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에 식초 붓는 습관은 그만두고, 고무 패킹은 헌 칫솔로 닦아보세요
작성일
세탁기 냄새, 식초로는 반만 해결됩니다
헌 칫솔·스타킹으로 고무 패킹·필터까지 완벽하게 닦는 법

세탁기 문을 열자마자 훅 끼치는 시큼하면서도 텁텁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다면, 그 원인이 세제나 섬유유연제가 아니라 세탁기 자체라는 사실이 낯설 수 있다. 환절기로 넘어가는 지금도 습도가 높은 날이 이어지면 세탁이 끝난 뒤 문을 오래 열어두지 않는 집에서는 곰팡이와 세균이 자리를 잡기 쉽다. 인터넷에 떠도는 대로 식초 한 컵을 붓고 돌리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정말 그런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식초 한 컵이면 세탁기가 깨끗해진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세탁기를 청소할 때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조합이 뜨거운 물과 식초다. 식초를 부어 돌리면 냄새도 없어지고 물때도 빠진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지만, 굿하우스키핑 홈케어·청소랩은 실제 실험을 통해 식초만으로는 세탁기 청소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액 식초는 경수(칼슘·마그네슘이 많이 녹아 있는 물)로 생긴 물때를 어느 정도 녹여내지만, 세균과 곰팡이를 없애는 살균력은 락스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이 이 실험의 결론이다.
베이킹소다도 마찬가지다. 베이킹소다는 세탁조 안의 냄새를 잠깐 흡수해 산뜻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세균을 죽이거나 드럼 깊숙한 곳에 낀 찌꺼기를 씻어내지는 못한다. 문제는 식초를 습관적으로 자주 쓰면 고무호스나 문틀의 고무 패킹 같은 부품이 산에 계속 노출돼 서서히 갈라지거나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냄새 제거 효과가 약한데다 부품 손상 위험까지 있다면, 식초를 세탁기 전용 세정제로 쓰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굿하우스키핑 홈케어·청소랩 전 책임자 캐롤린 포르테는 세탁기를 청소하지 않고 방치하면 세균과 곰팡이가 자라 옷에서 오히려 텁텁한 냄새가 옮아붙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깨끗한 옷을 만들어야 할 세탁기 안이 거꾸로 냄새와 세균의 서식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락스가 세균·곰팡이를 없애는 방식과 식초가 못 하는 지점
락스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은 강한 산화력으로 세균과 곰팡이의 세포막을 직접 파괴하는 살균제다. 세탁조 내벽에 낀 생물막(세균과 곰팡이가 뭉쳐 만든 얇은 막)까지 뚫고 들어가 없앨 수 있어, 단순히 냄새만 가리는 게 아니라 냄새의 원인 자체를 제거한다. 반면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은 산성이라 물때의 탄산칼슘 성분을 녹이는 데는 유리하지만, 세포막을 파괴하는 산화력이 없어 살균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여기서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 원칙이 있다. 락스와 식초, 락스와 구연산처럼 산성 성분을 함께 섞으면 유독한 염소가스가 발생해 호흡기에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세탁기 안에 식초나 구연산을 먼저 넣었다면 그 물을 완전히 헹궈 없앤 뒤에 락스를 써야 한다. 락스와 과탄산소다 같은 산소계 표백제를 섞는 것도 같은 이유로 위험하니, 세탁기 청소 코스를 돌릴 때는 세정제를 한 가지만 골라 쓰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서 작업해야 한다.
세탁조는 전용 세척 코스로, 문틀 고무 패킹은 헌 칫솔로 닦는다
요즘 나오는 세탁기는 대부분 세탁조 전용 세척 코스가 따로 있어서 여기에 락스나 세탁기 전용 세정제를 넣고 시작 버튼만 누르면 시간과 물 온도, 세척 강도가 자동으로 맞춰진다. 전용 코스가 없는 구형 모델이라면 세제 투입구에 락스 반 컵(약 120밀리리터) 정도를 넣거나 투입구 최대선까지 채운 뒤 뜨거운 물로 일반 코스를 돌리면 된다. 세척이 끝나면 락스 성분이 옷에 남지 않도록 헹굼과 탈수를 한 번 더 추가하는 것이 좋다.
전면 개방형 세탁기라면 문을 닫을 때 맞물리는 고무 패킹 관리가 관건이다. 이 부분은 접히는 주름 구조라 세제 찌꺼기와 물기가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인데, 다 쓴 칫솔은 뻣뻣한 새 솔보다 모가 부드럽게 눌려 있어 고무를 긁지 않고 주름 안쪽까지 닿는다. 미온수에 세제를 살짝 묻힌 헌 칫솔로 주름 사이를 문질러 닦아낸 뒤,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완전히 없애야 곰팡이가 다시 자리 잡지 않는다. 양말이나 손수건 같은 작은 빨랫감이 주름 틈에 끼어 있는 경우도 많으니 닦기 전에 손으로 한 번 훑어 이물질을 꺼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세제 트레이와 필터도 헌 칫솔과 스타킹으로 마무리한다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넣는 투입구는 대부분 통째로 빼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트레이를 분리해 따뜻한 물에 담가둔 뒤, 헌 칫솔로 가루 세제가 굳어 붙은 모서리와 섬유유연제가 끈적하게 남은 홈을 문질러 닦아내면 새 솔보다 훨씬 안전하게 구석까지 닦인다. 물기를 완전히 말린 뒤 제자리에 끼워야 다시 축축한 채로 세균이 자라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세탁기 아래쪽에는 실이나 머리카락, 동전 같은 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가 따로 있는데, 이 필터를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전면 개방형이라면 하부 앞쪽에 작은 덮개가 있고, 그 안에 배수용 호스가 함께 있어 여닫기 전에 대야를 받쳐 남은 물을 먼저 빼줘야 한다. 원형 필터를 꺼내 헌 칫솔로 그물망 틈에 낀 보풀을 긁어내고, 다 쓴 나일론 스타킹을 손에 씌워 필터 주변 홈을 훑어주면 나일론 특유의 정전기가 미세한 보풀을 끌어당겨 맨손이나 마른 천보다 더 깨끗하게 닦인다.
헌 칫솔과 스타킹은 냉장고·욕실 고무 틈에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세탁기 고무 패킹을 닦고 남은 헌 칫솔과 스타킹은 버리지 않고 집안 다른 고무 틈에도 돌려 쓸 수 있다. 냉장고 문을 닫을 때 맞물리는 고무 패킹도 세탁기와 똑같이 접히는 주름 구조라 음식물 찌꺼기와 곰팡이가 숨기 쉬운데, 헌 칫솔로 주기적으로 닦아주면 냉장고 특유의 쿰쿰한 냄새를 줄일 수 있다.
욕실에서는 샤워부스나 세면대 배수구 둘레의 실리콘 몰딩 틈새에 낀 검은 곰팡이를 긁어낼 때도 헌 칫솔이 요긴하다. 좁고 깊은 틈에 딱 맞는 전용 솔을 새로 사기보다, 모가 부드럽게 닳은 칫솔 하나면 충분하다. 다 쓴 스타킹은 청소기 흡입구에 씌워 소파나 침대 밑 좁은 틈의 먼지를 정전기로 끌어당기는 용도로 쓰거나, 선풍기 날개에 붙은 먼지를 닦아내는 데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세탁이 끝난 뒤 문이나 뚜껑을 살짝 열어 습기를 말리는 습관도 함께 들이면 좋다. 다만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이 열린 세탁기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조작부에 잠금 기능이 있다면 켜두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