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모레노호에서 떠오를 차세대 대표팀 중심 선수 '톱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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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노의 4-4-2, 스페인 축구 경험 있는 선수들 주목
새로운 세대, 새로운 대표팀에서 기회를 노리다
한국 축구대표팀에 새로운 전술적 변화가 시작됐다. 스페인 출신의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부임과 함께 전술적인 변화는 물론 새 얼굴들도 선발했다.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대한축구협회와 맺은 계약상 9~10월 4경기와 11월 2경기 등 총 6경기를 지휘한다. 6경기 결과에 따라 2027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도 포함됐다. 따라서 짧은 기간 안에 자신의 축구를 대표팀에 입히면서 동시에 다음 세대의 핵심 자원까지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1. 모레노 감독의 4-4-2, 고정된 두 줄 수비는 아니다
모레노 감독이 선택한 기본 전형은 4-4-2다. 이는 단순히 선수들을 두 줄로 세우는 전술과는 거리가 있다. 공격할 때는 측면 미드필더가 안쪽으로 들어가고 풀백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순간적으로 4-3-3에 가까운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수비 상황에서는 측면 공격 자원이 내려와 4-5-1에 가까운 모양을 만들며 상대의 전진을 막는다. 상대와 경기 흐름에 따라 선수들의 위치가 바뀌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풀백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측면 미드필더가 안으로 좁혀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측면 공간이 비게 된다. 이때 풀백이 전진해 폭을 제공해야 한다. 반대로 공격권을 잃으면 빠르게 내려와 포백을 형성해야 한다. 단순히 공격에 적극적인 풀백을 쓰는 것이 아니라 왕성한 활동량과 판단력을 함께 요구하는 방식이다.
중앙 미드필더 두 명도 공수 양면에서 움직여야 한다. 한 명이 내려와 수비 앞에서 공을 받아주면 다른 한 명이 전진하고, 측면 선수가 안으로 들어오면 중원에서 빈 공간을 메우는 식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선수 사이 간격을 좁게 유지하는 것도 모레노 축구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실제 에콰도르전에서 한국은 4-4-2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 후반에는 빠른 전환과 연계 플레이를 앞세워 3-0 승리를 거뒀다.

다만 약점도 있다. 중앙 미드필더가 두 명뿐이어서 상대가 세 명 이상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면 중앙 숫자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 우루과이전에서 한국이 중원 경합에서 고전한 이유 중 하나도 이 문제와 연결된다. 특히 3선 자원이 부족한 대표팀에게 2미들이 알맞는 옷인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모레노 감독이 앞으로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위치 변화나 측면 선수의 안쪽 움직임을 얼마나 정교하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
이처럼 모레노 감독은 스페인 출신 답게 방향 전환과 빠른 전진 패스 등을 추구하며, 강한 압박을 기본으로 하는 축구를 지향한다. 5명의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 모레노 감독 아래에서 떠오를 선수들
1) 이강인, 이제는 대표팀 전술의 중심으로
이강인은 2001년생으로 현재 만 25세다.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에서 축구를 배웠고 발렌시아 유소년 시스템을 거쳐 성장했기에 스페인식 축구를 구사하는 선수다. 올여름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해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이강인의 가장 큰 특징은 한 가지 포지션에 묶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출발해 중앙으로 들어갈 수 있고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전방에서 공을 배급할 수도 있다. 소속팀에서는 투톱에 가까운 위치까지 올라가는 장면도 보여주면서 활용 범위를 넓혔다.
이런 성향은 모레노의 4-4-2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출발한 뒤 중앙으로 좁혀 들어가면 풀백이 측면을 넓게 사용할 공간이 생긴다. 이강인은 그 자리에서 짧은 패스로 중원을 연결하거나 왼발 킥으로 전방에 공을 보낼 수 있다. 공격 상황에서 사실상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이 늘어나는 효과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이강인은 스페인 축구의 전술적 언어에 익숙하다.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에서 성장했고 현지 언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한다. 새 대표팀에서도 전술 설명을 빠르게 이해하고 동료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단순히 해외 경험이 많은 선수가 아니라 모레노 감독이 익숙한 축구 환경을 직접 경험한 선수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대표팀 내 입지도 이미 다르다. 이강인은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을 거치며 A매치 경험을 쌓았고 이제는 손흥민, 김민재 등과 함께 기존 핵심 자원으로 분류됐다. 대표팀이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넘어 이강인의 장점을 중심으로 공격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2) 김민수, 스페인에서 자란 20세 윙어
2006년생 김민수는 이번 모레노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예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10살이던 2016년 스페인으로 축구 유학을 떠났고, 2022년 지로나 유소년 시스템에 합류했다. 같은 해 지로나 B팀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르며 본격적으로 프로 경험을 쌓았다. 지로나에서 성장한 뒤 2024년 1군으로 올라갔고, 2025-2026시즌에는 스페인 2부리그 FC 안도라로 임대돼 40경기 6골 4도움을 기록했다.

올여름에는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명문 레인저스로 이적하면서 4년 계약을 맺었고, 등번호 10번을 받았다. 이적료는 바이아웃 금액인 1000만 유로, 약 160억원으로 알려졌다. 레인저스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이적료다. 단순한 유망주 영입이 아니라 팀의 핵심 공격 자원으로서의 기대가 반영된 조건이다.
주 포지션은 윙어이며 스트라이커로도 뛸 수 있다. 빠른 움직임과 에너지를 앞세워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고, 안쪽으로 들어와 공격에 가담하는 플레이가 특징이다. 레인저스의 데릭 매키니스 감독도 김민수의 기술과 에너지, 성장 의지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모레노 감독과의 궁합을 볼 때는 성장 배경도 빼놓기 어렵다. 김민수 역시 스페인에서 오랜 기간 축구를 배운 선수다. 실제로 에콰도르전 A매치 데뷔 후 김민수는 모레노 감독과 스페인어로 소통할 수 있어 편했고, 감독이 윙어로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세밀하게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전술 이해와 소통 측면에서 이미 공통분모가 있는 셈이다.
김민수는 지난 24일 에콰도르전에서 후반 29분 교체 투입되며 위협적인 찬스들을 여럿 만드는 뛰어난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 A매치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은 변수지만 대표팀에서 선보인 에너지와 유럽에서 쌓은 전술 경험은 분명한 자산이다.
3) 이한범, 김민재와 함께 굳어지는 포백의 한 축
이한범은 2002년생으로 만 24세다. 188㎝의 큰 신장을 가진 센터백으로 FC서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23년 덴마크 미트윌란으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덴마크에서 주전 수비수로 자리 잡은 뒤 올여름 벨기에 명문 클뤼프 브뤼허로 이적했다.

이한범의 장점은 신체 조건과 발밑 능력을 함께 갖췄다는 데 있다. 어린 시절 미드필더 경험이 있어 수비수치고 공을 다루는 능력이 좋고 후방에서 짧게 연결하며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제공권과 경합 능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모레노 감독이 포백을 기본으로 삼으면서 이한범의 위치는 더욱 분명해졌다. 현재 대표팀에서는 김민재와 함께 중앙 수비 조합을 구성하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전 경기 선발 출전하며 주축 센터백으로 자리 잡았고 모레노호에서도 포백의 한 자리를 맡고 있다.
소속팀에서도 상승세다. 데뷔전부터 그는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데 이어 벨기에 리그 개막 라운드 베스트11에도 선정됐다. 대표팀에서 요구되는 후방 빌드업과 수비 안정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이유다.
현대 축구에서 중앙 수비수는 단순히 상대 공격수를 막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공격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상대 압박을 받을 경우 센터백이 안정적으로 공을 전진시켜야 한다. 이한범의 패싱 능력은 이런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다. 김민재가 강한 대인 방어와 전진 수비에 나설 때 이한범이 뒤에서 균형을 잡는 조합도 가능하다. 현재 모레노호에서 이한범의 입지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4) 김봉수, 부족한 3선을 채울 수 있는 카드
김봉수는 1999년생으로 만 26세다. 현재 대전하나시티즌에서 뛰고 있으며 주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다.

김봉수는 화려한 미드필더와는 다른 유형이다. 수비 앞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공을 빼앗은 뒤 안정적으로 다음 선수에게 연결하는 역할에 강점이 있다. 패스 정확도와 태클, 가로채기 능력이 장점으로 나타나며 중앙에서 경기 흐름을 끊고 다시 시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김봉수는 에콰도르전에서 적재적소의 컷팅과 수준 높은 전진 패스를 보였다. 우루과이전에서는 중원 숫자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아쉬운 장면도 있었지만 두 경기의 결과만으로 역할 자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재 대표팀 구성에서는 김봉수 같은 자원이 필요하다. 4-4-2는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한 명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다른 한 명은 뒤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측면 미드필더와 풀백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전술이라면 후방을 보호할 수 있는 3선 자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김봉수의 패스 능력도 모레노 감독이 활용할 만한 요소다. 공을 오래 끌기보다 다음 지역으로 연결하면서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 특히 상대 압박을 벗어난 뒤 전방으로 한 번에 공을 보내는 능력이 살아난다면 이강인이나 김민수 같은 2선 자원의 움직임과 연결할 수 있다.
5) 배준호, 모레노 축구에 필요한 패스와 창의성
배준호는 2003년생으로 만 23세다. 현재 잉글랜드 챔피언십 스토크 시티에서 뛰며 첫 시즌부터 구단 올해의 선수로 선정될 정도로 빠르게 입지를 넓혔다.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이며 왼쪽 측면 미드필더와 왼쪽 윙어로도 뛸 수 있다.

배준호의 강점은 좁은 공간에서 공을 받아 전진하는 능력이다.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의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공을 잡으면 드리블이나 패스로 다음 장면을 만든다. 특히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에서 움직이면서 동료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플레이가 강점이다. 단순한 측면 돌파형 윙어보다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성향을 지녔다.
이런 스타일은 모레노 감독의 스페인식 축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배준호가 공을 잡으면 투톱과 측면 풀백 사이로 패스를 연결할 수 있다. 상대 수비가 중앙으로 좁혀지면 반대로 풀백이나 반대편 측면으로 공을 전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배준호는 이번 9~10월 A매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일정과 겹치면서 대표팀 자원 가운데 일부가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준호가 모레노 감독 아래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11월 A매치가 중요한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배준호와 이강인의 공존 여부도 볼거리다. 두 선수 모두 중앙과 측면을 오갈 수 있고 패스를 통해 공격을 풀어가는 유형이다. 두 선수가 동시에 출전한다면 한쪽이 안으로 들어갈 때 다른 한 명이 측면으로 빠지는 식의 위치 교환도 가능하다. 모레노 감독이 강조하는 유기적인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조합 가운데 하나다.
3. 모레노호에 남은 경기는 4경기
모레노 감독에게 예정된 A매치는 4경기다. 10월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베네수엘라를 만나고, 6일에는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맞붙는다. 두 경기 모두 오후 8시 킥오프 예정이다.
그 뒤에는 11월 A매치 2경기가 남는다. 다만 현재 공개된 일정에서 11월 두 경기의 상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한축구협회와 모레노 감독의 계약 기간은 11월 27일까지이며, 6경기 결과에 따라 2027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맡길 수 있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남은 4경기는 단순한 평가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모레노 감독은 첫 명단을 발표하면서 "경기력이 가장 우선이다. 한국 선수들은 자신이 관찰 대상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과거가 아닌 지금의 실력이 대표팀에 뽑힐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칙이 유지된다면 기존 주전 선수들도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동시에 김민수처럼 처음 발탁된 선수나 배준호처럼 아시안게임으로 첫 소집에서 빠진 선수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
남은 경기는 모레노 감독의 전술을 다듬는 과정이면서 그 전술에 맞는 국가대표 자원을 가려내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