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이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북한이 심은 지뢰'가 확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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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2m 반경서 북한군 지뢰 최소 4발 확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폭발 사고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지뢰가 물길을 타고 흘러왔느냐, 북한군이 직접 땅에 묻었느냐였다. 현장 1~2m 반경에서 북한군 지뢰가 최소 4발 확인되면서 문제의 지뢰가 매설됐을 가능성이 확실해지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사고 직후만 해도 유실 가능성이 함께 거론됐다. DMZ 일대에서는 집중호우 때 하천을 따라 지뢰가 떠내려오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물살에 쓸려 온 지뢰라면 여러 발이 한 지점에 촘촘히 모여 있기 어렵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유실된 지뢰가 이렇게 몰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적다"고 답했다.

현장의 지뢰 배치는 이렇다. 지난 21일 신규 수색로 개척 작전 중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철수하던 장병들은 1차 폭발 지점에서 1m가량 떨어진 곳에서 북한군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 1발을 봤다고 진술했다. 전날 3일차 합동 현장조사에서는 2차 폭발 지점 뒤쪽 1m쯤 되는 곳에서 또 다른 수지 반보병지뢰가 나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 지뢰가 장병들이 목격한 것과는 다른 지뢰라고 평가했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새로 나온 지뢰의 모습도 매설 쪽에 힘을 싣는다. 합참이 공개한 사진 속 지뢰는 갈색 계열의 사각형으로 흙이 묻은 채 지표면에 박혀 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얼핏 봐도 땅속에 파묻힌 것 아니냐고 묻자 강 장관은 "매설이다"라고 답했다.

매설 시점은 꽤 오래전으로 추정된다. 권대원 합참 차장은 현장 전문가들이 해당 지뢰를 최소 1년은 지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지뢰열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이) 2025년 9월에 지뢰열을 조성하면서 지뢰를 설치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먼저 매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이 지난해 9월 식별한 MDL 이남 지뢰 매설 의심 지대보다 앞선 시기에 묻혔다는 의미다. 이 판단대로라면 매설 시점이 이재명 정부 출범(2025년 6월) 이전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강 장관은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지뢰를 묻었을까. 강 장관은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에 관련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2년 전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차단물 공사를 벌여 왔다. 요새화 과정에서 묻은 지뢰라면 우리 장병을 겨냥한 살상 목적이 뚜렷했던 2015년 목함지뢰 사건과는 결이 다를 수 있다. 2015년 8월 경기 파주 DMZ에서는 북한군이 설치한 목함지뢰가 터져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크게 다쳤다. 이번 사고에 고의적 살상 의도가 있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은 오히려 목함지뢰 사건을 끌어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10여 년 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목함지뢰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도 했다.

매설 의도와 상관없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게 군과 유엔사의 판단이다. 유엔사는 추가 발견 지뢰와 폭발 화구 두 곳이 모두 MDL 남쪽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유엔사는 지난 6월 팩트시트에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하는 것은 더는 방어적 행위라고 볼 수 없고 자동으로 정전협정 위반이 된다"고 적었다. 강 장관도 "MDL을 침범해서 넘어왔기 때문에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리고 큰 차원에서는 당연히 도발"이라고 말했다.

풀리지 않은 대목도 남아 있다. 군과 유엔사는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현장을 찾았다. 2일차 조사 때 2차 폭발 지점 2m 앞까지 다가갔지만 1차 폭발 원점에는 닿지 못했다. 현장조사는 전날로 마무리됐다. 권 차장은 "추가 현장은 가지 않는 것으로 (유엔사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긴 분석물 감정 결과까지 종합해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비슷한 지뢰가 다른 곳에도 묻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북한이 MDL 이남에 지뢰를 묻은 곳이 몇 군데냐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강 장관은 "수 개 소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북한에 MDL 이남 지뢰를 제거하라고 요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물론이다"라고 했다.

남북 간 MDL 기준선이 서로 어긋나 있다는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강 장관은 "이번 건을 계기로 (남북이) 서로 확인을 하자, 테이블로 나와라, 이건 강력하게 주장하려고 한다"며 "사실 더 중요한 건 연락체계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MDL 기준선 설정 논의를 위한 군사회담을 북한에 제안했다.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