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그리스 총리에 반대 요청…바이낸스 EU 라이선스 승인 하루 전 뒤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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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 ECB 총재가 바이낸스 EU 라이선스 승인을 막았다는 WSJ 보도
그리스 승인 초읽기 신청이 하루 만에 뒤집혀, 프랑스 이용자 200만명 발 묶여

승인 초읽기였던 그리스 신청, 하루 만에 뒤집혀 — AI 자료 이미지
승인 초읽기였던 그리스 신청, 하루 만에 뒤집혀 — AI 자료 이미지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의 유럽연합(EU) 라이선스 취득이 승인 발표를 하루 앞두고 급반전한 배경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18일(현지시각) 그리스 금융감독위원회(HCMC) 부의장이 바이낸스 측에 라가르드가 그리스 총리에게 승인 반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낸스는 결국 지난 6월 24일 그리스 신청을 자진 철회했고, EU 가상자산시장규제(MiCA) 전환 기한인 7월 1일까지 어떤 회원국 라이선스도 확보하지 못했다.

승인 초읽기였던 그리스 신청, 하루 만에 뒤집혀

WSJ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5월 말 이미 그리스 당국으로부터 신청이 완료됐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회사는 “주요 이정표(Major Milestone)”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준비했고, 리처드 텅 최고경영자는 그리스 총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와 사진 촬영을 겸한 아테네 방문을 계획했다. 현지 법인 책임자는 사무실 임대 계약 서명까지 앞둔 상태였다.

그리스 당국은 6월 초 유럽증권시장감독청에 승인 의사를 통보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HCMC 부의장은 바이낸스에 라가르드가 자국 총리의 지지 없이는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전했다.

이후 로이터는 6월 16일 그리스 감독당국이 신청을 반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HCMC는 기밀 유지 규정을 이유로 언급을 거부했고, 바이낸스는 반려를 시사하는 공식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약 일주일 뒤 HCMC는 결국 바이낸스에 라이선스 발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고, 바이낸스는 MiCA 전환 기한을 일주일 앞둔 6월 24일 신청을 철회했다.

“기관 간 힘겨루기와 디지털유로”…두 가지 이유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기관 간 힘겨루기와 디지털유로”…두 가지 이유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기관 간 힘겨루기와 디지털유로”…두 가지 이유

라가르드의 반대 이유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기관 간 영역 문제다. 라가르드는 개별 회원국 감독기구가 EU 전역에 통용되는 라이선스를 단독으로 발급하기보다, ESMA가 크립토 라이선싱 권한을 통합해 가져가는 방안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통화정책 차원이다. 바이낸스가 유럽에서 발판을 넓히면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유럽 내 확산이 빨라질 수 있는데, 이는 ECB가 디지털유로라는 대안을 구축하려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ECB는 2027년 파일럿 가동, 2029년 첫 발행을 목표로 잡고 있다. 바이낸스의 2023년 미국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유죄 인정과 약 43억 달러(약 5조 8,910억원, 1달러 1,370원 기준) 벌금 합의 전력이 이런 우려에 명분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라가르드는 이 문제와 별개로 이전부터 관련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5월 8일 한 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가 3,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그중 대부분이 달러 표시이며, 테더와 서클이 시장의 9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국 통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유럽 금융시스템에 깊이 뿌리내리면 “디지털 달러화와 통화 주권 상실” 위험이 있다는 게 요지였다. 다만 이 발언에서 스테이블코인 금지를 주장하지는 않았고, 중앙은행 화폐에 기반한 공공 결제 인프라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당사자들은 “근거 없다”…공식 확인은 없어

HCMC 대변인은 소속 관계자들이 보도된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신청을 독립적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재무장관 보좌관도 정부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HCMC를 독립 기구로 규정했다. ECB 역시 관련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바이낸스는 코인텔레그래프 취재에 “우리는 추측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EU에서 MiCA에 따라 장기적이고 준법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현행 MiCA 체계상 CASP(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 라이선스 발급 권한은 회원국 감독기구에 있고 ECB는 은행이 아닌 사업자의 인가 절차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이 논란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바이낸스는 그리스에 1월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규제 당국과는 약 18개월간 협의를 이어왔다고 설명해왔다. 6월 16일 공지에서는 HCMC가 심사를 마쳤고 신청서가 MiCA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자사의 이해였다며, ESMA 차원 검토도 거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자체 설명을 뒷받침하는 HCMC의 공개 승인 결정은 없었다.

프랑스 이용자 200만명 발 묶여…여전히 미인가 상태

MiCA 전환 기한이 끝난 7월 1일, 바이낸스는 라이선스 없이 남았고 프랑스 법인은 현물·마진·선물 거래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약 200만명의 이용자가 자산 인출만 가능한 상태로 묶였다. 바이낸스는 당시 여러 EU 시장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바이낸스는 리버스 솔리시테이션(고객이 자발적으로 해외 미인가 사업자에 먼저 접근한 경우 허용되는 예외 조항)에 의존하고, 패스포팅 권리가 없는 제3국으로 취급되는 아부다비 법인을 통해 일부 EU 거래를 우회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ESMA는 이 예외가 수년간 마케팅과 앱 다운로드로 형성된 고객층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발적인 접촉에만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금융감독기구도 현장 점검에서 발견된 자금세탁방지 통제 미비를 지적했고, 일부 보도는 라이선스 없이도 신규 EU 계정이 계속 개설되고 있다고 전했다.

8월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바이낸스가 ESMA의 인가 사업자 명단에 없는 상태에서도 유럽 고객 계정 개설·인증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를 통해 스페인 신원증명서로 개설한 한 계정은 제3자 결제업체가 주소 불일치를 감지해 은행송금을 통한 유로 입금이 막혔지만, 가상자산 입금은 가능했다.

바이낸스는 EU에서 장기적이고 준법적인 방식의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프랑스 AMF를 다음 인가 경로로 검토하고 있다. 텅 최고경영자는 MiCA 시행이 파편화되면 유럽이 크립토 산업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몇 달 안에 라이선스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신청서 제출이 확인된 국가는 아직 없다. 그 사이 바이낸스는 8월 말 기준 전 세계 현물 거래량의 45% 이상을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구 4억5,000만명의 EU 시장에서는 합법적으로 마케팅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EU는 이 기간 경쟁사들에 230개 이상의 MiCA 라이선스를 발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