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초기화하고 하드디스크까지 망치로…전재수 전 보좌진들 전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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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전 보좌진 4명 ‘PC 증거인멸’ 혐의 1심서 모두 유죄
선임비서관 징역 1년·법정구속…보좌관 집유, 비서관 2명 벌금형

전재수 부산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를 앞두고 지역구 사무실 PC를 초기화하고 저장장치를 부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보좌진 4명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된 전직 선임비서관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전재수 부산시장 / 뉴스1
전재수 부산시장 / 뉴스1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 김수홍 부장판사는 30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전직 5급 선임비서관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직 4급 보좌관 B 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전직 8급 비서관 C 씨와 인턴 비서관 D 씨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PC 초기화하고 HDD는 망치로…SSD는 구부려 폐기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 10일 전 시장의 당시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업무용 PC를 초기화해 저장된 전자정보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전 시장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증거를 없앴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특히 A 씨는 PC에 있던 저장장치를 물리적으로 파손한 혐의도 받았다. A 씨는 드라이버를 이용해 HDD(하드디스크)를 분리한 뒤 망치로 내려치고 SSD(반도체 드라이브)는 손과 발을 이용해 구부려 부순 것으로 조사됐다.

파손한 저장장치는 서로 다른 장소에 버렸다. HDD는 자신의 주거지 인근 밭에 SSD는 부산의 한 목욕탕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A 씨가 인턴 비서관 D 씨의 경찰 조사가 끝난 뒤 “서울 사무실 얘기가 나오면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정황도 언급됐다.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전 시장의 금품수수 의혹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사건이었고 자신들이 없앤 저장매체에도 해당 의혹과 관련된 증거가 없어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법원 “형사소추 가능성 없다고 단정 못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 뉴스1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 뉴스1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전 시장이 수수한 뇌물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경우 공소시효가 10년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따라 보좌진이 저장장치를 없앴던 당시 전 시장에 대한 형사소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파손된 저장장치 안에 실제 증거가 있었는지를 두고도 피고인 측과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전 시장의 당시 일정과 미팅 내역 등 금품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된 자료가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의 증거 가치가 크지 않았더라도 증거인멸죄 성립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관련 대법원 판례에 비춰 형사사건과 관계된 증거를 없애는 행위 자체가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범행 전체를 혼자 계획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봤다. 다만 적어도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서는 A 씨가 저장장치 파손과 폐기 등 증거인멸을 주도적으로 실행했고, A씨 역시 자신의 역할을 인정한 점을 고려했다.

B 씨는 자신이 범행에 직접 가담한 것이 아니라 A 씨의 행동을 묵인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씨가 부산 사무실 내 최선임자로서 A씨와 함께 범행을 지휘했다고 판단했다. B 씨가 반대했다면 A 씨가 범행을 쉽게 실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책임을 인정한 근거가 됐다.

인턴 비서관이었던 D 씨에 대해서는 사정이 일부 참작됐다. D 씨가 상당 부분을 직접 실행했지만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고 인턴 신분에서 지시를 거부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전과가 없고 피고인 가운데 유일하게 사실상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국민 아닌 전재수 개인 이익 위해 행동”

재판부는 증거인멸 대상이 된 사건의 성격도 양형에 중요하게 반영했다. 정치인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된 증거를 없앤 행위인 만큼 사안의 중요성이 크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국민의 헌법상 알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회의원실에서 근무하던 이들을 두고도 “전재수의 부하직원이기 이전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였다”는 취지로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전 시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으며 향후 전 시장으로부터 유·무형의 이익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범행을 통해 기대한 이익보다 형벌로 받는 불이익이 더 커야 한다는 취지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B 씨와 C 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 D 씨에게는 징역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판결의 배경이 된 전 시장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자체는 지난 4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공소권 없음과 혐의 없음 처분을 하면서 수사가 마무리됐다. 합수본은 일부 의혹은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일부는 금품수수 사실과 액수 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합수본은 전 시장이 보좌진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K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