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제발 천천히 가줘"… 만취 상태로 두 딸 태우고 시속 178km 질주, 결국 사망사고

작성일

20대 오토바이 운전자 숨져… 항소심서 징역 17년 구형

차량 안에는 4살과 6살 두 딸이 타고 있었다. 블랙박스에는 겁에 질린 아이들이 속도를 줄여 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도 남았다. 만취 상태에서 과속 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낸 30대 여성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다.

항소심서 징역 17년 구형

30일 대전지법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 30대 여성 A 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7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이 1심에서 구형한 형량과 같다.

[일러스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일러스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A 씨는 지난 1월 충남 홍성군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11%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를 당한 20대 운전자 B 씨는 숨졌다.

당시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였지만 A 씨 차량의 속도는 시속 178km까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신호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사고 이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난 혐의도 받는다.

차량에는 당시 4살과 6살인 두 딸이 함께 타고 있었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아이들이 “무서워. 엄마, 제발 천천히 가줘”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사고가 난 뒤 A 씨는 자신의 아이들이 놀랐다며 현장 목격자 등을 향해 항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음주·과속 운전과 교통사고로 두 딸에게 공포심을 준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1심 징역 12년… 유족, 엄벌 촉구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적용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결심 공판에는 숨진 B 씨의 부모도 참석했다. B 씨 아버지는 증인석에서 블랙박스에 담긴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봐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는 “피고인의 음주·난폭 운전이 처음이 아닐 것”이라며 “그 속도로 아이들을 태우고 주행했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고, 합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B 씨 어머니도 A 씨와 변호인 측을 향해 “진심 어린 사과 한 번 했느냐”고 항의했다.

도주 의도 부인… 피고인 선처 호소

A 씨 측은 원심의 형이 무겁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1심에서 사실오인을 주장했던 이유에 대해 A 씨가 당시 술에 취해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변호인의 판단에 따라 대응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후 현장을 벗어난 부분에 대해서도 도주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빠른 속도로 주행하고 있던 탓에 사고 지점에서 약 100m를 더 이동한 뒤 정차했고 이후 현장으로 돌아왔다는 취지다. 피해자 측과 합의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도 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지금이 제 삶에서 가장 부끄럽고 창피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인생 동안 숨진 피해자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겠다며 교화 가능성을 고려해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 유족에게는 사과의 뜻을 밝히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도주치사·아동학대 처벌 기준

현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숨지게 한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도로교통법 제54조는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숨진 경우 운전자 등이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나뉜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인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과거 음주운전 등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뒤 10년 안에 다시 위반한 경우에는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된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한다. 같은 법 제71조는 해당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