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대신 진열대 싹쓸이… 2년 새 판매량 70% 가까이 폭증한 '이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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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환율에 가계 울상… 육류 소비 지도 재편
지속되는 고물가와 고환율 악재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크게 위축되면서 대한민국 밥상 위 육류 지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물론 외식비 부담이 가파르게 치솟자, 소비자들이 가격이 오른 소고기를 외면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고기, 특히 수입산 삼겹살로 빠르게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늪에 빠진 가계… "고깃집 가기 무섭다"
식음료 물가와 외식 물가가 전방위로 치솟는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구조조정이 가장 먼저 '식복(食福)'에서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및 인건비 증가, 여기에 높은 환율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계가 체감하는 밥상 물가 지수는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이러한 고물가 여파는 육류 소비 패턴을 즉각적으로 변화시켰다. 과거 명절이나 외식용으로 단골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소고기는 높은 가격장벽 탓에 외면받는 반면, 가격 상승 폭이 미미하고 가성비가 뛰어난 수입산 돼지고기가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비싸서 손 못 댄다"… 소고기 소비 2년 연속 급감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다봄'의 판매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산 소고기(한우·육우) 판매량은 1381만 3342㎏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산 소고기 판매량 역시 922만 8933㎏에 그치며 5.4% 감소했다.
연도별 추이를 살피면 소고기 외면 현상은 한층 심각하다. 1~7월 기준 국내산 소고기 판매량은 2024년 1521만 4211㎏에서 지난해 1479만 2905㎏(-2.8%)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또다시 6.6% 쪼그라들었다. 불과 2년 전과 비교하면 국내산 소고기 소비량이 9.2%나 급감한 셈이다.
소고기 소비가 이처럼 찬바람을 맞은 핵심 배경에는 억소리 나는 가격 상승이 있다. 한우 사육 마릿수 감축과 도축 물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국내산 소고기 1등급 안심 소비자가격(9일 기준 100g당 1만 5288원)은 전년 대비 19.1% 폭등했다. 수입산 소고기 역시 고환율 여파를 피하지 못해 미국산 척아이롤(냉장) 가격이 1년 새 21.4% 뛰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조사에서도 지난해 한우 소비를 줄였다고 답한 응답자의 77.7%가 그 이유로 '높은 가격'을 지목해, 고물가 상황 속 가격 저항선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수입산 삼겹살 45.6% 급증… 외식·가정 밥상 모두 돼지고기 '쏠림'
소고기가 비워낸 자리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돼지고기가 빠르게 대체했다. 올 1~7월 국내산 돼지고기 판매량은 4448만 315㎏으로 전년 대비 2.4% 늘었고, 수입산 돼지고기 판매량은 1265만 8799㎏으로 무려 45.6% 폭증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수입산 돼지고기 판매 증가율은 69.9%에 달한다.

특히 수입산 삼겹살 판매량이 48.9% 급증하며 돼지고기 소비 열풍을 견인했다. 이는 해외 유통 물량 증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농업관측센터 집계 결과 1~7월 돼지고기 총 수입량은 33만 1000톤으로 전년 대비 14.3% 늘었는데, 유럽연합(EU)산 수입량이 51.9% 폭증했고 삼겹살 수입량도 40.2% 늘어났다.
가격 안정성이 소비를 가른 셈이다. 국내산 삼겹살 소매가격(100g당 2972원)과 수입산 삼겹살(1529원)은 전년 대비 각각 1.2%, 1.1% 오르는 데 그쳐 소고기에 비해 가격 부담이 훨씬 적었다. 수입산 돼지고기를 구매한 소비자 중 40.8%가 '저렴한 가격'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가정 밥상과 외식 시장의 명암… '알뜰 실속형' 소비 공고화
이 같은 변화는 가정 내 장보기와 외식업 현장 모두에서 상반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7월 기준 가정 내 한우 구매량이 전년 대비 0.8% 줄고 외식 점포당 소고기 매출량 지수도 8.4포인트 하락한 반면, 가정 내 수입산 돼지고기 판매량은 53.2%, 국내산 돼지고기는 13.5% 늘어났다. 외식 점포당 돼지고기 판매량 역시 3.9% 증가했다.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부위별 선호도 변화도 감지된다. 여전히 대표 부위인 삼겹살 선호가 압도적이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훨씬 저렴한 앞다릿살과 뒷다릿살을 찾는 비중이 전년 대비 2.0%포인트 늘어난 6.4%를 기록하는 등 '알뜰 실속형' 육류 소비가 점차 정착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악재가 연달아 터지며 가계의 외식비 및 장바구니 예산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소고기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지 못하고 고환율과 고물가가 지속되는 한, 수입산 돼지고기를 위주로 한 가성비 육류 선호 트렌드는 당분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