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위 대한민국을 대체 왜 화나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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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매체 “젤렌스키 발언, 무기 협상에 나쁜 신호”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낸 사실을 공개해 한국과 외교 마찰을 빚으면서 향후 무기 지원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가 또 다른 파트너를, 그것도 키이우가 원하는 무기를 잔뜩 보유한 나라를 화나게 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현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현 청와대) 제공

갈등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3일 유엔총회에서 우크라이나가 붙잡은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 발언이 "서울에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공개 합의가 깨졌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공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고려하면 공개하지 않는 것이 모든 면에서 적절했고,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매체는 한국 외교부가 28일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불러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한국 당국자들이 포로 이송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면 안보·외교적 파장은 물론 포로 가족들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고 설명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번 일을 두고 "러시아의 침공 속에 우크라이나가 국제 파트너들과 빚어온 일련의 외교적 실책에 이번 사례가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번 갈등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달여 전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막을 방공체계를 한국에 요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포로 2명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들이 "김정은 북한 정권이 2024년 접경지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한 수천 명 가운데 일부"라며 "북한은 현재까지 현역 병력을 러시아 편에서 싸우도록 보낸 유일한 국가"라고 전했다. 매체는 두 사람이 한국으로 망명하기를 원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상이 지난 7월 포로들의 뜻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문제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한국이 포로 관련 정보를 엄격히 통제해 왔다고 전했다. 매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탈북자 가족을 의심스러운 대상으로 보고 더 가혹한 탄압과 감시, 강제 이주의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이 언론과 비정부기구(NGO)들의 지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자리를 권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7월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자리를 권하고 있다. / 뉴스1

한국 야당도 정부를 겨냥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송을 비공개로 한 이유와 우크라이나가 어긴 합의의 내용을 정부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한쪽은 합의가 깨졌다고 하고 다른 쪽은 그런 합의가 없었다고 한다"며 "책임 공방에 앞서 정부가 합의의 실제 내용을 국민에게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의의 실체를 두고는 양측 설명이 엇갈린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 드미트로 리트빈은 지난 25일 소셜미디어에서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리트빈 보좌관은 키이우인디펜던트에 "이 사람들을 그냥 조용히 어딘가로 보낸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길고 자세한 전체 이야기 가운데 우리는 이들이 한국으로 보내졌다는 사실만 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 방침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라는 정황도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익명의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한 코리아타임스 보도를 소개하며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공개 의사를 알리긴 했지만 이송을 어떻게 발표할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모호하게만 전달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합의 부인을 두고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우호 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허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번 일이 젤렌스키 대통령실발 외교 마찰의 하나라고 봤다. 매체는 이달 초 젤렌스키 대통령이 '카르파티아 8개국'이라는 지역 협의체를 발표했으나 여기에 포함된다고 언급된 헝가리 총리 페테르 마자르가 참여 사실을 곧바로 부인했다고 전했다. 또 매체는 지난여름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군부대에 제2차 세계대전기 우크라이나 저항군(UPA)을 기리는 이름을 붙이면서 폴란드와 갈등을 빚었다고 소개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UPA가 폴란드에서는 1943~1945년 볼히니아 학살에 가담한 조직으로 여겨진다"며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준 최고 훈장을 박탈했고,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도날드 투스크 총리마저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가 이번 갈등을 단순한 해프닝 이상으로 본 이유는 한국의 군사적 가치에 있다. 매체는 한국을 "키이우가 원하는 무기를 보유한 파트너"로 표현했다. 매체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를 인용해 "한국이 2021~2025년 세계 무기 수출의 3%를 차지한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이라고 강조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8월 러시아가 북한에 수만 명 규모의 추가 병력을 요청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국에 방공체계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병력의 실전 경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쌓으면 한반도 안보에도 위협이 되는 만큼, 한국으로선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을 넓히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것이 키이우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한국이 보유한 전력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한국군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탄도미사일 방어에도 쓰이는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체계를 운용하고 있다"며 "패트리엇 요격탄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미국 재고가 크게 줄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이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국산 천궁-Ⅱ를 배치하고 있으며, K9 155㎜ 자주포와 포탄, 다연장로켓, 전차 등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유용할 무기"도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기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한국이 분쟁 지역에 무기를 파는 것은 국내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지켜 왔으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인도적·비살상 물자로 한정해 왔다"고 전했다.

우회 지원의 전례도 소개됐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워싱턴포스트가 2023년 12월 "한국이 미국과의 비공개 합의를 통해 대량의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간접 공급했다"고 보도한 사례를 거론했다. 다만 매체는 "이번 외교 갈등과 신뢰 훼손이 과거와 같은 은밀한 합의를 다시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