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전쟁이 바꾼 국경마을…히말라야 끝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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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객 몰리는 아마르나트 길목부터 혹한의 도시 드라스까지
전쟁으로 국적 바뀐 마을과 달 표면 닮은 라마유르 풍경

황금빛 초원을 지나면 순례객들의 천막이 협곡을 가득 메우고, 세계적인 혹한 지역으로 알려진 도시에서는 짧은 여름을 붙잡으려는 사람들의 일상이 이어진다. 더 깊숙이 국경 쪽으로 들어가면 전쟁으로 삶의 터전과 국적이 바뀐 마을이 나타나고, 오래된 편지와 생활용품 속에는 갈라진 가족들의 기억이 남아 있다.

9월 24일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또 다른 인도, 바람과 기도의 땅’ 4부 ‘국경의 시간, 드라스’에서는 30년 차 인도 전문가 전명윤이 라다크 서쪽 지역을 따라 여행한다. 소나마르그와 드라스, 카르길을 지나 국경이 사람들의 삶에 남긴 흔적과 라다크의 다양한 종교·문화 풍경을 들여다본다.

EBS1 ‘세계테마기행-또 다른 인도, 바람과 기도의 땅’ 4부 ‘국경의 시간, 드라스’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EBS1 ‘세계테마기행-또 다른 인도, 바람과 기도의 땅’ 4부 ‘국경의 시간, 드라스’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인도의 알프스’라 불리는 황금의 초원

여정은 카슈미르에서 라다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소나마르그에서 시작한다. ‘황금의 초원’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과거 실크로드 대상들이 오가던 길목으로, 라다크에서는 보기 드문 싱그러운 초록빛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푸른 초원 너머로 설산이 이어지고, 계곡 사이로는 여름철 짧은 생명력을 품은 식생이 가득하다. 황량한 고원 이미지가 강한 라다크와 달리 부드러운 초록 풍경이 이어지며 서부 지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순례객 천막으로 뒤덮인 협곡

소나마르그를 떠나 이동하는 길에는 협곡을 따라 수많은 천막이 펼쳐진다. 이곳은 힌두교의 최고신 가운데 하나인 시바 신을 모시는 아마르나트 동굴 사원으로 향하는 순례객들이 머무는 베이스캠프 발탈이다.

순례객들은 각자의 기도를 품고 험준한 산길과 높은 고도를 넘어 성지를 향한다. 길은 거칠고 이동은 쉽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이곳을 찾아 신앙의 여정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천막과 사람들로 가득 찬 협곡은 거대한 순례 도시처럼 변한다. 전명윤은 성지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북인도에서 이어지는 힌두교 신앙의 깊이를 살펴본다.

세계적인 혹한 도시 드라스의 짧은 여름

다음 목적지는 라다크의 관문 도시 드라스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혹한 지역으로 알려진 곳으로, 긴 겨울이 시작되기 전 찾아오는 짧은 여름은 주민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계절이다.

주민들은 들판에서 청보리를 가꾸고 다가올 겨울을 대비한다. 9월부터 다시 추위가 시작되는 만큼 짧은 기간 안에 농사를 마치고 식량과 생활 준비를 끝내야 하는 모습이다.

전명윤에게 드라스는 특별한 기억이 남아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15년 전 인도 여행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에게 전해주지 못한 사진 한 장을 품고 다시 도시를 찾아, 오래전 사진 속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사람과 장소는 여행의 또 다른 의미를 보여준다. 한 장의 사진을 통해 15년 전 기억과 현재의 삶이 연결되며, 오랜 여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만들어진다.

울타리도 없는 고원의 폴로 경기

EBS1 ‘세계테마기행-또 다른 인도, 바람과 기도의 땅’ 4부 ‘국경의 시간, 드라스’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EBS1 ‘세계테마기행-또 다른 인도, 바람과 기도의 땅’ 4부 ‘국경의 시간, 드라스’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드라스에서는 조랑말을 타고 펼치는 폴로 경기도 만난다. 울타리가 없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빠른 속도로 말을 몰며 공을 쫓고, 관중들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거친 승부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말이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서로 뒤엉키는 동안 말 꼬리가 눈앞을 스칠 만큼 거리도 가깝다. 고원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말 문화와 스포츠가 결합된 역동적인 현장이다.

전쟁으로 국적까지 바뀐 국경마을

여정은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악 고개 조지 라를 넘어 라다크 제2의 도시 카르길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전명윤은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가까이에 자리한 훈데르만 마을의 ‘기억의 박물관’을 찾는다.

박물관에는 오래된 집과 생활용품, 과거 주민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남아 있다. 전쟁으로 국경선이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과 국적이 달라지고, 가족들이 인도와 파키스탄 양쪽으로 갈라져 살아야 했던 역사가 담긴 장소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헤어진 가족들이 서로 주고받았던 편지이다. 국경선 하나가 가족과 일상을 어떻게 나눴는지, 평범한 사람들의 기록을 통해 당시의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바위 미륵불과 달 표면 닮은 라마유르

카르길을 지나 라다크의 오래된 길을 따라가면 물베크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미륵불이 남아 있으며, 간다라 양식과 힌두교적 상징이 함께 나타나는 독특한 모습이 특징이다.

불상의 형태에서는 오랜 세월 여러 문화와 종교가 이 지역을 오갔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중앙아시아와 인도, 티베트 문화가 만나는 길목이었던 라다크의 역사적 특징이 하나의 조각에 함께 남아 있는 셈이다.

마지막 목적지는 달 표면을 닮은 지형으로 유명한 라마유르이다. 황량하면서도 기묘한 산세 사이로 오래된 불교 사원이 자리하고 있어, 바람과 시간이 만든 독특한 풍경을 보여준다.

설산과 초원, 국경과 순례길을 지나 전쟁의 기억과 오래된 불교 문화까지 따라온 여정이다. EBS1 ‘세계테마기행-또 다른 인도, 바람과 기도의 땅’ 4부 ‘국경의 시간, 드라스’는 9월 24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