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속귀 신호가 불일치하면 멀미가 온다…가장 쉬운 대처법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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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는 눈과 속귀 신호 불일치 때문…
앞좌석·지평선 시선·환기·가벼운 식사로 예방 가능

장거리 버스나 기차, 자동차를 타고 나면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무거워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많다. 창밖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고속도로나 굽은 산길에서 특히 심해지는 이 증상은 체질이 약해서가 아니라 눈과 귀가 서로 다른 신호를 뇌로 보내면서 생기는 반응이다. 어디를 보고, 어떤 자리에 앉고, 언제 무엇을 먹는지만 바꿔도 이동 중 컨디션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고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한다. 클리블랜드클리닉은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구토뿐 아니라 피로감, 짜증스러운 기분, 호흡이 빨라지거나 숨을 크게 들이켜야 할 것 같은 느낌, 평소보다 침이 많이 고이는 증상도 멀미의 흔한 신호라고 설명한다. NHS 역시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구토, 두통, 얼굴이 창백해지며 몸이 차가워지는 느낌, 식은땀을 대표 증상으로 안내한다.
굶어도, 배부르게 먹어도 멀미는 더 심해진다
속이 불편할까 봐 이동 전 아예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완전히 빈속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가벼운 식사를 하고 출발하는 편이 오히려 더 편하다고 안내한다. 반대로 기름지고 양이 많은 음식, 향이 강한 음식이나 술을 이동 직전에 먹는 것도 멀미를 키우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굶는 것과 과식하는 것은 방향은 다르지만 위장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결과가 비슷하다. 빈속이면 위산이 자극받아 속이 더 쉽게 뒤틀리고, 기름진 음식으로 배가 가득 차면 소화기관이 일하는 동안 몸이 흔들림에 더 민감해진다. 결국 답은 굶지도 과식하지도 않는 중간, 가볍게 채우는 식사와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지 않고 조금씩 나눠 마시는 습관이다.
물은 한꺼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소량씩 자주 나눠 마시는 편이 낫다고도 안내한다. 이동 중 갈증이 난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가득 찬 위가 흔들림에 더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 전날 밤 과음을 피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권장되는 습관이다.

눈과 귀가 다른 신호를 보내면 뇌가 혼란에 빠진다
멀미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클리블랜드클리닉은 눈, 속귀(내이), 근육과 관절이 각자 다른 메시지를 뇌로 보내는 데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속귀와 근육·관절은 몸이 멈춰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눈은 창밖 나무와 표지판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두 신호가 어긋나면 뇌가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식은땀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이 원리 때문에 이동 중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화면이나 글자는 눈에 정지된 정보를 주지만 몸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어 두 신호의 차이가 오히려 더 커지기 때문이다. 2세에서 12세 사이 어린이, 가족 중 멀미가 잦은 사람, 편두통이나 속귀 질환이 있는 사람, 임신 중인 사람은 이런 신호 불일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멀미를 유발하는 상황은 자동차나 배, 비행기 이동뿐만이 아니다. 놀이공원 기구나 비디오 게임, 몰입형 가상현실(VR) 게임도 같은 원리로 멀미를 일으킬 수 있다. 눈이 보는 화면 속 움직임과 실제 몸의 움직임이 어긋나는 순간 뇌가 혼란을 느끼는 것은 실제 이동 상황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BPPV) 같은 속귀 질환, 생리 기간, 파킨슨병도 멀미를 더 쉽게 겪게 하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앉는 자리와 시선, 창문 하나로 신호 불일치를 줄인다
같은 교통수단이라도 앉는 위치와 보는 방향에 따라 몸이 받는 자극의 크기가 다르다. 자동차라면 뒷자리보다 앞좌석에, 배라면 양쪽 끝보다 가운데에 앉으면 흔들림 자체가 줄어들고, 지나가는 자동차나 파도처럼 움직이는 물체 대신 멀리 있는 산이나 지평선처럼 고정된 지점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이미 시작됐다면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창문을 살짝 열어 신선한 공기를 들이는 것도 효과가 있다.
앞좌석과 선체 중앙은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위치라 앉는 자리만 바꿔도 몸이 받는 자극이 줄어든다. 먼 곳의 고정된 물체는 시야 안에서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눈이 받는 정보와 속귀가 받는 정보의 차이가 좁혀지고, 눈을 감으면 시각 정보 자체가 사라져 신호 불일치가 함께 사라진다. 기차나 비행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진행 방향을 마주 보고 앉으면 신호 차이가 줄어들지만 반대 방향으로 앉으면 멀미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밀폐된 실내 공기나 음식 냄새, 지나친 냉난방으로 답답해진 공기는 오히려 메스꺼움을 키운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두세 시간마다 휴게소나 정류장에서 잠깐 내려 바깥 공기를 쐬고 물을 한 모금씩 마시며 걷는 것도 같은 이유로 도움이 된다. 차 안에만 계속 머무는 것보다 잠깐씩 밖으로 나와 시야를 넓히는 편이 회복이 빠르다.
머리를 고정하고 앞을 향하게 두는 것도 신호 불일치를 줄이는 방법이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 속귀가 감지하는 움직임의 방향이 계속 바뀌어 눈이 보는 정보와의 차이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놀이공원 기구를 탄 뒤 몸이 좋지 않다면 다음 기구는 타지 않는 것이 낫다고 안내되는 것도 같은 원리다.

아이는 노래로 주의를 돌리고, 심하면 약국·병원의 도움을 받는다
아이와 함께 이동한다면 스마트폰 영상을 보여주는 대신 말을 걸거나 노래를 부르며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편이 낫다. 영상이나 게임 화면은 앞서 설명한 신호 불일치를 오히려 키우는 자극이기 때문이다. 생강을 알약이나 비스킷, 차 형태로 먹는 것도 멀미 완화에 도움이 되며, 약국에서 파는 멀미약 중 씹어 먹는 정제는 어린이용으로도 나와 있고 붙이는 패치는 만 10세 이상부터 쓸 수 있으며 지압 밴드는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다.
다만 멀미약 성분은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 복용 뒤에는 운전을 하지 않아야 하고, 다른 약을 함께 먹고 있다면 반응이 겹칠 수 있으니 약사와 미리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어떤 약이 맞는지는 아이인지 성인인지, 임신 중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약국에서 증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추천받는 편이 낫다.
질병관리청도 여행 중 멀미를 줄이려면 이동 전 과식과 음주를 피하고, 증상이 심하면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담하도록 안내한다. 멀미로 구토가 심하게 반복되면 탈수나 혈압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데, 어린이나 임신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오래가거나 심할 때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이동이 잦은 시기라면 물과 티슈, 여벌 옷, 필요한 상비약을 미리 작은 가방에 챙겨두는 것도 증상이 시작된 뒤 허둥대지 않는 방법이다.
여행 중 멀미 증상이 이동과 관련 없이 나타나거나 신경학적인 이상 징후가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멀미로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시작됐을 때는 가능하다면 차량을 멈추고 눈을 쉬게 한 뒤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쐬는 것이 우선이다. 준비물을 미리 챙기는 습관이 막상 메스꺼움이 시작된 뒤 허둥대는 상황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