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망신이... 한없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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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잘된 인사"라며 김승원 추켜세웠는데... 성추행 의혹까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부담으로만 끝나진 않는다. 김 전 후보자가 사퇴할 때까지 그를 감싼 더불어민주당도 정치적 후유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20일 정치권에서 나온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을 찾아 '지난 여름' 독립영화를 관람 후 청년 영화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스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을 찾아 '지난 여름' 독립영화를 관람 후 청년 영화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스1

당초 민주당은 8·30 개각 인사 중 논란이 불거진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는 일찌감치 거리를 뒀다. 반면 자당 소속인 김 전 후보자에 대해선 사퇴 직전까지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른바 '김생용사'(용 전 후보자를 포기하더라도 김 전 후보자는 살린다는 전략)로 불린 이 기류는 김 전 후보자가 이 대통령의 국정 과제와 맞닿은 상징적 인사였다는 점에서 나왔다.

문제는 여론과의 간극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인사청문회 당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김 전 후보자 임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2.1%로, 찬성(25.1%)의 두 배를 넘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반대 여론을 정면 돌파하는 쪽을 택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김 전 후보자를 두고 "지켜보면 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14일 "이슬만 먹고 사는 분을 후보자로 고를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엄호에 가세했다.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가족 의혹을 해명하던 김 전 후보자가 눈물을 흘리자 함께 눈가를 훔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민주당은 이틀 뒤인 17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민심을 정부와 청와대에 전달하는 것이 집권당 본연의 역할임에도 오히려 반대 여론을 뚫으려다 민심을 자극하는 언행이 이어졌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김 전 후보자의 추가 의혹을 담은 전직 보좌진들의 탄원서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전날인 17일 청와대에 제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KBS 보도에 따르면 탄원서에는 2024년 김 전 후보자가 참석한 술자리에서 한 동석자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다는 내용과 함께 추가 음주운전, 보좌진에 대한 상습 폭언·욕설, 추가 청탁 의혹 등이 담겼다. 성추행을 비롯한 이런 의혹들이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당일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사태의 무게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채 강행 처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후보자 측은 탄원서 내용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사실이 없고 제출됐는지도 알지 못한다"며 "보도된 탄원서 소문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오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성추행 의혹이 공론화된 이상 함께 눈물을 흘리며 김 전 후보자를 감쌌던 민주당의 청문회 대응은 결과적으로 더 곤혹스러운 장면으로 남게 됐다. 볼수록 잘된 인사라던 평가가 무색해진 것이다. 김 전 후보자가 사퇴하자 민주당에서는 "살신성인의 본보기"(박지원 민주당 의원)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및 남북군사합의 8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및 남북군사합의 8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민주당이 용 전 후보자와 김 전 후보자를 다르게 대한 데는 김 전 후보자의 여권 내 상징성이 자리한다. 이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인사인 데다 지지층의 기대가 실린 자리였던 만큼 당으로서도 물러설 여지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전 후보자에 대한 의혹 공세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주도했다는 점도 민주당의 선택지를 좁힌 요인으로 꼽힌다. 검찰에 몸담으며 현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했던 한 의원의 이력을 고려하면 여권으로서는 검찰개혁의 대상이 돼야 할 인물이 제기한 의혹에 강경하게 맞서는 것 외에 지지층의 반발을 잠재울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기류는 김 전 후보자 사퇴 직후 쏟아진 반응에서도 드러났다. 전용기 민주당 최고위원은 "비공개 수사자료가 유출되고 정치적으로 활용됐다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고, 한민수 민주당 최고위원은 "수사 기록 유출 연루 의혹 등은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악몽"까지 거론했다. 계파와 무관하게 당이 일제히 한 의원을 겨냥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번 낙마를 계기로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한 의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갈 태세다. 한 의원이 검찰 수사자료 유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대응이 폭넓은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의혹 자체가 아니라 의혹 제기자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성추행을 비롯한 김 전 후보자의 비위 의혹이 사퇴의 실질적 배경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화살을 한 의원에게 돌리는 방식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다'는 비판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글에서 언급한 KSOI 조사는 무선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5.9%,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