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4시간인데 303만원…스마트폰 없이 작동하는 이 기업의 AR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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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 AR안경 ‘스펙스’ 사전주문 개시, 가격 303만원·배터리 4시간
스마트폰 없이 독립 작동…이모진 힙 공연으로 화제, 메타와 경쟁

스냅이 자체 개발한 증강현실(AR) 안경 “스펙스(Specs)”의 사전주문을 시작했다. 와이파이 전용 모델 가격은 2,195달러(약 303만원, 1달러 1,380원 기준)이며 올가을 출시될 예정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이 기기는 배터리 사용 시간이 4시간에 그치지만, 스냅은 “예측형 인공지능(anticipatory AI)”을 표방한 스펙스 인텔리전스 플랫폼과 손을 쓰지 않고 조작하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앞세워 초기 수용자층을 정조준하고 있다.
톰스가이드 기자가 참석한 공식 공개 행사에서 스냅은 뮤지션 이모진 힙을 파트너로 소개했다. 힙은 발표 막바지 약 10분간 무대에 올라 자신만의 렌즈(스냅이 앱을 부르는 명칭)를 활용해 즉흥 공연을 펼쳤다. 손짓만으로 사운드를 루핑하고 비트를 만들고 볼륨과 리버브까지 조절하는 장면이었다.
스마트글래스가 아니라 “안경 속 컴퓨터”
기즈모도와 만난 스냅 스펙스 스튜디오 총괄 벤 퓨어스타인은 “스펙스에서 사람들이 이해해야 할 중요한 지점 하나는 이게 스마트글래스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증강현실 안경에 내장된 컴퓨터”라고 설명했다.
이 구분에는 근거가 있다. 스펙스는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방식도, 엑스리얼이나 구글의 차기 안경 오라(Aura)처럼 별도 퍽(puck) 장치에 의존하는 방식도 아니다. 안경 자체가 독립된 기기로 작동하며, 안경을 쓰는 순간 iOS나 안드로이드가 아닌 스냅 자체 플랫폼에 올라탄다.
기즈모도 기자는 실제 체험 후 “스펙스가 메타의 퀘스트 헤드셋과 비슷한 방식으로 가상의 물체를 실제 환경에 겹쳐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가상현실(VR) 구현이나 완전한 확장현실 기기 수준의 성능은 아니지만, 스냅은 안경이라는 작은 폼팩터 안에 헤드셋급 야심을 담으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51도 시야각·이중 스냅드래곤…실제 사양은
GSM아레나가 확인한 스펙스의 상세 사양을 보면, 투명 디스플레이는 시야각 51도를 지원하며 약 3미터 거리에서 115인치 화면을 보는 듯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카메라 작동을 알리는 인디케이터 라이트가 달려 있고, “이중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와 마그네틱 5핀 충전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
프레임은 TR90 소재이며 47㎜ 좁은 형태와 52㎜ 넓은 형태 두 가지로 나온다. 음성과 제스처 조작을 모두 지원하고, 오픈이어 스테레오 스피커와 마이크 6개, 블루투스, 와이파이를 갖췄다. 처방 렌즈 장착도 가능하다.
셀룰러 데이터 연결이 되는 케이스를 원하면 2,395달러(약 330만원)를 내야 한다. 이 기능은 버라이즌과 독점 계약을 맺어 버라이즌 네트워크로만 작동하며, 데이터 요금은 기존 버라이즌 고객이면 월 10달러, 비고객이면 월 20달러부터 시작한다. 와이파이 전용 모델은 올가을 출시가 “예상”되지만, 셀룰러 버전 출시 시점은 버라이즌 측이 아직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상태다.
가격 논란과 10년 준비, 메타와의 경쟁
스냅 최고경영자 에번 스피걸에게 스펙스 출시는 최소 10년 이상 준비해온 프로젝트다. 스냅은 앞서 2016년 첫 안경 “스펙터클스”를 내놓은 적이 있는데, 블루투스와 와이파이·카메라를 갖췄을 뿐 인공지능이나 컴퓨터 비전 없는 단순 웨어러블에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캠페인라이브 보도에 따르면 6월 초기 출시 당시 2,200달러라는 가격에 소비자들이 반발하면서 스피걸 해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후 스냅은 스펙스 인텔리전스로 HBO맥스와 스포티파이를 연동하고 아이폰·맥과도 연결되는 새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가격 논란 이면에는 원가 문제도 있다. 메타는 2024년 자사 프로토타입 안경 “프로젝트 오리온” 한 대를 만드는 데 1만 달러가 들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스냅 스펙스 역시 제작 원가가 판매가를 훌쩍 웃돌 가능성이 크다. 스냅은 최근 스펙스 사업부를 스냅챗 본체에서 분리해 별도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했다.
경쟁 구도도 만만치 않다. 메타의 리얼리티랩스 부문은 2020년 이후 누적 운영손실이 800억 달러(약 110조 4,000억원)에 달하지만 스마트글래스만큼은 수백만 대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스냅은 아직 그런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TCL의 레이네오, 인모 같은 신생 업체는 물론 구글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쓰는 엑스리얼 오라와도 경쟁해야 한다. 실제 체험 결과 스펙스는 레이네오 X3 프로보다 사용성과 생태계 면에서 앞서지만, “메타 규모의 기업을 뛰어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메타 역시 손을 놓고 있지 않다. 캠페인라이브에 따르면 디인포메이션 보도를 인용해 메타가 카메라 없는 새 스마트글래스 프로토타입을 개발 중이며, 마이크로폰을 내장해 자사 챗봇·에이전트와 연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메타는 아직 새 제품의 출시일을 밝히지 않았다.
셀럽 파트너십이 만든 “스타워즈적” 순간
스펙스에는 이모진 힙 외에도 배우 호연, 농구선수 지미 버틀러, 래퍼 잭 할로우 등 여러 유명인이 파트너로 참여해 각자만의 맞춤형 렌즈를 만들었다. 힙은 음악 기반 블록체인과 음악용 장갑을 개발해온 경력이 있고 생성형 AI를 예술과 음악에 활용하는 데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인물이다.
톰스가이드 기자는 “이번 발표 전체에서 이모진 힙의 즉흥 공연이야말로 스펙스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만든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제스처 조작이나 VR 헤드셋의 핀치 동작이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안경 위에서 손을 흔들어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확장현실 기술이 한 걸음 나아갔다는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다만 같은 기자는 “가격과 디자인을 고려하면 스펙스가 이미 존재하는 다른 기기들보다 훨씬 낫다고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스펙스가 겨냥하는 것은 아직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얼리 어답터 시장이며, 이 기술이 더 넓은 대중에게 닿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