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작품인데...공개 단 하루 만에 '넷플릭스 1위' 찍은 한국 영화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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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넷플릭스에서 역주행 중인 한국 대작 영화

넷플릭스가 야심차게 공개한 25년 전 한국 영화가 단 하루 만에 1위 자리에 오르며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정체는 바로 2001년 9월 7일 극장 개봉했던 영화 '무사'(武士·원제 The Warriors)다. '무사'는 지난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지 하루 만인 16일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이후 18일까지 3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며 명작의 저력을 과시했다.

16일 기준 넷플릭스 영화 부문 순위는 1위 '무사', 2위 '소실점', 3위 '트로이', 4위 '허큘리스', 5위 'Margaux', 6위 '쉘터', 7위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8위 '신의 악단: 찬가', 9위 '글로리데이', 10위 '녹터널 애니멀스'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흘 연속 1위를 지키던 대만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소실점'을 밀어내고 정상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무사' 속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무사' 속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25년 만에 재조명, 그때는 왜 흥행하지 못했나

'무사'는 김성수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 안성기, 주진모, 장쯔이가 주연을 맡은 15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액션 대작이다.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했고 러닝타임은 158분에 달한다. 추석 극장가를 노리고 2001년 9월 초 일찌감치 개봉해 초반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2주 뒤 개봉한 코미디 영화 '조폭 마누라'에 밀리며 흥행세가 한 풀 꺾였다. 여기에 같은 시기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여파로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의 사극보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를 택하는 관객이 많았던 점도 흥행에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서울 관객 82만 명, 전국 250만 명 안팎에 그치며 '불운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영화 '무사' / 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영화 '무사' / 넷플릭스

흥행 성적과 별개로 작품성은 각종 시상식에서 인정받았다. 2001년 9회 춘사국제영화제 기술상과 22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46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편집상을 받았고, 이듬해인 2002년에는 25회 황금촬영상 시상식 촬영상(금상)과 39회 대종상 영화제 편집상·의상상까지 수상했다. 네이버 영화 기준 네티즌 평점은 10점 만점에 8.8점으로, 개봉 25년이 된 지금까지도 "왜 이렇게 저평가됐는지 모르겠다", "글래디에이터·트로이에 꿀리지 않는다"는 재평가 댓글이 꾸준히 달리고 있다.

영화 '무사'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무사'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정우성·안성기·주진모, 그리고 장쯔이의 만남

'무사'는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간첩 누명을 쓰고 사막에 고립된 고려 무사들이, 몽고군에 납치된 명나라 공주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대서사시를 이끄는 건 정우성, 안성기, 주진모, 장쯔이로 구성된 초호화 캐스팅이다.

호위무사 여솔 역의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과 영화 '태양은 없다'(1998)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김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릴 만큼 신뢰가 두터웠던 두 사람의 재회였다. 여기에 한국 영화계 대표 배우 안성기가 주진군 대장 진립 역으로, '태양은 없다'로 이름을 알린 주진모가 젊은 장수 최정 역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지난 1월 별세한 '국민 배우' 안성기의 열연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넷플릭스 공개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무사'에 출연한 중국 배우 장쯔이 / CJ 엔터테인먼트
'무사'에 출연한 중국 배우 장쯔이 / CJ 엔터테인먼트

가장 눈에 띄는 캐스팅은 명나라 부용공주 역을 맡은 장쯔이였다. 2000년 당시 장쯔이는 장예모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으로 막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신예였다. '무사' 제작진은 부용공주 역에 장쯔이가 적임자라 판단하고, 서극 감독의 '촉산전'을 촬영 중이던 그녀를 중국 현지에서 직접 만나 섭외에 나섰다. 양측 모두 만족스러운 첫 만남을 가졌지만 계약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조건과 마주쳤는데, 장쯔이 소속사 측이 촬영 중 하루 최소 12시간의 수면 시간을 보장해달라는 조항을 제시한 것. '와호장룡'의 세계적 흥행으로 몸값이 한창 치솟던 시점에 캐스팅에 성공한 것을 두고 당시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실제로 장쯔이의 국제적 인지도는 이후 '무사'의 프랑스 흥행에도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사'에 출연한 장쯔이와 정우성 / CJ 엔터테인먼트
'무사'에 출연한 장쯔이와 정우성 / CJ 엔터테인먼트

실제 역사에 픽션을 더한 대서사시

'무사'는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 실제 역사 기록에서 모티브를 얻어 기획됐다. 고려가 명나라와의 관계 회복 이후에도 일부 사신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는 실제 역사를 토대로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전편을 중국 현지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했고, 한중일 3국 스태프가 참여한 제작 규모로 화제를 모았다. 음악은 일본 작곡가 사기스 시로가 맡았는데, 그가 참여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전투 장면 음악과 결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뒤늦게 회자되기도 했다.

액션 연출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정두홍 무술감독이 완성한 전투 장면에는 기존 중국 무협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와이어 액션이나 장풍 같은 허구적 연출이 배제됐다. 대신 갑옷을 입은 무사들이 말 위에서 벌이는 마상 전투, 쇠와 쇠가 부딪치는 검술과 창술 등 타격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사실적인 전투 장면으로 채워졌다.

영화 '무사' 주연 배우 주진모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무사' 주연 배우 주진모 / CJ 엔터테인먼트

공개 하루 만에 역주행, 배경은?

25년 전 극장가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이 넷플릭스 공개와 동시에 역주행에 성공한 배경에는 접근성 개선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봉 당시에는 비디오·DVD를 직접 구하거나 극장을 찾아야만 볼 수 있었지만, 넷플릭스 공개로 클릭 한 번이면 누구나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이름만 들어봤던 시청자들까지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신작 공개 자체가 화제성을 만드는 넷플릭스 플랫폼 특성상, 실시간 톱10 노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심이 집중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영화 평점이 8.8점에 달할 만큼 완성도 면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숨겨진 명작'으로 꼽혀온 작품인 만큼, 넷플릭스라는 접근하기 쉬운 창구를 만나면서 뒤늦게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 '무사'에 출연한 배우 고(故) 안성기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무사'에 출연한 배우 고(故) 안성기 / CJ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