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북한포로 한국송환 공개] 우르라이나 현지서도 “쇼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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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루즈니 측 비판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거짓” 반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넘겼다고 공개한 일을 두고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거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경쟁자로 꼽히는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 측이 이번 발표를 "쇼"라고 몰아세우자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서면서 폭로전 양상으로 번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를 깨고 송환 사실을 공개했다며 유감을 표한 바 있다.

논란의 불씨를 당긴 사람은 잘루즈니 대사의 미디어 고문인 옥사나 토로프다. 토로프 고문은 이 대통령의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날을 세웠다.

"젤렌스키는 뉴욕에 가서 전 세계에 포로를 한국에 넘겼다고 말한다. 그런데 국가 간 합의와 비공개 협약이 있었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쇼, 하이프, 그리고 화려한 그림을 위한 강렬한 효과다."

드미트로 리트빈 우크라이나 대통령 커뮤니케이션 고문은 25일 이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달아 토로프 고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런 합의는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 포로들이 어디로 가는지 숨기는 건 옳지 않다."

토로프 고문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합의는 분명히 있었다고 재반박했다. "포로 협상은 전쟁 기간 한국과의 협력을 위한 훨씬 큰 협상 과정의 일부였을 뿐이다."

리트빈 고문은 "침묵하기로 한 합의는 없었다"는 댓글을 다시 남기며 맞섰다. 우크라이나 주요 매체는 대통령실 고문과 잘루즈니 대사 측근이 소셜미디어에서 벌인 설전을 일제히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뉴스1

대통령실은 한국 연합뉴스의 질의에도 해명을 내놨다. 리트빈 고문은 우크라이나는 열린 나라라며 포로를 몰래 넘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길고 자세한 전체 이야기 가운데 우리는 한국으로 보냈다는 사실 하나만 알렸다."

리트빈 고문은 러시아가 이 포로 2명을 넘겨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한국인이며 한국은 이들을 자국 국민으로 여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송환이 한국과의 직접 대화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더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설명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정반대다. 한국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비밀 유지를 먼저 요청한 쪽이 우크라이나였다고 밝혔다. 북한군 포로를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 포로와 맞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국내 비판을 키이우가 우려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포로들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고려해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도 포로 맞교환을 하지 않은 점이 우크라이나 사회에서 부정적 반응을 부를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가 합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 것은 거짓이며 양국 정부 사이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 외교부는 안드리 볘시킨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불러 항의했다. 볘시킨 대사대리는 한국 측 입장을 본국 지도부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글라브콤은 전했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포로 문제가 들어갈 수 있다고 미리 알려왔지만 어떤 식으로 언급할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뉴스1

대통령실과 잘루즈니 대사 측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사이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한반도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부다노우 실장은 온라인 매체 뉴스포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경험을 발판 삼아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정권이 이토록 빠르게 군사화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왜?'라는 질문이 생긴다. 무엇보다 자기 지역에서 적극적인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상황은 날마다 악화하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부를 '방아쇠' 사건이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부다노우 실장은 북한이 이미 일회용 자폭 드론 대량생산 체계를 갖췄다고 주장했다. 최근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또 한 번 사건이 일어났다고도 언급했다. 다만 북한이 한국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 우크라이나 매체는 지적했다.

포로 2명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다. 2024년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이후 처음으로 생포된 사례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 포로와의 교환을 성사시키면 이들을 북한에 돌려보낼 수 있다고 밝혔었다. 두 사람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이들이 원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