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을 성폭행한 '군무원'...강제추행도 38번이나 저질렀다
작성일
상급자 지위 이용한 1년 5개월 반복 성폭행, 징역 5년 선고
군대 내 성범죄, 지휘 관계가 피해자 침묵 강요하다
동료 여군을 성폭행한 뒤 1년 5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강제추행한 전직 육군 군무원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피해자와 직무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던 인물이 장기간 범행을 이어간 사건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정호)는 군인 등 강간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군무원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육군수사단 예하 수사단 관할 부대의 범죄 수사를 총괄했던 4급 군무원으로, 피해자인 여군 B씨에 대한 근무평정 권한을 갖고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급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2023년 발생했다. A씨는 B씨와 저녁 식사를 한 뒤 자신의 관사로 데려갔고, 피해자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2024년 6월까지 약 1년 5개월 동안 B씨의 얼굴과 팔, 등, 어깨, 옆구리, 엉덩이 등을 기습적으로 만지는 방식으로 38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일부 신체 접촉이 있었지만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성관계는 하지 않았으며 발기부전으로 성관계를 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놓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됐으며, 피해 직후 작성된 메모와 녹음파일, 사진, 카카오톡 기록 등이 진술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군대 내에서 상관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성폭행한 뒤 장기간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강제추행을 했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군 조직이 계급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성폭력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구제를 요청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군대 내 성범죄는 일반적인 성범죄와 별도로 군형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군형법에는 군인 등을 대상으로 한 강간과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의 범죄가 규정돼 있으며, 일반 형법상 범죄보다 가중처벌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다. 대법원도 군형법상 군인등강제추행과 군인등유사강간이 성폭력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군형법상 성범죄 규정은 범행의 상대방과 행위자의 신분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군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조직에 속해 있거나 지휘·복무 관계에 놓여 있는 경우가 있어, 범죄 자체뿐 아니라 군 조직의 지휘체계와 복무질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법적 판단에서 함께 고려돼 왔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군인등강제추행죄는 군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설명한다.

군형법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별도의 양형기준도 마련돼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공개한 군형법상 성범죄 양형기준을 보면 군인등강제추행은 감경 영역 2년 6개월에서 5년, 기본 영역 4년에서 7년, 가중 영역 6년에서 9년으로 구분된다. 군인등강간의 경우 감경 영역은 3년 6개월에서 6년, 기본 영역은 5년에서 8년, 가중 영역은 7년에서 10년으로 제시돼 있다.
양형기준은 법원이 선고할 형량을 기계적으로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범행의 내용과 피해 정도, 범행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이후의 사정 등 여러 요소가 함께 검토된다. 이번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A씨가 단 한 차례의 범행에 그치지 않고 성폭행 이후 약 1년 5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신체 접촉을 했다는 점을 짚었다.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점 역시 판결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됐다.
군대 내 성범죄에서 지휘관이나 상급자의 지위는 피해자의 대응 방식과도 연결될 수 있다.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구성원 사이에는 업무 지시와 근무평정, 인사 등 여러 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A씨가 피해자의 근무평정 권한을 갖고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급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군형법의 성범죄 규정은 여러 차례 개정돼 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군형법은 2009년 개정을 통해 군대 내 여군을 포함한 군 구성원을 성폭력범죄로부터 보호하고 군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강간과 추행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이후 유사강간죄가 신설되는 등 관련 규정이 정비됐다.
군인등강제추행죄는 군형법상 범죄이면서 성폭력처벌법상 성폭력범죄에도 해당한다. 대법원은 군형법상 강제추행죄가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비해 가중처벌되는 범죄인 만큼 성폭력처벌법에서 정한 성폭력범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범죄에 대해서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신상정보 등록 등 관련 제도가 적용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은 성폭행 혐의와 장기간 반복된 강제추행 혐의가 함께 인정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과 상급자라는 지위를 이용한 범행이라는 점을 판결 이유에서 직접 언급했다. 피해자의 진술뿐 아니라 사건 직후 작성된 기록과 녹음파일, 사진, 메시지 등이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판단된 점도 확인됐다.
군 조직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군사법원에서만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사건의 피고인 신분과 범죄 발생 시점, 관할 등에 따라 수사와 재판의 관할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전직 군무원이 형사재판을 받아 광주지법에서 선고가 내려졌다. 군형법이 적용되는 범죄라도 사건의 구체적인 절차는 피고인의 신분과 관련 법령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주목한 부분은 범행의 반복성과 지위 관계였다. 피해자와 같은 조직에서 근무하면서 업무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상급자가 성폭행 이후에도 장기간 반복적으로 신체 접촉을 이어갔다는 사실이 양형 사유에 포함됐다. 법원은 이를 두고 군 조직의 특성을 고려할 때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 선고된 징역 5년은 법원의 1심 판단이다.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형사책임과 형량은 법원이 인정한 공소사실과 증거, 양형 사유를 바탕으로 결정됐다. 군대 내 성범죄는 군형법과 성폭력 관련 법률이 함께 적용될 수 있고, 행위자의 지위와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반복성 등도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로 다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