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31만원 벌고 319만원 쓴다…‘진짜 중산층’은 4가구 중 1가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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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52% vs 진짜 중산층 24%…'중산층 착각'의 함정
월 631만원 버는데 319만원 쓰는 진짜 중산층의 조건

우리나라 가구 가운데 소득뿐 아니라 소비와 저축 여력, 자산, 부채, 노후준비까지 갖춘 ‘진짜 중산층’은 전체의 2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구는 월평균 약 631만원을 벌어 319만원을 소비하며, 평균 순자산은 4억17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16일 발표한 ‘대한민국 진짜 중산층’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기준으로 소득 중산층에 해당하는 가구는 전체의 52.9%였다. 소득만 놓고 보면 두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중산층 범위에 들어가는 셈이다.

OECD는 균등화 가처분소득이 전체 인구의 중위값을 기준으로 75~200%에 해당하는 계층을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균등화 가처분소득은 가구원 수가 다른 가구의 생활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가구소득을 가구원 수 등을 고려해 조정한 지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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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가 적용한 2025년 기준 균등화 가처분소득 중위값은 연 3744만원이다. 이에 따라 소득 중산층의 범위는 연 2808만~7488만원으로 설정됐다. 실제 가구에서 필요한 월소득은 가구원 수에 따라 달라진다.

1인 가구의 경우 월 234만~624만원, 2인 가구는 월 331만~882만원, 3인 가구는 월 405만~1081만원이면 소득 기준 중산층 범위에 들어간다. 같은 소득이라도 가구원이 많으면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구 규모를 반영해 중산층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연구소는 소득만으로 중산층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소득이 중산층 범위에 있더라도 실제 생활에서 어느 정도를 소비하고 있으며, 소비한 뒤 미래를 위해 자금을 남길 수 있는지에 따라 경제적 안정성에는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소는 두 번째 기준으로 ‘중산층다운 소비’를 제시했다. 전체 가구의 균등화 소비지출 중위값은 연 2089만원으로 조사됐으며, 연구소는 이 가운데 75%인 연 1567만원 이상을 중산층다운 최소 소비수준으로 설정했다.

가구원 수별로는 1인 가구가 연 1576만원, 2인 가구가 연 2216만원, 3인 가구가 연 2713만원 이상을 소비하는 경우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가구는 전체의 66.1%였다.

소비 수준이 높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생활을 유지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소비 이후 처분가능소득의 10% 이상을 남길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저축 여력’을 판단했다.

중산층다운 소비 수준과 저축 여력을 동시에 갖춘 가구는 전체의 53.2%로 집계됐다. 소득 기준만 적용했을 때 52.9%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슷한 규모지만, 연구소가 설정한 기준을 하나씩 추가할수록 대상 가구의 범위는 달라졌다.

여기에 자산 수준을 추가하면 중산층의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 연구소는 순자산이 2억3860만원 이상 6억9432만원 이하인 가구를 자산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순자산은 보유한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전체 자산에서 금융기관 대출이나 임대보증금 등 부채를 뺀 금액을 의미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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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함께 평가했다. 연구소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30% 이하인지 살폈다. 소득이 높더라도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지나치게 크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준비 수준도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와 함께 노후생활에 필요한 경제적 준비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를 살펴 경제적 안전망을 평가했다.

연구소는 소득·소비·저축 기준을 모두 충족한 가구를 대상으로 자산·부채·노후준비 가운데 2가지 이상을 추가로 충족하는지를 확인했다. 이 조건까지 만족한 가구가 전체의 24.6%였으며, 연구소는 이들을 ‘진짜 중산층’으로 정의했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가구의 가처분소득 중앙값은 연 7572만원이었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631만원이다. 소비지출 중앙값은 연 3822만원으로 월 약 319만원 수준이었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단순히 뺀 금액은 연간 약 3750만원이다. 이는 실제 저축액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소비 이후 남는 소득의 규모를 보여주는 수치다. 연구소는 이처럼 일정 수준의 소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위해 자금을 남길 수 있는지를 중산층의 중요한 조건으로 봤다.

자산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진짜 중산층’ 가구의 순자산 중앙값은 4억1705만원으로 전체 가구의 순자산 기준인 2억3860만원보다 높았다. 순자산은 단순히 주택 가격이나 금융자산 규모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가 보유한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해 산출한다.

금융자산 중앙값은 1억1230만원이었다. 전체 가구의 금융자산 6312만원과 비교하면 약 4918만원 많은 수준이다. 금융자산에는 예금과 주식, 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자산이 포함될 수 있으며, 주택 같은 실물자산과는 별도로 집계된다.

주거 형태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연구소가 분석한 ‘진짜 중산층’ 가구의 72.5%는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과 소비만이 아니라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확보한 가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자가 거주는 주거비 부담과도 연결된다. 전·월세로 거주하는 가구는 매달 임차료나 보증금 마련 부담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자가 가구는 주거 형태에 따라 이러한 비용 구조가 달라진다. 연구소는 안정적인 근로소득과 주거 기반이 적정한 소비와 저축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한 자산 축적과 노후준비로 이어지는 구조를 진짜 중산층 형성의 핵심으로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사용하는 ‘진짜 중산층’은 정부가 법률이나 공식 통계에서 사용하는 별도의 계층 분류가 아니다. OECD의 소득 중산층 기준에 연구소가 소비, 저축, 자산, 부채, 노후준비 조건을 추가해 자체적으로 정의한 개념이다. 같은 가구라도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중산층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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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소득이 OECD 기준 중산층 범위에 들어가더라도 소비 수준이 지나치게 낮거나 소비 이후 남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으면 연구소의 ‘진짜 중산층’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반대로 소득이 일정 수준에 있더라도 자산과 주거 기반을 갖추고 부채 상환 부담을 관리하면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면 여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연구소가 제시한 수치는 ‘중산층’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월급이나 연소득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소비능력과 소비 이후 저축할 수 있는 여력, 축적된 자산, 부채 부담, 노후준비 수준을 함께 살펴야 가구의 경제적 안정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소득 중산층은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지만, 적정한 소비생활을 유지하면서 저축하고 미래의 경제적 안전망까지 갖춘 가구는 약 네 가구 중 한 가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에서 ‘진짜 중산층’ 가구는 월 631만원가량의 가처분소득을 바탕으로 월 319만원가량을 소비하고, 4억원대 순자산과 1억원대 금융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