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유해진 며칠 전 인터뷰 발언 두고 뒤늦게 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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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처음 시나리오 그대로였다면 출연 못 했을 것”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진 가운데 주연을 맡은 유해진의 인터뷰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처음 받은 시나리오 그대로였다면 출연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배우 유해진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뉴스1
배우 유해진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뉴스1

유해진은 지난 26일 공개된 헤럴드뮤즈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이라는 마음으로 부담감이 있었다"며 "그래서 시나리오를 한 장, 한 장 되게 조심스럽게 읽었다. 다 읽은 뒤에는 제가 느낀 부분을 감독님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제게 전달된 시나리오 그대로 하자고 했다면 출연하지 못했을 것 같다"며 "제가 조심스러웠던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고, 감독님께서 받아주셨다. 이후 많은 수정을 거치면서 직접적이지 않고 열려 있는 이야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건 자체는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았고, 그렇게 작품에 함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해진은 작품의 매력으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꼽았다. 그는 "사건의 진실을 함께 쫓아가면서 큐브처럼 하나씩 맞춰가는 느낌이 좋았다"며 "배후가 누구인지 다가가는 과정이 밀도감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처음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이 조심스러웠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발언을 두고 초기 시나리오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설정이 더 직접적으로 담겨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원본은 어느 정도길래", "도대체 원래 내용은 얼마나 간 건지 감도 안 온다", "원본은 엄청났나 보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본은 '민족과 운명' 이야기 아닐까"라는 댓글도 있었다. '민족과 운명'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 영화와 비교하며 언급한 북한 선전영화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재일교포 문세광이 쏜 총에 육영수 여사가 숨진 사건을 소재로 한다. 영화는 육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에 숨졌다는 당시 수사당국의 결론과 달리 육 여사를 맞힌 총탄의 출처와 사건 배후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주연을 맡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덕혜옹주'를 만든 허진호 감독이 연출했다.

배우 유해진이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VIP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뉴스1
배우 유해진이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VIP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뉴스1

문세광은 현장에서 검거됐다. 그는 내란목적살인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그해 12월 17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형은 사흘 뒤 집행됐다. 한국 수사당국은 문세광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반면 일본 수사당국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영화를 두고 보수 야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한다"며 "심지어 북한의 선전영화 '민족과 운명'의 리메이크 수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는 글을 28일 페이스북에 올렸다. 장 대표는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이 직접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고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영수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는 고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선동)"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문세광이 사형 집행을 앞두고 남긴 최후 진술을 소개하며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고 조총련의 공작에 속았음을 통탄했던 가해자의 마지막 고백보다 더 뚜렷한 진실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결론을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근거 없는 음모론을 유포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기인 개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상상력은 증거가 될 수 없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과오는 엄정하게 비판해야 하나 그 비판에 입증되지 않은 살인 배후설까지 보탤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배우 유해진(오른쪽)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박해일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뉴스1
배우 유해진(오른쪽)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박해일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뉴스1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영화는 창작의 영역이고 사전검열은 헌법에 반한다"면서도 "표현의 자유에는 비판할 자유도 포함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고발도 이어졌다.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은 허 감독과 제작진을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29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종배 전 시의원은 "영화 제목도 '암살자'가 아니라 복수형인 '암살자(들)'로 정해 문세광 외에 다른 암살 주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며 "관객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 배후에 있었거나 범행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역사 왜곡 주장을 부인했다. 제작진은 28일 낸 입장에서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제작진은 그러한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특정한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