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비공개 이유가 북한가족 보호 때문? 사기 좀 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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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북한군 포로들, 이미 오래전에 언론 인터뷰까지 해서 공개됐는데..."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북한군 포로 국내 송환 비공개 논란을 더불어민주당과 다시 정면으로 맞붙었다. 포로와 북한에 남은 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해 비공개했다고 민주당이 주장하자 "북한 인권 때문이라고 사기 치지 말라"며 반박했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며 원인 규명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더불어윤어게인당 북한포로 입국 숨기기가 북한 인권 때문이라고 사기 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비위를 맞추려 북한 포로의 대한민국 입국을 숨기고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국제적 거짓말로 외교 참사를 일으킨 것을 비판하자 '북한군 가족들 보호 차원이었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고 적었다.

한 의원은 북한군 포로들이 이미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북한군 포로들은 이미 오래전에 언론 인터뷰까지 해서 공개됐다"며 "MBC 'PD수첩' 등 몇몇 인터뷰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얼굴이 공개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올해 1월 20일 방송된 MBC 'PD수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 편 영상도 함께 올렸다.

그는 "북한 정권의 눈치를 봐서 저러는 걸 국민들이 다 아시는데 갑자기 북한 주민 인권 때문이라고 사기를 치면 국민들이 비웃으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인권재단 설립조차 집요하게 방해해 온 민주당 정권이 수세에 몰리니 뜬금없이 북한 인권에 진심인 척하는 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따졌다.

한 의원의 이날 글은 같은 날 민주당이 낸 대변인 브리핑에 대한 반박이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의원을 '윤동훈 의원'이라고 부르며 "제보자 신원은 감싸고 포로의 안전은 정쟁에 쓰느냐"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한 의원이 이재명 정부의 안보 기준이 김정은의 기분이라며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으로 김정은에게 약점을 잡혔다고 주장했다"며 "아무 근거도 없는 악의적 색깔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 포로 송환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당사자와 북에 남은 가족들의 신변 안전"이라며 "송환은 비공개가 곧 안전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공개해서 성과로 내세울 수도 있었지만 성과보다 귀순자의 신변 안전을 택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MZ 지뢰 폭발' 현장 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뉴스1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MZ 지뢰 폭발' 현장 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뉴스1

조 대변인은 한 의원의 과거 발언도 끌어왔다. 그는 한 의원이 지난 11일 본인 제보자의 신원이 거론되자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이라며 법적 책임을 예고했다고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당시 본인 입으로는 제보자의 신원을 목숨 걸고 지키겠다고 했다"며 "정작 목숨이 걸린 포로 송환 비공개를 두고는 김정은의 눈치를 본다고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호의 기준이 사람이 아니라 본인의 이해관계"라며 "위선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정치인"이라고 몰아붙였다.

조 대변인은 "현직 대통령을 북한 정권 수장에게 약점 잡힌 사람으로 묘사한 것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자 대한민국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을 향한 망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라"며 "안보는 색깔론의 소품이 아니다"라고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던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적었다. 이어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5일에도 정부 비판에 대해 생색을 위해 생명과 안보를 해치면 살인자이자 매국노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드미트로 리트빈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소통담당보좌관은 25일 페이스북에서 "그런 합의는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정 포로가 어디로 향하는지 숨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RBC 우크라이나도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군 포로 송환 정보를 비공개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순방지인 멕시코시티에서 "소식통 발언에 일일이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의원이 '국제적 거짓말'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대목을 겨냥한 것이다.

야권은 연일 공세를 이어 가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김정은 심기를 건드리는 게 그렇게도 두려웠나. 그 두려움이 대북송금 사건의 약점 때문인가"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도 "'한국인 건드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허세 부리던 이 대통령이 북한 지뢰 공격에는 입을 꾹 닫고 북한 포로가 공개된 것에만 화낸다"며 "이재명 정권의 안보 기준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기분을 상하게 했느냐"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 의원은 같은 날 올린 또 다른 글에서 DMZ 지뢰 폭발 사고를 다시 거론했다. 그는 2019년 8월 해병대 2사단 이주은 당시 중위가 최전방 임무 중 지뢰 폭발로 발목을 잃은 사례를 꺼냈다. 한 의원은 "한국이나 미국 지뢰는 아니지만 북한 지뢰인지 단정은 못한다는 당국의 비상식적인 판정 때문에 전상으로 인정받지 못해 아직까지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지뢰면 전상, 우리 지뢰면 단순 공상이 돼 예우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도 당국이 북한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다가 '우리 지뢰는 아니지만 북한 지뢰라고 단정 못한다'고 결론 내리면 다친 우리 군인들이 전상으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엔사가 즉시 조사하자는 것을 거부해서 일부러 시간을 끌고, 예고된 폭우에 증거물이 쓸려 가게 해 놓고 '북한 지뢰인지 불명'이라고 하면 이재명 정권은 망한다. 망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21일 서부전선 DMZ에서는 수색로 개척 작전을 하던 육군 장병들이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당시 작전은 군사분계선 인근 지형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 주로 예정된 유엔군사령부 현장 조사에 앞서 이동로를 확보하는 작전이었다. 이 사고로 수색대대장(중령)과 부사관이 발목 절단 등 중상을 입었다. 합참은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지만 북한 지뢰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과 유엔사는 사고 닷새 만인 26일 합동으로 DMZ 현장에 들어가 본조사를 위한 기동로 확보와 작전 환경 조사를 진행했다. 합참은 "사고 원인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 국민 여러분께 투명하게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 의원의 지뢰 사고 관련 발언에도 맞서고 있다. 한 의원이 앞서 "추석 빨간날이 지나면 갑자기 안 위험해지느냐"고 지적하자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달력 때문에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 의원이 지뢰 현장 조사의 안전조치와 부상 장병을 찾은 국방부 장관을 두고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