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쉬어”도 아니었다…취준생이 명절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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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구직자 1925명 조사…“취업 준비로 고생 많아” 가장 듣고 싶은 말
조언·비교보다 공감과 응원 선호…추석 가족 대화에도 세대 차 반영

오랜만에 가족과 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자리지만 취업과 결혼, 연봉처럼 민감한 질문이 이어지면서 명절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취업준비생에게 “취업은 언제 하니?”라는 한마디는 명절마다 반복되는 대표적인 스트레스로 꼽힌다. 올해도 하반기 채용 시즌과 추석이 겹치는 만큼 가족끼리 어떤 대화를 나눌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취업은 언제 하니?”…명절마다 돌아오는 질문

명절 식탁에서 흔히 오가는 대화는 근황 확인에서 시작한다. 학교생활은 어떤지, 회사생활은 괜찮은지 묻다가 자연스럽게 취업·결혼·연봉 같은 이야기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취업을 준비하는 당사자가 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듣는다는 점이다. 부모에게 이미 취업 상황을 설명했더라도 오랜만에 만난 삼촌과 이모, 고모 등 친척들에게 다시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게 된다. 여기에 또래 사촌이나 지인의 취업 소식까지 등장하면 평범한 안부가 비교와 평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나온 설문조사에도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진학사 캐치는 지난해 추석 직전인 10월 2일 Z세대 구직자 19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 관련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응답자의 55%는 연휴 계획으로 ‘가족·친척 모임’을 선택했다. 취업 준비가 30%, 집에서 휴식이 20%, 아르바이트·인턴이 10%로 뒤를 이었다.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지만 어떤 말을 듣느냐에 따라 명절에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달라졌다.

취준생들이 가장 듣기 싫은 명절 잔소리 1위는 “취업은 언제 할 거니?”였다. 응답자의 38%가 이 말을 골랐다. “살이 좀 쪘다”가 16%, “누구는 벌써 취업했다더라”가 14%로 뒤를 이었다.

“졸업은 언제 하니”(9%), “그 과 취업은 잘되니”(8%), “눈을 좀 낮추는 게 어때”(8%), “공무원 준비해 보지 그래”(5%) 같은 말도 부담스러운 질문으로 꼽혔다.

단순히 취업 여부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학업 진도, 전공 선택, 희망 기업의 수준, 취업 방식까지 대화의 소재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누구는 벌써 취업했다더라”와 같은 비교형 발언은 상대방의 현재 상황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견주는 효과를 만든다.

진학사 캐치 제공
진학사 캐치 제공

올해 취준생에겐 더 복잡해진 ‘취업 시계’

최근 취업 준비 방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부모 세대에게 익숙했던 대규모 정기 공채와 함께 기업이 필요한 시기에 직무별 인력을 뽑는 수시채용이 채용시장의 주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인크루트가 올해 7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대기업 74곳, 중견기업 119곳, 중소기업 407곳 등 국내 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하반기 채용 동향 조사’를 보면 채용 방식 가운데 수시채용이 69.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기공채는 30.7%, 인턴 채용은 17.3%였다. 인크루트는 세 자릿수 이상의 대규모 채용보다 두 자릿수 중심의 채용이 늘어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정해진 공채 기간만 준비하는 방식보다 채용 공고를 꾸준히 확인하면서 지원 기업과 직무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서류를 제출한 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공고를 살피고,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면접 준비까지 병행하는 생활이 이어진다.

이런 변화 속에서 “도대체 언제 취업하니?”라는 질문에는 선뜻 날짜를 정해 답하기 힘들다. 한 번의 시험이나 일정이 끝나면 결과가 결정되는 구조와 달리 지원과 탈락, 재지원이 여러 차례 이어지는 취업 과정의 특성 때문이다.

“안정적인 데 가라” 조언도 세대별 온도 차

일자리페스티벌을 찾은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일자리페스티벌을 찾은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부모와 자녀가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기준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지난해 캐치 조사에서 Z세대 구직자가 취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연봉이 39%로 가장 높았다. 워라밸이 24%, 직무 적합성이 18%로 뒤를 이었다. 기업 규모·네임밸류는 10%, 복지는 5%, 안정성은 4%였다.

반면 구직자들이 예상한 부모 세대의 최우선 취업 기준은 ‘안정성’이었다. 응답 비율이 47%에 달했고 연봉과 기업 규모·네임밸류가 각각 15%로 뒤를 이었다.

자녀 세대는 급여와 일·생활의 균형, 자신에게 맞는 업무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반면 부모 세대는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바라본다는 의미다.

이런 차이는 명절 대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눈높이를 조금 낮춰라”, “공무원이 안정적이다”, “이왕이면 이름 있는 회사에 가라”는 말에는 부모 세대가 경험한 취업시장의 기준이 담겨 있다. 취준생은 현재 채용시장과 자신의 직무 계획을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하면서 같은 말을 다른 무게로 받아들일 수 있다.

취업·결혼·출산…질문 대상만 달라진다

명절에 부담스러운 이야기는 취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학생에게는 학점과 졸업 시기를 묻고, 취업준비생에게는 입사 시기를 묻는다. 직장인이 된 뒤에는 회사와 연봉, 승진으로 질문의 대상이 옮겨가기도 한다.

미혼에게는 연애와 결혼 계획, 결혼한 부부에게는 출산 계획이 단골 질문으로 등장한다. “애인은 있니?”, “결혼 소식은 언제 들려줄 거야?”, “아이는 언제 가질 생각이야?”처럼 말하는 사람에게는 가벼운 관심이라도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선택과 사생활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모에 대한 평가 역시 비슷하다. 지난해 조사에서 “살이 좀 쪘다”가 취준생이 듣기 싫은 말 2위에 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의 체중이나 얼굴, 옷차림 변화를 대화의 첫 소재로 삼는 문화가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취준생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해결책’보다 ‘공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그렇다면 취업준비생들은 명절에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했을까. 지난해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9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설문조사에서는 ‘취업 준비로 고생이 많아’가 22%로 가장 듣고 싶은 말에 꼽혔다. “너의 선택을 존중해”가 16%, “연휴에는 푹 쉬어”가 15%, “여유 가지고 천천히 준비해”가 12%로 뒤를 이었다. “다 잘될 거야”(11%), “지금도 잘하고 있어”(10%) 같은 응원도 상위권에 올랐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구체적인 취업 방법을 알려주는 말보다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표현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가족에게 원하는 역할이 ‘해결사’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에 가깝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명절 대화를 어렵게 만들지 않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취업은 언제 하니?”라는 질문 대신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근황을 묻고 상대가 먼저 취업 이야기를 꺼내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들어주는 방식이다. 조언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대가 고민하는 부분을 먼저 확인한 뒤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자연스럽다.

추석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의 얼굴을 보고 함께 밥을 먹으며 안부를 나누는 날이다. 올해 명절 식탁에서는 “요즘 뭐 준비해?”, “결혼은 언제 해?”라는 질문보다 “그동안 잘 지냈어?”, “요즘 재미있는 일은 뭐야?” 같은 말이 더 편안한 대화를 만들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