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식당인데 2곳으로 둔갑... 혈세 10억원짜리 대한민국 명소 프로젝트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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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개 명소 뽑는데 10억 원, 중복 필터링도 못한 부실한 검증 시스템

관련 영상 / 유튜브 'MBN 뉴스'
관련 영상 / 유튜브 'MBN 뉴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대한민국 명소 발굴 프로젝트에서 심각한 행정 검증 오류가 노출됐다.

이 프로젝트는 국민 투표를 기반으로 지역 특산물 유적지 맛집 등 100가지 세부 분야에서 각각 100곳씩 총 1만 개의 대한민국 대표 명소를 선정하는 대형 관광 진흥 사업이다.

그러나 동일한 음식점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명소로 중복 선정돼 순위가 왜곡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1800만 원 규모의 방문 인증 행사에서도 부정 인증 가능성이 불거졌다.

4000만 원이 넘는 막대한 심사비가 쓰였음에도 기초적인 현장 필터링조차 거치지 않아 국책 사업의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MBN은 이 같은 사실을 26일 보도했다.

하나의 떡볶이집이 5위와 53위로 둔갑한 사연

서울시에 위치한 한 유명 떡볶이 전문점의 사례는 이번 프로젝트의 부실한 검증 시스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오랜 운영 역사를 자랑하는 이 식당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밀려드는 고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매장을 분리했다.

매장 내에서 착석해 식사할 수 있는 홀 판매점과 음식을 가져가는 포장 전문점을 마주 보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상호와 운영 주체가 완전히 동일함에도 떡볶이 성지 분야 선정 결과에서는 홀 판매점이 당당히 5위에 올랐고, 맞은편 포장 전문점 역시 53위에 별도로 이름을 올렸다.

단일 업장이 두 개의 개별 관광 명소로 둔갑해 국가 공인 순위표에 버젓이 중복으로 등재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러한 시스템상의 중복 등재는 해당 업소의 정확한 순위 산정에도 치명적인 불이익을 초래했다. 정상적인 표 집계 방식을 적용해 5위를 기록한 홀 판매점과 53위를 기록한 포장 전문점의 득표수를 온전히 합산할 경우 이 떡볶이 전문점의 최종 순위는 2위까지 수직 상승한다. 주최 측의 부실한 데이터 관리로 인해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할 명소의 순위가 인위적으로 왜곡된 셈이다.

명소 선정 프로젝트 전체에 배정된 예산은 10억 원에 달하며 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전문가 심사 비용으로만 4000만 원 이상이 지출됐다.

적지 않은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포털 검색이나 현장 로드뷰 확인만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동일 업소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심각한 행정 공백을 드러냈다.

1800만 원 방문 이벤트 공정성 훼손 우려

중복 선정의 여파는 리스트 상의 순위 오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명소 방문을 장려하기 위해 기획한 대국민 참여 이벤트의 공정성마저 훼손할 위험을 안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종 선정된 1만 개의 명소에 대한 오프라인 방문을 적극 유도할 목적으로 총 1800만 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경품 행사를 마련했다. 참가자가 방문한 명소의 개수에 비례해 경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앞선 사례처럼 100가지 분야 1만 개 데이터베이스 내에 파악하지 못한 중복 집계 업소가 존재한다면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참가자가 실제로는 한 곳만 방문하고도 영수증을 분할하는 등의 꼼수 방식으로 두 곳의 명소를 방문한 것처럼 허위로 인증해 경품을 부당 수령할 수 있는 헛점이 존재한다.

정치권 비판 확산과 문체부의 뒤늦은 수습

현장을 찾는 시민들과 정치권에서도 부실한 사업 관리에 대한 쓴소리가 매섭게 이어졌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매체에 "두 가게는 같은 걸로 알고 있는데 조사를 할 땐 둘이 다른 가게로 살짝 오해하지 않았나"라고 실망감과 의구심을 드러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K-문화 열풍으로 세계인이 찾는 관광지인 대한민국 위상에 맞지 않는 행정이다. 중복 문제로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촘촘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질타했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국책 프로젝트가 초보적인 데이터 정비 실패로 인해 공신력을 잃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 세금을 투입해 전국 단위의 공공 관광 데이터를 구축할 때는 단순히 대중의 투표 숫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장 실사와 교차 검증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