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 '디거', 올해 가장 문제작이 될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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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이냐리투 감독과 손잡고 경계심을 울리다
어떤 표현을 써야 할까.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톰 크루즈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디거'(원제: Digger | 주연: 톰 크루즈, 산드라 휠러, 존 굿맨, 제시 플레먼스 외 |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보는 이에 따라 올해 개봉작 중 가장 곤혹스럽거나 신선한 인상을 주는 문제작이다.

'디거'의 플롯은 정말 역동적이다. 영화와 영화 속 현실을 넘나드는 데 이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선도 뒤튼다.
디거 록웰(톰 크루즈)은 자신의 기업에 의해 그린란드의 빙하에 작은 균열이 생기는 상황에서 바이스 미국 대통령(존 굿맨)과 관료진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들은 관료주의적이고 독선적이며 강압적인 백인 남성들로 그려져 문제를 은폐하거나 선동하려 든다.
'디거'는 이러한 강렬하고도 현실적인 농담을 내내 내뱉으며 '빙하 충돌'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우리가 사는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경각심을 주려 한다.
캐릭터 설정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바이스 대통령의 겉모습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닮은 것이나 록웰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위인 센티미터(cm)가 아닌 인치(inch)나 피트(foot)를 사용하는 디테일 등이 특히 그렇다. 더 나아가 영화는 현실마저 침범하려 든다. 특히 영화의 엔딩신에서는 특정 장치를 통해 대놓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굉장한 반전도 존재한다. '디거'는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초반부터 속도감 있는 전개로 관객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뒤늦게 드러나는 진실에 관객은 그야말로 망치로 머리를 가격한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디거'는 굉장히 정치적이고 미국적이며 도발적인 영화다. 플롯뿐만 아니라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는 관객의 예상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우습게 박살내는 씬들이 다수 존재한다. 도구나 색감 같은 미적인 부분 역시 스타일리쉬하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순식간에 연기자의 자세나 창작자의 태도 같은 예술에 관한 담론을 쌓으려는 시도 또한 보여진다. 이러한 예술적 고양이 성공적인 착륙으로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영화에서 이냐리투 감독의 추진력은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멈출 줄 모른다.
이러한 파격성 때문에 '디거'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해학적이면서 내용과 볼거리가 풍성한 부조리극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선동적이고 떠들썩하며 이냐리투 감독의 기만적인 자작극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같은 35mm 비스타비전 카메라를 사용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2025)' 역시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이다. 다만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역사를 끌고 와 정당성과 깊이를 더했다면, '디거'는 자기확신만을 가지고 시간대와 스크린의 영역마저 넘어선 듯하다.
가장 관심사일 톰 크루즈의 연기는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을 꾀한 만큼 명불허전이다. 단순히 분장으로 얼굴을 감춰서가 아니라 1인 2역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영화에서 그는 목소리와 억양, 제스처까지 전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특히 이 영화의 주제 자체가 톰 크루즈의 입 밖에서 거의 나오다 보니 극을 견인하는 수준이다. 디거 록웰의 여동생인 엠마 록웰 역을 맡은 산드라 휠러 역시 영화 초반부터 관객을 집중시키는 연기를 뽐낸다.

연출을 맡은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버드맨'을 통해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을 수상하고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제88회 아카데미에서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남우주연상, 감독상, 촬영상을 수상하고 작품상을 비롯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2년 연속 전 세계 평단과 시상식을 휩쓸었다.
톰 크루즈와 이냐리투 감독은 다음 달 1일 기자간담회, 2일 레드카펫 행사를 갖는다.
영화 '디거'는 3일(토) 국내 공식 개봉한다. 북미는 하루 빠른 2일(토)이다. 128분. 15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