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북전에 뜬 '김정은'…정체 알고 보니 '이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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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분장 활동가의 정치 풍자, 경기장 소동 일으키다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남북전 관중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분장을 한 활동가가 나타나 소동을 빚었다. 정체는 홍콩 출신 정치풍자 활동가 '하워드 X'였다.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찾은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켓을 든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 뉴스1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찾은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켓을 든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 뉴스1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워드 X는 전날 시즈오카현 후쿠로이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조별리그 F조 3차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진행되던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유의 헤어스타일에 인민복 형태의 상의를 걸치고 모형 로켓까지 손에 든 채 등장해 관중과 보안 관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하워드 X가 북한 응원단석 쪽으로 점점 다가서자 경찰이 충돌을 우려해 직접 그를 가로막았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그는 북한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는 연합뉴스와 만나 "일본에 사는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며 "이들은 일본에 살면서 북한 학교에 다니고 온갖 선동과 헛소리로 북한에 세뇌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뇌의 고리를 깨부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를 희화화하는 행위가 재일조선인에게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모욕하는 게 아니라, 틀을 깨려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늘 나를 본 사람들이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나를 찾아보고 웃게 될 것"이라며 "지도자를 보고 웃을 때 모든 공포가 사라진다"고 했다.

북한의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하워드 X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당한 사례를 들며 "김정은이 러시아에 군대를 보내고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있다"며 "북한은 스포츠 대회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워드 X는 홍콩에서 태어나 10살 때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한 중국계 호주인이다. 한때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하다 2011년 처음 등장한 북한 후계자의 얼굴에서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하고 이듬해부터 김 위원장 분장을 본업 삼아왔다.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경험이 있고, 북한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미행당한 적도 있다고 주장하며 신변 안전을 이유로 호주에 터를 잡았다.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찾은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으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 뉴스1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찾은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으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 뉴스1

이런 활동을 13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그는 국제 행사마다 등장해 제지 받은 전력이 화려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닮은꼴과 함께 나타났고,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 관중석에서는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같은 해 6월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창이공항에서 당국 조사를 받았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는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앞에 나타나 트럼프 분장을 한 캐나다인 러셀 화이트와 나란히 취재진 질문에 응했다. 베트남 당국은 비자가 유효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를 추방했다.

하워드 X는 당시 AP통신 등에 "김정은을 닮은 얼굴로 태어난 게 진짜 죄"라며 "풍자는 독재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평창 때 북한 응원단의 반응을 두고는 "일부는 어떻게 감히 사칭하느냐는 식이었고, 어떤 이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웃는 사람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영국 매체 메트로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피켓을 든 평범한 시위자였다면 무시당했을 것이라며 풍자를 택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만약 내가 단지 피켓을 든 그저 한 명의 시위자였다면, 나는 무시당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민주주의라는 대의에 시선을 끌기 위해 이런 흉내내기를 쓰기로 했는데, 그것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재자들이 그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며 "모든 독재자는 놀림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으로 나타난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가 경례를 하고 있다. / 뉴스1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으로 나타난 중국계 정치활동가 '하워드X'가 경례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번 헤어스타일은 일본 현지 미용실에서 김 위원장의 앞·옆·뒷모습 사진을 보여주고 만들었다고 했다. 머리가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끔찍하다. 김정은은 패션 감각이 엉망이다"라고 답했다.

경기장 안에서는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전반 북한에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윤수정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추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 팀 모두 2승 1무(승점 7)로 같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선 북한이 조 1위, 한국이 조 2위로 나란히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오는 25일 오사카에서 우즈베키스탄과 4강행을 놓고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