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동공지진…오늘 한국-북한 축구 경기장에 깜짝 등장한 인물

작성일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북한과 맞대결에서 1-1 무승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조별리그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예상 밖의 인물이 관중석에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경기 도중 관중석에 나타난 한 남성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코스프레한 모습으로 등장해 순식간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태극기를 향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 뉴스1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태극기를 향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 뉴스1

조 1위를 건 마지막 승부, 결과는 1-1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의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북한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을 치렀다. 이번 대회 들어 처음 성사된 구기 종목 남북 대결이었다.

한국과 북한은 나란히 조별리그 2연승을 달리며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 두 팀 모두 승점 7로 동률을 이루고 있었지만, 골득실에서 북한이 +18로 한국(+11)에 앞서 있었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조 1위 탈환을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조 1위와 2위는 8강 토너먼트 대진과 이동 동선에서 유불리가 갈리는 만큼,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경기는 전반 36분 북한의 코너킥 상황에서 요동쳤다. 한국 수비수 장슬기가 걷어내지 못한 볼을 북한 채은영이 터닝슛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한국도 곧바로 반격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윤수정이 최유리의 침투 패스를 받아 북한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후반 1분 만에 균형을 맞췄다. 이후 양 팀 모두 추가 득점 없이 경기는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한국은 조 2위로 8강에 오르게 됐으며, 오는 25일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G조 2위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행을 놓고 다툰다. 신상우 한국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것을 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면서도 "축구는 축구로 결과를 내는 것이므로 그런 것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1-1 무승부로 마친 양국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1-1 무승부로 마친 양국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관중석에서도 이어진 남북 대결

경기만큼이나 뜨거웠던 것은 관중석 응원전이었다.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북한 응원단은 본부석 오른쪽 골대 뒤편에, 흰색 티셔츠 차림의 한국 응원단은 본부석 왼쪽에 각각 자리를 잡았다. 응원 막대와 북, 꽹과리 소리가 뒤섞이며 경기장 안은 시종 열기로 가득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계열 조선대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본 각지에서 모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응원단은 약 200명 규모였다. 이는 앞서 오사카에서 열린 조별리그 1차전 당시 1천여 명이 집결했던 것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지만, 사전에 맞춘 듯한 구호와 '가리라 백두산으로', '우리는 조선사람' 등의 응원가로 조직적인 응원을 이어갔다. 채은영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는 일제히 환호했고, 윤수정의 동점골이 나오자 탄식을 쏟아내는 등 경기 흐름에 따라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응원하는 북한 축구 응원단 / 뉴스1
응원하는 북한 축구 응원단 / 뉴스1

수적으로는 열세였던 한국의 '붉은악마' 응원단도 밀리지 않는 열기를 보여줬다. 소형 태극기와 꽹과리를 든 수십 명의 응원단은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고, 윤수정의 동점골이 터진 순간에는 적은 인원에도 경기장을 가득 채울 만큼 큰 환호성을 냈다.

다만 뜨거운 응원 열기와 달리 취재 환경은 냉랭했다. 남북 맞대결의 열기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 취재진 10여 명이 현장을 찾았지만, 조선총련 중앙본부 관계자는 "응원단 개개인에 대한 취재는 받지 않겠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명확한 사유는 설명하지 않았으나, 남북 대화가 사실상 끊긴 예민한 정치적 국면 속에서 열린 경기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올림픽위원회 대표단장 자격으로 경기장을 찾은 김일국 체육상 역시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경기 도중 등장한 '김정은'…관중 술렁

이날 가장 이목을 끈 장면은 따로 있었다. 경기 중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으로 분장한 한 남성이 미사일 모양의 봉제 인형을 손에 들고 북한 측 응원석 쪽으로 다가가려다 경기장 내 경찰 등 관계자에게 제지당한 것이다. 해당 남성은 미사일 인형을 던지는 시늉까지 하며 주변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순식간에 경기장 안이 술렁였다.

이 같은 정치적 코스프레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종종 제재 대상이 되어 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 50조는 올림픽 경기장과 시설 내에서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동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주관 대회로 IOC와 적용 규정이 동일하지는 않아, 이번 사안에 대해 주최 측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2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의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관중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분장을 한 남성이 북측 응원단으로 접근하다 경찰 측에 제지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2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의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관중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분장을 한 남성이 북측 응원단으로 접근하다 경찰 측에 제지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2년 전 파리에서도 있었던 '가짜 김정은'

이번 사례의 주인공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과 동일인으로 확인됐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를 찾은 인물은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켓(미사일)을 든 모습을 표현하며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기 도중에는 손을 들어 경례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 남북전 찾아 로켓 들고 경례 / 뉴스1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 남북전 찾아 로켓 들고 경례 / 뉴스1

하워드X는 2024 파리올림픽 당시에도 프랑스와 스페인의 남자 축구 결승전 관중석에 김정은 위원장을 흉내 낸 복장으로 등장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 분장한 다른 남성과 함께 프랑스 경찰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쫓겨나 한때 구금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여권을 확인당한 뒤 경기장에서 퇴장당했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장했으며, 제재 근거로 지목된 것이 IOC 헌장 50조의 '정치적 의사 표현 금지' 조항이었다. 그는 같은 대회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 경기장에도 김정은 코스프레 차림으로 등장해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는 듯한 행동을 보여 논란을 빚었는데, 당시 북한 선수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무시로 일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즈오카 현장에서는 하워드X가 별도의 제재를 받았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히 보도되지 않았다. 앞선 파리올림픽 사례처럼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해석돼 추가 조치가 뒤따를지 주목된다.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찾은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켓을 든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 뉴스1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찾은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켓을 든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 뉴스1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이날 무승부로 북한전 상대 전적을 1승5무16패로 유지했다. 남북전 마지막 승리는 2005년 8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거둔 1-0 승리로,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절대 열세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내건 한국은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을 통해 여자축구 사상 최고 성적(2010년 광저우·2014년 인천·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동메달)을 넘어설 새 역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