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8개월형 받고 11년 만에 나왔다…치료감호에 갇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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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8개월 선고받고도 11년 뒤 퇴원…형기 넘긴 재원자 3명 중 2명
교정시설 정신질환 수용자는 늘고 치료감호 청구는 감소…제도 전 과정 추적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도 11년 만에 병원을 나선 남성의 사례를 통해 치료감호 제도의 입원부터 퇴원, 사회 복귀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본다.

여러 차례 무전취식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유호균 씨는 여덟 달 뒤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국립법무병원 문을 나선 것은 11년 뒤였다. 형벌에는 정해진 기간이 있지만 치료감호는 치료 상태와 재범 위험성 등을 심사해 종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22일 방송되는 KBS 1TV ‘시사기획 창’ 564회 ‘죄와 병-사라진 사람들’은 유 씨 사례를 출발점으로 치료감호 제도의 전 과정을 추적한다. 누가 치료감호 대상이 되는지부터 국립법무병원 안에서 어떤 치료를 받는지, 퇴원 여부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병원을 나온 뒤 사회 복귀는 어떻게 이뤄지는지까지 차례로 살펴본다.
징역 8개월이 11년으로…치료감호의 끝은 누가 정하나

치료감호는 정신질환 등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사람에게 치료를 제공하고 재범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법원이 치료 필요성과 재범 위험성 등을 판단해 처분하며, 일반적인 징역형처럼 형기가 끝났다고 곧바로 종료되는 구조는 아니다.

이 때문에 치료감호를 받는 사람 가운데 함께 선고된 형기를 넘긴 뒤에도 병원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작진이 확인한 국립법무병원 재원자 가운데 3명 중 2명은 이미 함께 선고받은 형기를 넘긴 상태였다.
방송은 치료감호 대상자의 퇴원을 결정하는 치료감호심의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실제 심사 과정도 들여다본다. 증상 호전 정도와 재범 위험성뿐 아니라 퇴원 뒤 거주할 곳이나 치료를 이어갈 환경 등이 판단 과정에서 어떻게 고려되는지 확인한다.
823명 치료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9명
치료감호의 중심 시설인 국립법무병원의 내부 상황도 공개된다. 올해 6월 기준 국립법무병원 재원자는 823명이며 이들을 담당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9명이다. 전문의 한 명이 평균 90명이 넘는 재원자를 맡고 있는 셈이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병원 내부에서 의료진의 회진과 병동 생활, 실제 치료 과정을 취재했다. 언론에 국립법무병원 내부 치료 현장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치료감호 대상자의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병원의 수용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장기 재원자가 늘면 새롭게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받을 공간과 인력이 부족해지고, 이는 다시 치료감호 제도 전체의 병목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정시설 정신질환 수용자는 늘었는데 치료감호 청구는 감소

치료감호 시설 밖에서는 정반대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교정시설에 수용된 정신질환자는 2016년 3296명에서 올해 6월 6180명으로 늘었다. 약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반면 치료감호 청구는 감소하는 추세다. 2021년 78건이었던 치료감호 청구는 지난해 42건으로 줄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7건에 그쳤다.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수용자는 교정시설에서 늘고 있지만 이들을 전문 치료시설로 보내는 치료감호 청구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방송은 치료감호 대상자를 결정하는 초기 단계에서 어떤 판단이 이뤄지고 있는지,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교정시설에 남게 되는 구조적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형기 끝나도 못 나가고, 치료 필요해도 못 들어간다

현재 치료감호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서로 반대 방향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한쪽에서는 치료가 필요하지만 국립법무병원에 들어가지 못한 정신질환 수용자가 교정시설에 남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형기를 넘긴 치료감호 대상자가 병원을 떠나지 못한다.
결국 치료감호의 ‘입구’와 ‘출구’가 동시에 막히면서 병원 내부의 과밀과 장기 수용 문제가 맞물리는 구조다. 치료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료적 판단만으로는 퇴원을 결정하기 어렵고, 퇴원 뒤 생활할 공간과 지속적인 치료 환경까지 함께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치료감호심의위원회 참석자들을 만나 실제 퇴원 심사에서 무엇이 중요하게 판단되는지도 확인한다. 치료 상태가 좋아졌더라도 사회에서 치료를 이어갈 기반이 부족할 경우 어떤 결정이 내려지는지가 주요 취재 대상이다.
병원 문 나선 뒤 더 큰 문제…거처·치료 끊기면 다시 위기

치료감호 종료가 곧 사회 복귀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병원을 나온 뒤 머물 곳이 없거나 통원치료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오랜 입원 생활 이후 다시 일상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가족과 관계가 끊겼거나 장기간 시설에서 생활한 사람은 주거와 복지, 의료 지원을 동시에 필요로 할 수 있다. 그러나 퇴원 이후 이를 연결하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으면 치료가 중단되고 다시 위기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커진다.
제작진은 국내 지역사회의 사례뿐 아니라 일본의 사법정신의료 현장도 찾았다. 일본에서는 치료시설에서의 입원 치료와 퇴원 이후 지역사회 관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보고 국내 제도와 비교한다.
오래 가두는 것인가, 치료를 이어가는 것인가
치료감호는 범죄로부터 사회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사람을 치료해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치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시키는 것도, 퇴원 이후 대책 없이 장기간 병원에 머물게 하는 것도 각각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번 방송은 치료감호 대상자를 정하는 단계부터 병원 안 치료, 퇴원 심사와 사회 복귀까지 전체 과정을 연결해 살펴본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면서도 장기간 수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도 짚는다.
KBS 1TV ‘시사기획 창’ 564회 ‘죄와 병-사라진 사람들’은 22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