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가 사랑한 '이 국민 배우', 췌장암 투병 중 별세…오늘(18일) 3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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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40년, 배우 변희봉의 유산
국민 배우 고(故) 변희봉의 3주기인 18일, 많은 이들이 다시 한 번 그를 떠올리고 있다. 2023년 고인은 81세의 나이로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변희봉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1966년 MBC 2기 공채 성우로 연예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드라마 ‘제1공화국’,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 ‘찬란한 여명’, ‘허준’, ‘마이걸’, ‘하얀거탑’, ‘피노키오’,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등에 출연했다.
고인은 브라운관뿐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화산고’, ‘국화꽃 향기’, ‘선생 김봉두’, ‘공공의 적2’, ‘이장과 군수’, ‘더 게임’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오랜 무명과 조연 생활을 거친 뒤에도 장르와 배역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작품에 참여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변희봉의 연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봉준호 감독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0년 개봉한 봉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시작됐다. 당시 변희봉은 아파트 경비원 역할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고인은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까지 네 편의 봉준호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감독의 대표적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은 변희봉의 후기 연기 인생을 설명하는 중요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특히 ‘괴물’은 두 사람의 협업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변희봉은 극 중 가족을 지키기 위해 괴물과 맞서는 아버지 희봉을 연기했다. 또한 ‘괴물’로 제27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봉 감독은 변희봉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여러 번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옥자’ 공개 당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변희봉 선생님의 팬이었다. 파도 파도 (연기에) 더 나오는 뭔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여러 작품에서 함께했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옥자’ 출연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연 때문에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기도 했다.
‘옥자’는 변희봉에게도 특별한 작품으로 남았다. 2017년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생애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에는 변희봉을 비롯해 안서현, 스티븐 연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했고,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와 생명, 자본주의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옥자’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촬영됐고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작품으로도 주목 받았다.
당시 칸에서 변희봉은 오랜 배우 생활 끝에 처음 밟은 레드카펫에 대한 벅찬 마음을 직접 밝혔다. 그는 "배우생활을 오래 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꿈을 갖지도 않았다. 70도로 기운 고목에 꽃이 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다 저물었는데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니냐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힘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라며 "이다음에 뭘 또 하려는지 기대해 달라. 열심히 하겠다. 죽는 날까지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인은 ‘옥자’를 통해 새로운 활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췌장암이 재발하면서 투병에 들어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도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출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2023년 9월 18일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랜 연기 인생도 막을 내렸다.
고인은 작품 활동뿐 아니라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인정받았다.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로 제2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인기상을 받았다. 2020년에는 고두심, 윤항기 등과 함께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옥자’의 칸 레드카펫에서 "죽는 날까지 하겠다"고 말했던 배우는 그로부터 6년 뒤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영화와 연기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 지금도 관객들에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