 주유소를 통한 국내 공급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국내 유가 안정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한 것 가운데 하나가 원유 수입처 다변화다. 이 대통령은 “원유 특사 파견 등 원유 외교 강화로 수송비를 보조해 70%에 달했던 중동 의존도를 불과 수개월 만에 50%대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특정 지역에 대한 원유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해당 지역에서 공급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나라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수입처를 여러 국가로 분산하면 특정 지역의 위기가 국내 원유 공급 전체를 흔드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수입처 다변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거리 원유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송비 부담을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중동 이외 지역에서 원유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전략비축유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전략비축유는 국제적인 공급 차질이나 비상 상황에 대비해 정부가 일정량의 석유를 비축해 두는 제도다. 평상시에는 시장에 바로 풀지 않고 비상 상황에서 공급 안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이 대통령은 “전략 비축유 스와프제 도입을 통해 공급 안정성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략비축유를 직접 대규모로 방출하는 방식뿐 아니라 비축유와 민간 보유 물량을 교환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실제 비축량을 지나치게 소진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국내 시장에서 가격이 급격히 뛰는 것을 막기 위한 관리 수단도 가동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고가격제 시행과 수출 물량 통제를 통해 국내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제는 석유제품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국제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국내 소비자가격에 상승분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수출 물량을 조절해 국내에서 사용할 석유제품의 공급량을 확보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매점매석과 담합을 차단하고 착한 주유소 선정 등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을 이유로 실제 원가 상승분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하거나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행위를 막겠다는 의미다.
국내 정유업계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언급했다. 그는 “정유사들은 국제 정제유가 폭등으로 이익이 큰 데다 국내 가격·수출 통제에 따른 손실은 정부가 보전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국내 가격과 수출 물량을 관리하면서 발생하는 정유업계의 부담을 보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정유업계가 얻는 이익과 정부 정책에 따른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 역시 국제유가를 둘러싼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50%로 높은 편이며 전쟁의 종식 시점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중동 의존도가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절반가량을 해당 지역에 의존한다면 중동 정세가 국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거나 원유 수송로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큰 폭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단순히 주유소 가격만 관리하는 것으로 경제적 충격을 모두 흡수하기 어렵다. 운송업체와 제조업체의 비용 증가, 항공·해운업계의 연료비 부담, 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 등 다양한 경로로 충격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가 국제유가를 걱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가정은 주유비 증가를 직접 체감하게 되고,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가정도 물류비와 생산비 상승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제유가는 특정 산업에만 영향을 주는 가격이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 연결된 비용 요인인 셈이다.
정부가 당장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비축유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물리적인 공급 차질을 막는 동시에 국내 가격과 수출 물량을 관리해 국제가격의 충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원유 수송로 및 선박·선원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향후 국내 유가의 핵심 변수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주요 원유 수송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지, 정부의 수입처 다변화가 실제 공급 안정으로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국내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부담과 시장 개입 수준 역시 중요한 변수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