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의미가 있나'…요즘 5060이 추석에 고향 가지 않는 '이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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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명절문화, 50·60대가 고향 방문을 포기하는 이유
예전에는 추석이 다가오면 고향으로 향하는 자동차 행렬이 당연한 풍경처럼 이어졌다. 길이 막혀도 몇 시간을 운전했고 몸이 지쳐도 가족이 모이는 자리를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50대와 60대에 접어들면서 이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작년 추석 통행실태 조사에서는 연휴 동안 귀성이나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 70.6%, 별도 이동 계획이 없는 사람이 29.4%로 집계됐다. 한 조사에서는 50대의 58.0%, 60대의 52.0%가 추석 연휴에 집에서 쉬겠다고 답했다.
명절에 고향을 찾지 않는다고 해서 가족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이어온 명절 방식을 자신의 현재 생활에 맞춰 다시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과거에는 참고 넘어갔던 불편함이 나이가 들면서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1위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
젊었을 때에는 새벽에 출발해 막히는 고속도로를 몇 시간씩 달리는 것도 명절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운전이 힘들어도 부모님을 뵙는다는 생각으로 버텼고, 귀경길의 피곤함도 며칠 지나면 잊었다.

하지만 50대 이후에는 같은 이동이라도 체감이 달라진다. 장거리 운전을 마치고 도착하면 이미 몸이 지쳐 있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하루를 통째로 이동에 써버린 느낌이 남는다.
특히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형제들이 예전처럼 한 지역에 모이는 집이라면 고민이 커진다. 고향에 내려갈 특별한 이유가 예전보다 약해졌는데 이동 방식만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 당일에 모두 모이는 대신 다른 주말을 잡거나, 각자 사는 지역에서 중간 지점을 정해 식사하는 가족도 생긴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서도 명절 이동은 승용차 의존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장거리 이동 자체가 명절 피로를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
2위 가족을 만나러 갔다가 비교만 하고 돌아온다
명절 식사 자리에서 오가는 말은 대부분 평범하다. "아들은 어디 취직했어?", "딸은 아직 결혼 안 했니?", "퇴직하고 뭐 하고 지내?", "집은 샀어?"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질문보다 그 질문을 듣는 사람의 상황이다. 자녀의 취업이나 결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거나, 퇴직 이후 새로운 일을 찾고 있거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벼운 안부가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한두 번의 질문으로 끝난다면 괜찮지만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지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누구는 자녀가 좋은 직장에 들어갔고, 누구는 집을 마련했으며, 누구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웃고 헤어지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형편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는 순간 명절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남과 비교하며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시간보다 현재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3위 부모님이 안 계시니 모일 이유가 약해졌다
명절의 가장 큰 변화는 부모 세대가 사라진 뒤 찾아온다. 과거에는 부모님이 고향집에 계셨기 때문에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한곳으로 모였다. 형제끼리 특별히 약속하지 않아도 부모님을 찾아가면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형제들이 서로를 만나기 위해 고향에 갔다기보다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가 자연스럽게 가족 전체가 모였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고향집은 그대로 남아 있어도 예전처럼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아니라 누구도 먼저 그만두자고 말하지 않아 계속 이어지는 일정처럼 느껴질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어빈 얄롬의 '치료의 선물'에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깊게 연결되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장소에 모이는 형식보다 서로에게 어떤 관계로 남아 있느냐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4위 세월이 흐르면서 껄끄러운 얼굴이 생겼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가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젊을 때는 부모님 때문에 참고 지냈던 관계도 시간이 흐르면 더 이상 억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다.

형제 사이의 오래된 갈등이나 재산 문제, 부모 부양을 둘러싼 서운함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는 서로 연락하지 않다가 명절이 되면 한자리에 앉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특히 50대와 60대는 자신의 생활 방식이 이미 굳어진 시기다. 직장 생활을 마쳤거나 자녀가 독립하면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굳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 하루를 보내기보다 편안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려는 생각이 커지는 이유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족관계를 끊느냐 유지하느냐의 두 가지 선택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전화 한 통을 할 수도 있고, 명절을 피해 따로 식사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쌓인 갈등이 있다면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거리를 두고 지내는 방법도 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바라봤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서로를 존중하는 거리 역시 관계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이어진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50대와 60대가 모두 가족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을 만나는 방식을 자신의 현재 생활에 맞춰 바꾸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이 계실 때 고향은 가족을 모으는 장소였다. 부모님이 떠난 뒤에는 형제들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갈지 직접 선택해야 한다. 어떤 가족은 명절마다 한자리에 모이는 방식을 지키고, 어떤 가족은 날짜와 장소를 바꾼다.
두 방식 모두 가족을 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차이는 어디에 모이느냐보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면서 관계를 이어가느냐에 있다. 고향에 가지 않는 명절이 가족과 멀어지는 날일 수도 있지만, 오래된 형식을 내려놓고 서로에게 편한 방식으로 만나는 날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