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 10명 가운데 5명 가까이가... 이것이 대한민국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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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절반이 노인… 75세 이상 비중 8년 새 19.7%→29.0%

한국 빈곤층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가난한 사람 10명 가운데 5명 가까이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75세 이상 고령자만 따져도 빈곤층의 약 30%를 차지한다. 은퇴하고도 한참 지났을 나이에 임시·일용직 일터로 나서는 빈곤 노인도 크게 늘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서 식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서 식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빈곤 구조의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담은 ‘이슈앤포커스’를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는 이주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이 집필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자료를 활용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소득계층별 연령 구성과 경제활동 상태, 가구원 수 변화를 분석했다. 소득계층은 균등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나눴다. 중위소득 50% 이하는 빈곤층, 50~150%는 중간층, 150% 초과는 상위층으로 정의했다.

분석의 출발점은 악화한 분배지표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4년 소득분배지표는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 기준 모두 나빠졌다. 균등화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23년 0.323에서 2024년 0.325로 올랐다. 소득 5분위배율은 5.72배에서 5.78배로 커졌다. 상대적 빈곤율은 14.9%에서 15.3%로 0.4%포인트 상승했다.

보고서는 빈곤 관련 논의가 그동안 주로 수치의 증감에 집중돼 왔다고 봤다. 빈곤층 내부 구성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설계하려면 빈곤층이 누구인지, 어떤 경로로 빈곤에 들어가 머무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령화다. 빈곤층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5.4%에서 2024년 47.6%로 12.2%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75세 이상 비중은 19.7%에서 29.0%로 뛰었다. 반대로 18세 이하 비중은 18.0%에서 8.6%로 떨어졌다.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속도 차이가 뚜렷하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비중은 같은 기간 14.3%에서 20.3%로 6.0%포인트 늘었다. 빈곤층의 증가폭은 이보다 두 배 이상 컸다. 전체 인구 중 18세 이하 비중은 20.7%에서 14.4%로 줄었다. 향후 고령층에 진입할 50~64세 비중은 21.7%에서 25.1%로 커졌다.

중간층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됐지만 속도는 완만했다. 중간층의 65세 이상 비중은 11.2%에서 17.7%로 늘었다. 18세 이하 비중은 22.5%에서 15.7%로 줄었다. 상위층에서는 50~64세 비중이 26.2%에서 30.6%로 가장 크게 늘었다. 상위층의 65세 이상 비중은 6.2%에서 8.9%로 높아지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65세 이상이 소득분포 하위에 몰리는 경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구조에서도 계층 간 격차가 벌어졌다. 전체 인구에서 상용근로자 비중은 2016년 25.8%에서 2024년 33.2%로 꾸준히 늘었다. 중간층의 상용근로자 비중은 25.7%에서 33.7%로 올랐다. 상위층은 37.4%에서 46.6%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빈곤층의 사정은 달랐다. 빈곤층의 상용근로자 비중은 10.4%에서 11.5%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신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이 11.6%에서 15.5%로 증가했다. 무직·가사·학생 등 기타 비중도 53.9%에서 56.6%로 높아져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빈곤층에서 안정적인 임금근로의 확대가 제한적인 가운데 일을 하더라도 불안정한 임시·일용직이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하는 빈곤 노인의 증가는 수치로 확인된다. 75세 이상 빈곤층에서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은 2016년 4.7%에서 2024년 15.6%로 3배 넘게 늘었다. 65~74세 빈곤층의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은 10.0%에서 17.3%로 증가했다. 같은 연령대에서 무직 등 기타 비중은 72.7%에서 68.7%로 줄었다. 노동시장을 완전히 떠나기보다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근로를 이어가는 빈곤 노인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골목에서 한 어르신이 간편 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 뉴스1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골목에서 한 어르신이 간편 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 뉴스1

젊은 빈곤층에서는 상용직 비중이 늘었다. 19~34세 빈곤층의 상용근로자 비중은 22.7%에서 30.3%로 높아졌다. 35~49세 빈곤층은 28.0%에서 33.3%로 올랐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면서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이 늘어난 셈이다.

혼자 사는 빈곤층도 급증했다. 전체 인구에서 1인가구 비중은 6.7%에서 13.9%로 두 배 이상 늘었다. 4인 이상 가구 비중은 53.1%에서 35.2%로 줄었다. 빈곤층의 1인가구 비중은 20.5%에서 36.9%로 늘어 증가폭이 전체보다 컸다. 중간층의 1인가구 비중은 4.3%에서 11.3%로 증가했다. 상위층은 2.5%에서 5.3%로 소폭 늘었다. 상위층의 4인 이상 가구 비중은 60.2%에서 43.7%로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유지했다.

빈곤층 1인가구 비중은 모든 연령대에서 늘었다. 증가폭이 가장 큰 연령대는 35~49세였다. 이 연령대 빈곤층의 1인가구 비중은 9.5%에서 29.3%로 3배가 됐다. 19~34세 청년 빈곤층의 1인가구 비중도 12.6%에서 31.3%로 뛰었다. 50~64세는 25.8%에서 39.0%로 늘었다. 65세 이상 빈곤층은 1·2인가구가 90% 이상을 차지했다. 1인가구 비중은 65~74세가 32.0%에서 43.9%로, 75세 이상이 40.1%에서 47.3%로 높아졌다.

빈곤층 1인가구의 경제활동 상태를 보면 무직·가사·학생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6년 65.4%에서 2024년 60.4%로 줄었다. 상용근로자 비중은 9.6%에서 12.3%로 늘었다.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은 15.9%에서 19.1%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빈곤층이 하나의 균질한 집단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연령과 고용형태, 가구구조에 따라 성격이 다른 하위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대표적인 집단으로 1인가구이면서 불안정 근로를 병행하는 빈곤 노인, 1인가구 형태의 근로빈곤층, 은퇴이행기에 접어든 50~64세를 꼽았다.

빈곤 노인에 대해서는 소득보장과 일자리 정책을 함께 손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빈곤 노인과 후기 노인을 우선 대상으로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인상하자는 방안이 담겼다. 수급 대상의 적절성과 급여체계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 일자리 급여를 현실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일하려는 노인에게 근로소득이 생기더라도 생계급여 등 기존 수급액이 크게 깎이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근로빈곤층에 대해서는 현행 긴급복지지원과 근로장려세제,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적용 범위와 급여 수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준중위소득 32(35)~75% 구간의 근로빈곤층이 실질적으로 포괄될 수 있도록 기존 틀 안에서 지원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기존 제도로 메우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확인되면 고용서비스와 소득보장을 연계한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시장 진입과 이행 과정에서 생기는 소득 공백을 줄이자는 취지다.

50~64세 빈곤층에서는 자영업 비중이 줄고 무직 비중이 소폭 늘었다. 보고서는 은퇴 전후 소득 공백 위험이 커질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고서는 2024년 상대적 빈곤율 상승이 일시적인 경기변동의 결과인지, 고령화·고용불안정·소가구화 같은 구조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인지는 현재로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빈곤층 구성 변화가 상대빈곤율 등 분배지표에 어떤 방향과 크기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데이터가 더 쌓인 뒤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