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절반이 인정하는 고인을…” 156만 넘은 영화 '암살자들' 직격한 유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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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방송인 줄줄이 비판, 영화 '암살자들'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
의학전문기자 출신 방송인 홍혜걸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영화는 개봉 첫 주에 150만 관객을 넘기며 추석 극장가 1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이 역사 왜곡이라며 잇따라 날을 세운 데 이어 유명 방송인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홍혜걸 "억지 음모론으로 고인 모독…내로남불"
의학전문기자 출신 방송인 홍혜걸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 '암살자(들)'에 관한 글을 올렸다. 그는 "영화 '암살자들'은 불편하다"고 운을 뗀 뒤 "아직 유족도 살아있는데 억지 음모론으로 인구 절반이 존경 내지 인정하는 고인을 모독하는 게 옳은가"라고 적었다.
그는 정치 성향에 따라 창작물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홍혜걸은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쉽다"며 "자기 진영엔 절대 허용되지 않을 각본도 반대 진영으로 오면 예술이 추구하는 허구라며 찬양한다"고 했다. 이어 "내로남불"이라는 네 글자로 글을 마무리했다.

'인구 절반' 근거로 갤럽 조사 제시
홍혜걸은 이후 게시물에 댓글을 직접 달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인구 절반이 존경하거나 인정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2025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인구의 62%가 '박정희 대통령은 잘한 게 많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육 여사에 대한 여론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육영수 여사는 역대 거의 모든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부인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음모론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정치권도 들썩...장동혁·주진우·유영하·나경원도 비판 가세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서 이 영화에 대해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북한의 선전영화 '민족과 운명'을 리메이크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도 주장했다.
장 대표는 200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한 일도 거론했다. 그는 "김정일은 '암살 음모는 하급자들이 관련됐으며, 나는 사전에 그런 음모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도 좌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든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며 "'표현의 자유'는 좌파의 전유물인가"라고 반문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영화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님을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 천인공노할 짓"이라고 썼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사자 명예훼손죄에 명백히 해당한다"며 처벌을 요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유영하 의원은 28일 이 영화를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규정했다. 그는 "아직도 살이 에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이고, 우리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며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정권의 방조 아래 자행되는 노골적인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52년 전 8·15 저격 사건, 영화는 '공식 결론 너머'를 겨눴다
'암살자(들)'이 다룬 사건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일어났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경축사를 읽던 중 객석에서 총성이 울렸고, 단상에 있던 육 여사가 총에 맞아 숨졌다. 기념식에 참석한 여고생 1명도 목숨을 잃었다.
특별수사본부는 재일교포 문세광이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아 박 대통령을 노렸다가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았다고 발표했다. 문세광은 같은 해 12월 20일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이후 일각에서는 육 여사를 쏜 것이 문세광이 아니라 경호원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는 이 공식 결론에 물음표를 던진다. 현장 경비를 맡았던 형사 철구(유해진),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이 엇갈리는 증언과 석연치 않은 수사 과정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공범의 존재와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 김대중 납치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정권이 벌인 자작극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전개가 비판의 표적이 됐다. 연출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맡았다.
영화계에서는 호평도 나온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6일 관객과의 대화(GV)에서 "결과를 보고 정말 너무나 잘 기획했구나, 정말 영리하고 스마트하다며 여러 번 감탄했다"고 말했다.
논란 속에서도 흥행 성적은 순조롭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었다. 27일까지 누적 관객 156만 6222명을 기록하며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같은 기간 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누적 관객은 83만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