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 이더 무기한선물, 5,500달러 거래 100만건 몰려…CFTC 워시트레이딩 의혹 검토
작성일
카시 이더 무기한선물, 5,500달러 거래 100만건에 CFTC 조사 검토
카시는 워시트레이딩 의혹을 부인했고 CFTC는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예측시장 플랫폼 카시(Kalshi)의 이더 무기한선물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단일 계약에서 거의 동일한 규모의 거래가 약 100만 건 체결됐고, 최근 거래의 3분의 1 이상이 5,500달러 안팎에 몰리며 지난 한 달간 이더 무기한선물 거래량 50억달러(약 6조7,700억원, 1달러 1,354원 기준) 이상을 차지했다. CFTC는 아직 정식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고,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규제당국이 조사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전 데이터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WSJ에 전했다. 카시는 워시트레이딩(가짜 거래로 거래량을 부풀리는 행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5,500달러 근처로 쏠린 거래들
WSJ는 이 거래 패턴에 관여한 회사로 점프트레이딩(Jump Trading)과 윈터뮤트(Wintermute)를 지목했다. 점프트레이딩 측은 자사가 수익을 목적으로 거래하며 자기거래방지(self-match prevention) 도구를 사용하고 다른 트레이더와 공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FTC는 조사 여부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코인데스크는 카시가 반박에 나서기 전인 9월22일(현지시각) 이른 시각 보도에서 카시의 비트코인·이더 무기한선물 거래량 대부분이 동일한 규모의 거래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이더 무기한선물은 5,500달러 안팎, 비트코인 무기한선물은 2,500달러 또는 5,000달러 안팎에 거래가 몰렸다는 내용이다. 같은 날 늦게 나온 WSJ 보도는 여기에 더해 CFTC가 유사 규모로 체결된 이더 시장 거래 약 100만 건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보탰다.
의혹은 애초 X(옛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퀀트 트레이더 출신으로 리서치업체 스텔스네오랩 공동창업자인 베니는 9월19일 카시의 공개 데이터를 분석해 24시간 이더 무기한선물 거래량이 약 5억3,900만달러(약 7,300억원, 1달러 1,354원 기준)에 달하는 반면 미결제약정은 약 31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결제 잔고 대비 회전율이 약 174배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그는 5,500달러짜리 거래가 나흘간 전체 이더 무기한선물 거래량의 48~58%를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한 매체가 카시의 공개 마진 API에서 직접 거래 내역을 받아본 결과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9월23일 정오 무렵(UTC 12시17분) 기준 24시간 동안 체결된 거래는 13만6,474건, 거래액은 약 5억8,400만달러였다. 이 중 7만3,200건 이상(전체 건수의 54%, 거래액의 68%)이 5,426달러 안팎의 좁은 구간에 몰렸고, 당시 미결제약정은 660만달러로 하루 회전율이 약 88배에 달했다. 계약 수량은 1,971계약, 1,972계약, 1,975계약 등으로 조금씩 달랐지만 달러 기준 거래 규모는 그대로 유지됐는데, 이는 고정된 규모의 대기주문이 반복적으로 체결될 때 나타나는 패턴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날 오전(UTC 8시13분) 기준 집계에서는 5,425달러 안팎 거래가 24시간 거래량의 70%를 차지했다는 수치도 나왔다.

카시의 반박: “가짜 거래 아닌 진짜 시장 활동”
카시는 CFTC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카시 홍보 책임자 엘리자베스 다이애나는 “우리는 CFTC로부터 연락받은 바 없고 공식 조사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런 데이터 패턴은 유동성 인센티브 프로그램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고 금융시장에서 보편적이다. X에 올라온 글을 다 믿지는 말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을 “경쟁사들이 퍼뜨린 소문”이라고 표현했다.
카시는 9월22일 블로그 글에서 자기거래(같은 주체가 양쪽에서 거래하는 행위)는 시스템상 기계적으로 차단돼 있고, 상대와 사전에 약속한 거래도 금지되며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밝혔다. 반복되는 거래 규모는 유동성 공급자 인센티브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마켓메이커에게 매시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정해진 스프레드 내에서 최소 규모의 매수·매도 주문을 걸어두는 대가로 매달 고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앞선 게시물에서 카시는 거래량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을 두고 “일부는 오해에서 비롯됐고 일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시는 “고정 규모 거래는 한 명의 마켓메이커가 일정 규모의 대기주문을 걸어두고 다수의 테이커(주문을 받아치는 트레이더)에게 반복적으로 체결당하는 상황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에서 테이커 수백 명이 다른 거래소의 가격 변동을 이용해 마켓메이커의 낡은 호가를 사고팔아 수익을 냈고, 테이커는 “거의 일관되게 이익을 봤고” 마켓메이커는 “거의 일관되게 손실을 봤다”는 것이 카시 측 설명이다. 카시는 “이는 워시트레이딩이 아니라 실제 경제적 활동이 있었다는 신호다. 워시트레이딩이라면 양쪽 모두 손익을 내지 않으면서 거래량만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WSJ는 카시가 일부 트레이더에게 거래량 목표를 채우면 회사 지분을 매입할 기회를 제공했고,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매달 현금을 지급해 대형 트레이더의 유동성 공급을 유도했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카시의 9월22일 블로그 글은 거래량 목표에 연동된 지분 매입 제안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리베이트 프로그램 두 개와 CFTC의 8월 경고
수수료 구조를 둘러싼 의혹도 나왔다. 카시는 지난 7월부터 자기청산 회원사에게 무기한선물 거래에서 낸 수수료만큼 월말에 돌려주는 한시적 리베이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카시에 따르면 CFTC에 제출한 신고서는 건별로 순수수료가 마이너스가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거래를 더 많이 한다고 추가로 돈을 받는 구조는 아니다. 이 프로그램이 유지되는 동안 자기청산 회원사는 무기한선물에서 순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비판론자들이 문제 삼은 것은 9월2일 같은 리베이트 신고서에 추가된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크립토 무기한선물 테이커 수수료를 0.3bp(basis point, 1bp=0.01%포인트)로 리베이트하고 메이커에게는 순 0.3bp 크레딧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 요율은 거래소가 별도로 공지한 시점부터 적용되며 9월16일 오후 5시(미국 동부시각) 이전에는 시행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카시는 9월22일 블로그 글에서 0.3bp 프로그램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정된 신고서는 워시트레이딩·자기거래·사전조율거래로 판정됐거나 조사 대상이 된 거래에는 리베이트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카시는 9월16일 CFTC에 자기청산 회원사 대상 한시적 리베이트 프로그램 연장 신고서를 인증 제출했다. 이에 앞서 CFTC 시장감시국은 8월12일 지정계약시장이 마켓메이커·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자체 인증할 때 지켜야 할 의무를 환기하는 권고문을 냈다. 이벤트 계약과 관련한 부실 신고서가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별개로 CFTC는 8월11일 뉴욕주가 카시의 이벤트 계약 중단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으로 시장 비상상황이 발생했다는 카시 측 통지를 받은 뒤 비상권한을 발동했다. 이번 이더 무기한선물 조사와는 별개 사안이다.
두 달여 만에 몸집 불린 무기한선물, 남은 의문들
카시는 5월29일 무기한선물을 미국 역사상 최초라고 소개하며 내놓았다. 출시 일주일 만에 거래량이 10억달러를 넘었다고 CNBC에 밝혔다. 비트코인 계약을 승인받은 뒤 6월3일부터는 크립토 무기한선물 거래를 시작했고, 첫 2주 동안 55억달러(약 7조4,000억원, 1달러 1,354원 기준) 거래량을 기록했다.
카시는 현재까지 누적 무기한선물 트레이더가 35만 명을 넘었고, 최근 30일 동안 미결제약정이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회사 측이 공개한 것으로 독립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카시의 크립토 부문 책임자로 아이코비스트라는 계정을 쓰는 인물은 베니의 지적에 대해 예측시장 데이터와 무기한선물 데이터를 혼동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그는 리베이트 프로그램이 CME그룹, 하이퍼리퀴드, 바이낸스에서도 표준적으로 쓰인다고 주장했다. CFTC는 정식 조사 여부에 대해 아직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