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도 졌다…일본 꺾고 금메달 딴 한국 농구대표팀에게 벌어진 믿기 힘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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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누르고 12년 만에 금메달 목에 건 한국 농구대표팀, 귀국날까지 버스 문제로 불편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대회 기간 내내 이어진 버스 문제로 끝까지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결승전 날 아침 훈련 버스가 오지 않아 훈련을 통째로 날린 데 이어, 우승을 확정 짓고 귀국하는 길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대회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 귀국일에 버스 노쇼로 지친 한국 농구 대표팀 선수 / 뉴스1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 귀국일에 버스 노쇼로 지친 한국 농구 대표팀 선수 / 뉴스1

한국 농구대표팀, 우승하고도 편히 쉬지 못한 귀국길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여준석은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가는 날까지... 버스가 안 오는군요"라는 짧은 글과 함께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사진 속 선수들은 캐리어와 짐을 옆에 쌓아둔 채 오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는 선수도 있었고, 캐리어에 몸을 기댄 채 지친 표정을 짓는 선수도 있었다. 전날 밤 결승전에서 온 힘을 쏟아낸 선수들이 귀국을 앞두고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도로에서 시간을 보낸 셈이다.

21일 귀국 당일 길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 / 여준석 선수 인스타그램
21일 귀국 당일 길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 / 여준석 선수 인스타그램

결승전 날 아침에도 버스 노쇼...결국 훈련 통째로 취소

사실 버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대표팀은 일본과의 결승전이 열린 20일, 경기에 앞서 오전에 체육관에서 슈팅 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전 10시쯤 숙소로 오기로 했던 이동 차량이 아무런 설명 없이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훈련 자체가 통째로 취소됐다. 결승 상대가 하필 개최국인 일본이었던 탓에, 온라인에서는 한국 선수단의 컨디션을 일부러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대한체육회는 대회 조직위원회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항의하고, 조직위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대표팀은 일본을 67-57로 꺾고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역대 다섯 번째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버스를 기다리며 지친 기색이 역력한 선수들 / 여준석 선수 인스타그램
버스를 기다리며 지친 기색이 역력한 선수들 / 여준석 선수 인스타그램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독 잦았던 크고 작은 사고들

버스가 오지 않는 일은 한국 농구팀만 겪은 문제가 아니었다. 대회 개막을 앞둔 지난 16일에는 중국, 인도,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 선수단이 나고야 주부국제공항 근처에서 숙소로 가지 못한 채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일부 선수는 공항에 도착한 뒤 4~6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야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자체도 논란이 됐다. 조직위는 비용을 아끼고 대회 이후 남는 시설을 만들지 않겠다는 이유로, 기존처럼 큰 선수촌을 새로 짓지 않고 호텔과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조립식 숙소 등에 선수단을 나눠 배치했다. 한국 농구 대표팀도 최대 6명이 함께 지내는 약 70㎡ 크기의 컨테이너 숙소에 머물렀는데, 침대 길이가 195㎝에 불과해 키 큰 선수들이 지내기엔 불편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대표팀 변준형은 화장실 바닥에 물이 새 고인 모습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8일 나고야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때는 컨테이너 숙소에 머물던 수백 명의 선수와 관계자가 한때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문제는 한국만의 불만이 아니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도 여러 나라 관계자들이 좁은 숙소와 침대, 누수 문제를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OCA 측은 대회가 끝난 뒤 쓸모없이 남는 시설을 만들지 않기 위한 실용적인 선택이었다며, 등록된 모든 선수와 지도자, 임원에게 숙소를 배정했다고 해명했다. 사고는 경기장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18일 기후현에서 열린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남자 하키 경기를 앞두고는, 대한민국 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잘못 흘러나오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태극기 앞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있던 선수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곧바로 문제를 알렸고, 조직위는 뒤늦게 사과했지만 애국가를 바로 다시 틀지도 못했다. 결국 방글라데시 국가가 먼저 나온 뒤에야 대한민국 애국가가 제대로 울려 퍼졌다.

일본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 뉴스1
일본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 뉴스1

팬들 "이게 스포츠 정신이냐" 싸늘한 반응

관련 기사에는 한국 팬들의 성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결승 앞두고도 문제가 심각했는데, 뒤끝이 장난 아니다. 이게 스포츠 정신인가"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자국까지 와서 힘들게 경기 치른 한국 선수들한테 이게 무슨 매너?", "이번 아시안게임 운영 진짜 문제 많더라. 이럴 거면 아예 국제대회를 유치하지 말아라", "일본은 진짜 부끄러운 줄 알길..." 등의 격앙된 댓글도 다수 추천을 받았다. 대회 운영 미숙이 반복되자 일부러 한국 선수단을 방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반응도 이어졌다. 다만 이런 의혹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닌 만큼, 감정적인 단정보다는 조직위의 공식 해명과 후속 조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웃으며 끝낸 태극전사들...12년 만의 값진 금메달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주장 이승현은 금메달 시상식이 끝난 뒤 "오전 훈련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다들 신경이 예민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오늘은 꼭 이겨야 한다'는 강한 각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축 선수 이현중도 "버스가 오지 않은 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훈련 한 번 못했다고 경기력이 흔들린다면 그게 더 문제"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표팀을 이끈 마줄스 감독 역시 선수들에게 지난 일에 얽매이지 말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자고 다독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대표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실력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