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도 지킨 원칙을 이재명 대통령이 무너뜨리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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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군인 출신 대통령도 넘보지 않은 법치의 선을 넘고 있다”

국민의힘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요구한 청와대를 향해 "군인 출신 대통령도 넘보지 않은 법치의 선을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7일 '노태우 대통령도 지킨 제청권, 이재명 정부가 무너뜨리려 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해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법치가 지켜온 자연적 정의의 원칙"이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금 이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최 수석대변인은 헌법 제104조를 근거로 들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이다. 최 수석대변인은 "세 권한 사이에 우열은 없고 순서만 있다"며 "대통령이 제청에 구속되지 않듯 대법원장의 제청권도 대통령의 임명권에 종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도 않은 채 재제청을 요구하며 대법원장의 제청권부터 되감았다"며 "인사권 행사가 아니라 헌법이 정한 순서를 거스른 역주행"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문제로 삼은 '사전 합의 부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사전 합의는 헌법 어디에도 없는 요건"이라며 "그 논리라면 대통령도 국회와 합의하지 않고는 동의안조차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존 후보군 안에서 다시 고르라는 요구는 더 심각하다고 봤다. 최 수석대변인은 "마음에 들 때까지 반려해 점찍은 한 사람만 남기겠다는 것"이라며 "추천위 재구성을 막겠다는 민주당의 법 개정까지 더하면 이것은 재제청이 아니라 '지명 대행' 요구"라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노태우 정부 시절 사례를 꺼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사법권 독립 보장을 약속하며 이일규 전 대법원장을 임명했다. 이일규 전 대법원장은 대통령과 상의하지 않고 대법관 후보를 한 명씩 제청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를 한 번도 거부하지 않았다. 최 수석대변인은 "2년 5개월 동안 대법관 13명 중 9명이 그렇게 바뀌었다"며 "군인 출신 대통령도 감히 넘보지 않은 법치의 선을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이 정권과 민주당이 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 탄핵론까지 나오고 있다.

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스스로 '흠이 없는 게 흠'이라고 치켜세웠고 국회가 찬성 264표로 세운 바로 그 대법원장"이라며 "헌법을 지킨 사람을 헌법 위반자로 모는 흑백전도"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서 나오는 '조희대의 난'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난은 헌법의 순서를 뒤집은 쪽이 일으켰다"고 받아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 대통령의 재판 문제도 거론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묻는 것은 왜 굳이 점찍은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대통령 본인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 중 20명이 넘는 대법관을 임명할 대통령이 특정 인선에 집착하는 한 자기 재판의 재판관을 고르려 한다는 의구심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사법개혁의 방아쇠'로 삼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헝가리 사례를 들었다. 최 수석대변인은 "2010년 집권한 헝가리 오르반 정부는 판사 정년을 낮춰 고위 법관들을 대거 내보냈다"며 "결국 헝가리는 프리덤하우스가 꼽은 '부분적 자유국가'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치의 붕괴는 언제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며 "표를 얻었다고 헌법까지 위임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갈등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하면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내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당시 제청이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흥구 전 대법관 후임으로 함께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은 국회에 제출됐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2일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결정을 '내란적 성격'으로 규정하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재제청 요구를 철회하고 손봉기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즉시 국회에 제출하라"며 "민주당은 대법원장을 겁박하고 제청권을 무력화하는 입법 시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어 "헌법을 지킨 대통령으로 남을지, 제청권을 꺾은 대통령으로 남을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역사는 변명을 기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