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해발 450m 산속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었다…흙집에 사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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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첩첩산중에 황토·소나무·돌로 지은 음악가의 집
파주에서는 어린 시절 로망 현실로 만든 ‘세 마당 집’ 공개

해발 450m 산속에 직접 돌을 나르고 흙을 발라 만든 집이 있다. 그 옆에는 마이크 없이도 성악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작은 오페라하우스가 자리한다. 또 다른 가족은 어린 시절 해외에서 경험한 정원과 만화 속 전원주택에 대한 기억을 모아 마당이 세 개나 되는 집을 완성했다.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22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편을 통해 전남 순천의 산골 흙집과 경기 파주의 세 마당 집을 찾아간다. 서로 모습은 다르지만 두 집 모두 오랜 시간 마음에 품어온 삶의 로망을 현실로 옮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발 450m 산속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었다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첫 번째 집은 전남 순천 해발 450m 산속에 있다. 첩첩산중 길을 따라 올라가면 주변 산세를 내려다보는 흙집 한 채와 음악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성악가 은훈 씨와 공연 기획자인 아내, 아들 의현 씨가 살고 있다.

성악을 전공한 은훈 씨는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오페라 가수로 활동했다. 무대에서 경력을 쌓아갈수록 그의 마음 한쪽에는 점차 잊혀가는 우리 가곡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다.

그러던 중 사촌 형의 소개로 지금의 땅을 만났다.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아름다운 데다 주변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 음악을 하기에도 적합한 장소였다.

그는 결국 이곳에 터를 잡고 우리 가곡을 위한 음악당을 짓기로 했다.

얼굴 16바늘 꿰매면서도 직접 돌 날랐다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문제는 위치였다. 제대로 된 길조차 없는 산속이라 건축자재를 운반하거나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은훈 씨는 직접 현장에서 돌을 나르고 쌓으며 공사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수차례 입었고 얼굴을 무려 16바늘이나 꿰매야 할 정도로 크게 다친 적도 있었다.

그래도 음악당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경험한 유럽 공연장을 떠올리며 소리가 잘 울릴 수 있도록 공간을 둥글게 설계했다. 불필요한 음이 빠져나가도록 천장에는 구멍도 냈다.

마이크나 별도의 음향 장비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도 음악가의 목소리가 공간 전체에 퍼질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였다.

현재 이 음악당에서는 매년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과 함께 가곡제가 열린다. 은훈 씨와 가족은 산속에서 우리 가곡의 명맥을 잇고 있다.

황토·소나무·돌로 2년간 지은 흙집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가족이 사는 집 역시 음악당만큼 특별하다. 집의 주재료는 땅에서 얻은 황토와 소나무, 돌이다. 은훈 씨는 목수인 사촌 형과 함께 이미 사라져 가던 전통 초가의 방식을 살려 지붕을 엮고 구들을 놓았다.

집을 완성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해발 450m에서 펼쳐지는 풍광을 집 안에서도 즐기기 위해 세 면에는 큰 창을 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창틀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대신 현장의 소나무에 직접 유리를 끼워 집과 자연의 경계를 최소화했다.

당초 초가지붕이었던 집은 가족이 약 4년 전 이곳에 완전히 정착하면서 관리가 편한 방식으로 지붕을 개량했다.

오래된 집의 모습을 무조건 고집하기보다 실제 생활에 필요한 부분은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서울서 활동하던 아들도 산골로 내려왔다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은훈 씨의 아들 의현 씨 역시 성악을 전공했다. 두 사람은 같은 학교 선후배이기도 하다.

의현 씨는 서울에서 성악가이자 재즈 보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음악당에서 열리는 가곡제의 무대 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순천을 오가게 됐다.

점차 아버지의 꿈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흙집을 고치는 일에도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

구들이 깔렸던 바닥에는 보일러를 설치하는 등 실제 생활의 불편함을 줄이는 방향으로 집을 손봤다. 그렇다고 오래된 집의 흔적을 모두 없앤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을 직접 고칠수록 황토가 그대로 드러난 벽과 천장의 서까래 같은 옛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

부모는 젊은 아들이 오래된 흙집 생활을 불편해할까 걱정했지만 아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드러난 옛것의 모습이 오히려 세련되게 다가왔다.

현재 가족은 함께 국제 가곡제를 운영하며 우리 가곡을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가곡을 지키고 싶다는 한 성악가의 바람에서 시작한 집짓기가 이제는 세 식구를 한곳으로 모으고 가족의 삶까지 바꾼 셈이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본 정원, 평생 로망이 됐다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두 번째 집은 경기 파주에 있다. 회색의 반듯한 건물 주변으로 푸른 정원이 펼쳐진 집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마당이다. 하나도 둘도 아닌 세 개다. 집주인 지수·범준 씨 부부에게 전원주택은 오랫동안 품어온 로망이었다.

아내 지수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일 때문에 미국에서 잠시 살았다. 당시 흔하게 접했던 넓은 정원과 주택의 풍경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언젠가 자신도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남편 범준 씨 역시 어린 시절 즐겨 보던 만화 속 전원주택을 동경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기억이 결국 한 채의 집으로 이어졌다.

예산 때문에 포기하다 만들어진 ‘세 마당 집’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처음부터 마당을 세 개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 실제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는 예산이었다. 원하는 것을 모두 집 안에 넣을 수 없었고 부부는 반드시 지킬 것과 포기할 것을 하나씩 정해야 했다.

그러다 집 안에서 구현하지 못한 로망을 바깥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나의 넓은 마당을 만드는 대신 목적이 다른 세 개의 마당을 만들었다. 한 곳은 아이들이 마음껏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다른 마당은 흙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정원이다. 마지막 마당에는 남편이 오래전부터 꿈꿔온 공간을 담았다.

예산 때문에 시작된 선택이 오히려 이 집만의 가장 큰 특징이 됐다.

벽 대신 가구로 공간을 나눴다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집 내부에 들어서면 커다란 아일랜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주방과 식당, 거실을 하나로 연결하는 이른바 LDK 구조를 적용했다. 벽으로 공간을 잘게 나누지 않아 주방에 있어도 거실과 집 안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가족이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서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손님이 찾아왔을 때도 누군가 홀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공간을 구분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벽이나 기둥 대신 가구를 활용했다.

평소 집 꾸미기를 좋아했던 지수 씨는 자연스러운 소재와 오래된 가구를 집 곳곳에 배치해 공간의 경계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공간이 분리되면서도 집 전체의 개방감은 유지된다.

PD 그만두고 나서야 알게 된 번아웃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이 집은 지수 씨에게 단순한 전원주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부부는 방송사 PD 선후배로 처음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일을 통해 인연을 맺었지만 아이를 낳은 뒤에도 지수 씨가 PD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일을 그만두고 집을 짓고 마당을 돌보는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제야 자신이 오랫동안 번아웃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자신이 왜 유독 흙을 좋아했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집과 정원을 가꾸고 흙을 만지는 시간이 지친 마음을 회복시키는 과정이 된 것이다.

지금도 유난히 힘든 날이면 지수 씨는 밖으로 나가 정원을 돌본다. 남편 범준 씨는 아내가 흙을 만지고 식물을 돌보는 일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어린 시절부터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던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은 그렇게 가족의 집이 됐고, 예상하지 못했던 회복의 공간까지 됐다.

순천의 산골 흙집이 잊혀가는 가곡과 옛 건축 방식을 지키기 위한 공간이라면 파주의 세 마당 집은 어린 시절의 로망을 현실로 옮기면서 지친 일상을 치유하는 공간이 됐다.

서로 다른 이유로 시작한 집짓기가 결국 가족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된 셈이다.

EBS1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편은 22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