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싹쓸이 대신… 외국인이 반한 ‘한국인의 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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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올리브영 외국인 결제 592% 급증, 로컬 라이프 체험이 관광 대세

올해 1~7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이 399만 명으로 전체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 한 달에만 77만 7000명이 다녀갔다. 과거 단체관광객이 면세점에서 상품을 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개별여행객이 성수와 한남·압구정 같은 로컬한 동네를 찾아 브랜드와 공간, 라이프스타일까지 소비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서울 명동 환전소 앞이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명동 환전소 앞이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한국을 찾은 한 중국 기업인 방문단 역시 이런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화장품이나 굿즈 같은 완제품이 아니었다. K뷰티와 K팝이라는 산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배경과 구조에 더 오래 귀를 기울였다.

단체관광객의 시대는 갔다…올해만 399만명, FIT 비중 87.6%

이런 방문 방식은 최근 중국인 방한 시장 전반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특히 지난해 방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개별여행(FIT) 비중은 87.6%에 달했다. K뷰티의 경쟁력은 화장품 하나가 아니라 빠른 제품 기획과 유통,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테스트베드에 있고, K엔터테인먼트의 힘 역시 콘텐츠 제작 자체보다 팬덤과 상품·공연·플랫폼을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에 있다. 방문단은 각자의 사업을 한국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이런 흐름은 중국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약 476만 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방한 관광객은 1894만 명으로 이미 역대 최대였는데, 정부는 올해 2300만 명, 2029년에는 3000만 명 조기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여행객의 개별여행 비중은 이미 95%를 넘어선 상태로, 중국 시장 역시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뒤따라가는 모습이다.

성수동 올리브영, 외국인 결제 1년 새 592%↑

이런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서울 성수동이다. CJ올리브영이 지난해 11월 문을 연 체험형 매장 '올리브영N 성수'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필수 방문처'로 자리 잡았다. 개점 이후 1년간 성수 지역 올리브영 전체 매장의 외국인 결제 건수는 592% 증가해, 같은 기간 내국인 증가율(81%)을 크게 웃돌았다. 성수 상권 내 올리브영 매장 6곳의 외국인 매출 비중도 개점 전 평균 40%에서 10월 기준 70%까지 뛰었다. 올리브영 자체 조사에서 이 매장을 찾은 외국인의 86%가 사전에 방문 계획을 세우고 왔으며, 방문 목적으로는 '인기 상품이나 신제품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77%로 가장 많았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헤어제품을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헤어제품을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 연합뉴스

성수동과 연남동에서는 카페 투어와 편집숍 쇼핑을 결합한 '로컬 라이프 체험'이 관광의 대세로 자리 잡았고, 한강 둔치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한강 피크닉'은 이제 방한 외국인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서 즉석식품을 사 먹어보는 것조차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됐을 정도다. 여기에 미용실에서 K뷰티 스타일링이나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거나, 헬스장·필라테스·요가 수업에 직접 참여하며 한국인의 일상 자체를 체험하려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지방 공항 입국 50%↑…서울 쏠림은 여전한 과제

지역 단위로도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1분기 지방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래객은 85만 390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7% 늘었고, 철도로 입국한 외국인 여행객도 약 169만 명으로 46.4% 증가했다. 외국인의 지역 방문율은 34.5%로 1년 전보다 3.2%포인트 올랐고, 지역 체류 일수와 지출액도 각각 36.2%, 17.2% 늘었다. 다만 전체 방한 외국인의 80% 이상이 여전히 수도권에 몰려 있는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지역 관광 활성화는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방문단처럼 한국의 산업 구조 자체를 배우러 오는 중국 기업인과 관계자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더 이상 쇼핑만 하고 떠나는 목적지가 아니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서 참고하고 연결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