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경영난으로 해체했는데… 갑자기 13년 만에 '역주행' 중인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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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TOP100부터 숏폼 64만 개까지… 13년 만에 찾아온 기적

걸그룹 베스티의 과거 명곡 ‘연애의 조건’이 발매 13년 만에 주요 음원 차트에서 놀라운 역주행 행보를 펼치고 있다.

걸그룹 베스티가 2015년 서울 마포구 MBC 상암사옥에서 열린 '아시아 뮤직 네트워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걸그룹 베스티가 2015년 서울 마포구 MBC 상암사옥에서 열린 '아시아 뮤직 네트워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공식 집계에 따르면, ‘연애의 조건’은 28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 TOP100 차트에서 64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차트뿐 아니라 글로벌 및 해외 음원 플랫폼에서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애플뮤직 한국 TOP100 차트에서는 7위라는 기염을 토했으며 유튜브 뮤직 주간 TOP100 차트에서도 20위까지 순위가 치솟았다. 여기에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TOP100 차트에도 잇따라 진입하며 국경을 넘어선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글로벌 음악 검색 플랫폼 샤잠에서도 역주행 열풍이 확인된다. ‘연애의 조건’은 샤잠 한국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태국과 베트남 차트에서도 연이어 정상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아이튠즈 대만 차트에서는 11위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 전역에서 꾸준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베스티 '연애의 조건' 공식 뮤직비디오 중 일부 장면 / 유튜브 '1theK'
베스티 '연애의 조건' 공식 뮤직비디오 중 일부 장면 / 유튜브 '1theK'

이 같은 역주행 신드롬의 중심에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스트리밍을 통한 숏폼 콘텐츠의 폭발적인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연애의 조건’은 유튜브 뮤직 누적 스트리밍 3300만 회를 돌파, 뮤직비디오 조회수 역시 1930만 회를 넘어서며 2000만 회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SNS 플랫폼에서의 활용도 역시 압도적이다. 유튜브 쇼츠 약 3만 개, 틱톡 약 57만 개, 인스타그램 릴스 약 4만 개 등 ‘연애의 조건’ 음원을 활용한 숏폼 콘텐츠가 제작되며 유행을 이끌고 있다.

2013년 발표된 ‘연애의 조건’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상형에 대한 조건과 기준을 재치 있고 유쾌하게 풀어낸 가사에 경쾌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댄스 곡이다. 최근 숏폼 플랫폼을 타고 곡의 직관적인 후렴구와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 댄스 챌린지 등이 재조명받기 시작하면서 과거 곡을 기억하던 기존 팬들뿐만 아니라 1020세대를 포함한 새로운 리스너층에게 대세 곡으로 빠르게 각인되고 있다.

‘실력파 걸그룹’ 베스티

베스티는 2013년 가요계에 전격 데뷔한 4인조 걸그룹이다. 그룹명인 베스티는 ‘가장 가까운 친구’를 뜻하는 영어 표현 ‘BEST friend’에서 착안한 약칭으로 대중에게 한층 더 친근하고 편안한 친구처럼 다가가겠다는 특별한 포부와 의미를 담아 팀의 막내 해령이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걸그룹 베스티가 2015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KS빌딩 지하에서 열린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이돌 몸매 만들기, 베스티 다혜와 함께하는 걸그룹 요가'(이하 걸그룹 요가) 출간 기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걸그룹 베스티가 2015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KS빌딩 지하에서 열린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이돌 몸매 만들기, 베스티 다혜와 함께하는 걸그룹 요가'(이하 걸그룹 요가) 출간 기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데뷔 초기부터 가요 관계자들과 음악팬들 사이에서 남다른 실력파 걸그룹으로 주목받았다. 신인 시절 데뷔 무대에서 이례적으로 5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받았는데 이는 중소기획사 출신 신인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이고 독보적인 분량이었다.

이후 베스티는 데뷔곡 ‘두근두근’을 시작으로 대표 역주행곡이 된 ‘연애의 조건’, ‘니가 필요해’, ‘Hot Baby’, ‘Excuse Me’ 등 다수의 명곡을 발표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폭발적인 대형 팬덤을 형성하며 최정상급 인기를 누린 것은 아니었으나 발표하는 곡마다 가요계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으며 탄탄한 ‘중박’ 이상의 성과를 거둔 알짜배기 걸그룹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2014년 하반기부터는 뛰어난 피지컬과 독보적인 가창력,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로 가요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베스티는 멤버 간 각자의 매력과 역할이 매우 확실하게 분담돼 있어 팀 밸런스가 뛰어난 그룹으로도 명성이 높았다. 메인보컬 유지는 시원한 고음과 가창력을 담당했고 비주얼과 연기 분야에서는 해령이, 독보적인 몸매와 춤선은 다혜가, 리더십과 특유의 귀여운 매력은 혜연이 각각 맡아 환상적인 시너지를 발휘했다.

음악적 완성도를 위한 작곡진과의 협업도 화려했다. 가요계의 대형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를 제외하고는 최정상급 인기 작곡가들의 곡을 연이어 받아 활동했다. 데뷔곡 ‘두근두근’은 히트 프로듀서 슈퍼창따이가 작업했으며 이번 역주행의 주인공인 ‘연애의 조건’은 스타 작곡가 용감한 형제의 작품이다. 이후에는 가요계 대표 히트곡 제조기인 이단옆차기와 지속적인 음악적 협업을 이어가며 완성도 높은 음원을 선보였다.

긴 공백기와 팀 재편, 아쉬운 해체

그러나 2015년 이후 활동이 뜸해지며 2년이 넘는 긴 공백기에 접어들었고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겹치면서 팀은 점차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유튜브, '1theK'

결국 오랜 진통 끝에 팀은 균열을 맞이했다. 2017년 9월 핵심 멤버였던 유지와 다혜가 소속사와 향후 진로에 대해 오랜 기간 논의를 거친 끝에 원만하게 전속계약 해지에 합의했다.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였으나 두 사람은 전격 탈퇴를 결정했다. 팀 탈퇴 이후 유지는 가요계를 넘어 전문 뮤지컬 배우로 완전히 전향해 새로운 활동을 이어갔다.

2년 넘게 지속된 공백기에 더해 핵심 멤버 유지와 다혜의 탈퇴로 팀이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남은 멤버 혜연은 팀을 알리기 위해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프로그램인 KBS2 ‘더 유닛’에 출전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아쉽게도 방송 내에서 큰 활약상을 남기지 못했고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18년 9월 같은 소속사였던 보이그룹 크나큰이 YNB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을 결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 과정에서 회사의 재정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결국 강혜연이 YNB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공식 해지하고 신생 기획사인 스타이엔티로 이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걸그룹 베스티는 별도의 공식 발표 없이 조용히 해체 수순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