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호프’ 다 아니다…이동진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라는 역대급 캐스팅 작품

작성일

설경구·전도연·조인성·조여정, 거장이 선택한 역대급 캐스팅의 완성

유명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꼽은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가 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왕과 사는 남자'도 아니었고, 나홍진 감독의 신작으로 호평을 받은 '호프'도 아니었다.

'가능한 사랑' 스틸컷. / NEW 제공
'가능한 사랑' 스틸컷. / NEW 제공

최고의 극찬을 받은 작품의 정체는 바로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다.

'가능한 사랑'은 최근 열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덴마크 마이 엘투키 감독의 '우먼 언노운'에 돌아갔으나, 한국영화가 베네치아 경쟁부문에서 트로피를 안은 건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이동진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제가 본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입니다. 어쩌면 그 이상이겠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오는 22일 오후 7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리는 '가능한 사랑' GV(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는다. 이 자리에는 이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인성, 조여정이 직접 참석한다. 예매는 오픈 당일 매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진이 극찬한 영화 '가능한 사랑'.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이동진이 극찬한 영화 '가능한 사랑'.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설경구·전도연·조인성·조여정, 한국영화 역대급 4인 캐스팅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와 그의 아내,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을 마주하고 숨겨졌던 욕망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설경구가 해고노동자 '호석'을, 전도연이 호석의 아내 '미옥'을, 조여정이 다큐멘터리 연출가 '예지'를, 조인성이 예지 남편 '상우'를 각각 연기했다. 각본은 이창동 감독이 오정미 작가와 공동 집필했다.

수상 소감에서 이창동 감독은 "노동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그리고 사람 사이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여러분께서 이 상을 주신 건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모든 걸 내어준 배우·스태프에게 감사하다. 특히 이 영화에 생명을 준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네 배우에게 감사하다. 이 상은 여러분의 것이다"고 했다. 각본 공동 집필자 오정미 작가에게도 "오래 전에 접어야만 했던 이야기를 다시 살려서 저와 함께 이 이야기를 만들어준 오 작가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초호화 캐스팅 '가능한 사랑'. / NEW 제공
초호화 캐스팅 '가능한 사랑'. / NEW 제공

베네치아 현지 비평가들도 "영화제 최고 영화 중 하나"

'가능한 사랑'은 지난 6일 베네치아에서 최초 공개됐다. 공개 직후 "올해 영화제 최고 영화 중 하나"라는 평가와 함께 현지 비평가 평점에서 줄곧 선두권을 유지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작품을 "경제적·정서적 불안을 파고드는 강렬한 성찰"이라며 "노동의 트라우마와 존엄성 상실, 계급적 선망을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깊은 휴머니즘으로 엮었다"고 평했다. 현지 비평 중론은 "정치적·사회적·역사적, 그리고 윤리적 층위에서 촘촘하고 예리하게 구성된 작품"으로 모아졌다. 폐막식 전에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수상작으로도 선정됐다.

이창동, 베네치아에서만 트로피 3개…3대 영화제 누적 5개

이창동 감독의 베네치아 수상 이력을 보면 2002년 '오아시스'로 은사자상 감독상을 받았고, 당시 배우 문소리가 마르첼로마스트로얀니상(신인배우상)을 함께 받았다. '가능한 사랑'의 심사위원대상 수상으로 베네치아에서만 트로피 3개가 됐다.

3대 영화제 전체로는 5번째 트로피다. 2007년 칸영화제에서 '밀양'으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10년 칸에서 '시'가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칸 2회, 베네치아 3회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실적을 쌓은 한국 감독 중 가장 두터운 국제 필모그래피를 보유하고 있다.

'가능한 사랑' 전도연, 조인성. / NEW 제공
'가능한 사랑' 전도연, 조인성. / NEW 제공

한국영화·배우가 베네치아 경쟁부문에서 수상한 건 '가능한 사랑'을 포함해 총 6번이다. 1987년 강수연이 임권택 감독 '씨받이'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고, 이후 2002년 이창동 '오아시스'가 감독상·신인배우상, 2004년 김기덕 '빈집'이 감독상, 2012년 김기덕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에 이어 '가능한 사랑'이 여섯 번째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영화로 국내 개봉 후 OTT 공개…오스카 출품작 선정까지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 제작 영화로, 오는 23일 국내 극장 개봉 후 1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영화가 극장 개봉을 먼저 진행하는 방식은 최근 OTT 시대의 새로운 배급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가능한 사랑' 역시 이 구조를 따른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달 말 '가능한 사랑'을 내년 3월 열리는 제99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했다. 베네치아 심사위원대상 수상 직후 오스카 출품작으로 확정된 만큼, 국제 영화상 시즌에서의 행보가 주목될 전망이다. 한국영화가 국제장편영화 부문 오스카를 수상한 전례는 없으나, 2020년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을 차지하며 아카데미 내 한국영화 인지도를 대폭 높인 바 있다.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 NEW 제공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 NEW 제공

이창동, 15년 만의 신작…'버닝' 이후 또 한 번

이창동 감독의 전작 '버닝'은 2018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고, 그해 칸 비평가 평점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가능한 사랑'은 '버닝' 이후 약 8년 만의 신작이다. 이창동 감독은 1997년 '초록물고기'로 데뷔한 이후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0), '버닝'(2018)까지 장편 6편을 연출했으며 '가능한 사랑'이 7번째 장편이 된다.

전도연은 이미 '밀양'으로 이창동 감독과 작업해 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가능한 사랑'에서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것인데, 전도연의 칸 수상 이력과 이번 베네치아 수상작 출연이 겹치면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의미 있는 지점이 된다.

이창동과 다시 만난 배우 설경구, 전도연. '가능한 사랑' 스틸컷. / NEW 제공
이창동과 다시 만난 배우 설경구, 전도연. '가능한 사랑' 스틸컷. / NEW 제공

이창동 감독 역대 작품 한눈에…'초록물고기'부터 '버닝'까지 6편 총정리

이 감독은 1997년 데뷔 이후 '가능한 사랑'까지 30년간 장편 7편을 연출했다.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매 편이 한국 현대사와 인간의 고통, 구원, 윤리적 질문을 정면으로 다뤄왔다.

  • 데뷔작 '초록물고기'(1997)

'초록물고기'는 전역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청년 막동(한석규)이 조직폭력배 세계에 흘러들며 겪는 비극적 몰락을 그렸다. 90년대 신도시 개발 이면에 소외된 인물의 정체성 혼란을 조명한 작품으로, 제3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과 제18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 '박하사탕'(1999)

'박하사탕'은 한 남자의 20년 삶을 역순 구조로 추적하며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개인의 순수성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파헤쳤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대사로 지금도 회자되는 작품이며,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제37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감독상을 포함해 5개 부문을 받았다.

  • '오아시스'(2002)

'오아시스'는 출소자 종두(설경구)와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가 세상의 편견 속에서 나누는 사랑을 담았다. 제59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감독상(은사자상)과 신인여우상(문소리)을 동시에 수상했다. '가능한 사랑'에서 설경구와 24년 만에 재회한 배경이기도 하다.

  • '밀양'(2007)

'밀양'은 아들을 잃은 뒤 종교적 구원을 찾는 신애(전도연)를 통해 상실, 용서, 신과의 갈등을 다뤘다. 이청준의 단편소설 '벌레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았으며, 제6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전도연이 한국 배우 최초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가능한 사랑'에서 이창동 감독과 두 번째 작업을 한 전도연의 첫 번째 협업이 바로 이 작품이다.

  • '시'(2010)

'시'는 알츠하이머 초기 진단을 받은 할머니 미자(윤정희)가 끔찍한 범죄에 가담한 손자의 죄의식과 마주하면서도 생애 처음으로 시를 써 내려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각본상을 수상했다.

  • '버닝'(2018)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납옥을 태우다'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알바생 종수(유아인), 미스터리한 인물 벤(스티븐 연), 혜미(전종서) 사이의 기묘한 관계를 통해 청년 세대의 분노와 불안을 담았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과 벌칸상(기술상)을 받았으며, 그해 칸 비평가 평점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유튜브,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